웰니스

여자들의 발이 위험하다!

2016.03.17

by VOGUE

    여자들의 발이 위험하다!

    26개의 뼈와 100여 개의 힘줄, 인대, 그리고 신경으로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발. 작은 충격에도 부러지고, 꺾이고, 찢어진다면 자신의 발 건강을 다시 한번 체크해보길! 평소 자주 삐끗거리는 발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안일함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의상과 구두, 목걸이는 모두 디올, 반지는 라라 보힝크(at Mue).

    우지끈, 발목 힘줄이 끊어지는 소리
    부러지고 꺾이고 찢어지고. 요즘 내 주변 패션 피플들의 다리 이야기다. 교통사고를 당했다거나 계단에서 굴렀다면 이해가 가지만, 살짝 쿵 부딪히고 휙 돌아서 다 넘어져 이런 사단이 났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이힐을 신고 접질려 힘줄, 인대가 늘어나거나 파열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죠. 문제는 이 상태로 또 힐을 신고 다닌다는 겁니다.” 청담튼튼병원 신영석 원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지적했지만, 사실 우리 여자들에겐 하이힐을 신다 삐끗하는 건 일상 다반사이고 웬만큼 접질려서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너무 일상적인 일이고 금방 괜찮아지니까. 그런데 괜찮아진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 신영석 원장의 설명은 아찔할 정도다. 먼저 뼈와 근육을 이어주는 강한 띠, 힘줄 손상부터 알아보자. “발목은 보통 안쪽으로 꺾이기 때문에 바깥쪽 힘줄이 심하게 늘어나죠. 그렇게 힘줄이 하나씩 터지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뼈가 부러지면 병원을 가지만, 힘줄은 통증이 훨씬 빨리 사라져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접질렸을 때 발목이 왜 아픈지 아세요? 힘줄, 인대 혹은 그 주변 근육에 손상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삐어도 통증 없이 걸어 다니게 되죠. 좋아할 일이 아니에요. 그건 더 이상 터질 힘줄이 없다는 걸 뜻합니다. 발목이 휘청휘청한다는 얘기죠.” 이것이 ‘만성족관절불안정증’이다. “이를 진단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누군가에게 “마지막으로 발목을 삔 게 언제입니까?” 물어봤을 때 기억을 못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기억을 잘할 정도, 즉 한 달에 한두 번 정기적으로 접질린다면 100%입니다.” 여기서 더 심하게 다치면 인대 손상으로 이어진다. 인대는 관절을 고정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뼈에 워낙 단단히 붙어 있어 인대가 늘어나면서 뼈까지 갈라지게 할 정도. 즉, 발목뼈가 부러져서 인대 손상이 온다기보다는 인대가 뼈를 물고 뜯어지면서 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골절과 인대 파열이란 대형 참사를 초래한다.

    다행히 골절이 되지 않더라도 힘줄이 손상되면 근육의 힘을 뼈에 전달할 수 없어 움직일 수가 없고, 인대가 손상되면 움직이긴 하지만 고정이 안 돼 과도하게 휘청거린다. 이 모든 것이 만성족관절불안정증의 원인이며, 이 증상이 무서운 건 장기간 방치했을 때 ‘발목관절염’의 발생이 높아진다는 것. “죽을 때까지 유일하게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지 않는 부위가 발목입니다. 발목 관절은 여타 관절들과는 달리 특이하게 설계 돼 있거든요. 평생 생기지 말아야 하는 관절염인데, 한번 생기면 우리 몸 중에서 제일 아파요. 무엇보다 걸을 수가 없죠. 보행이 불가능하다는 건 전신 건강의 기초를 무너뜨린다는 뜻이에요. 제일 안 좋죠.” 놀랍게도 만성족관절불안정은 대한민국 성인 10명 중 6명이 지니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특히 여자의 경우 가장 큰 원인은 하이힐. 이번 시즌 리차드 니콜의 메탈 실버 플럼프, 질 샌더의 블루 에나멜 플랫폼을 탐내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안심할 수 없다.

    하이힐이 발목 바깥쪽 근력을 강화시킨다?
    그렇다면 모두 하이힐 탓일까? 무조건 하이힐을 신지 말라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는가.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물리치료학과 윤범철 교수팀은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20대 여자 10명과 하이힐을 거의 신지 않는 같은 연령대의 여자 10명을 대상으로 발목 관절 건강 상태를 살펴본 것. 하이힐 착용자는 조사 시점 전 최소 6개월 전부터 하루 5시간 이상씩, 1주일에 엿새 동안 하이힐을 신고 생활해온 여자들로 힐의 평균 높이는 8㎝였다. “하이힐을 자주 신은 여자들은 발목 관절의 움직임이 주로 안쪽과 발바닥 쪽으로 변했으며, 발목 바깥쪽의 근력이 비교 대상 여성들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 관찰됐습니다. 발목 바깥쪽근력은 발목 관절의 안정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죠. 하이힐 때문에 불안정해진 보행에 적응하기 위해 바로 이 발목 바깥쪽 근력이 증가한 것이지요. 이는 산에 자주 오르는 사람은 허벅지 근육이 발달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즉 하이힐은 발목 바깥쪽 근력을 증가시켜 발목을 튼튼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인 발목 안정성 향상에 기여한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 그렇지만 이 연구가 하이힐에 완벽한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지속적으로 하이힐을 신어 잘 단련된 여자들은 하이힐을 신고도 잘 달리고, 불안정해 보이는 곳도 아무런 부담 없이 걸어 다닙니다. 이는 하이힐 착용에 따른 발목 주변의 근육과 인대가 강화돼서 그렇습니다. 건강 측면에서 하이힐의 장점에 대해 보고한 사례는 저희 연구팀이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보고된 하이힐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개괄적인 결론을 말씀 드린다면, 하이힐은 발 건강에 있어 단점이 많은 신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윤범철 교수는 하이힐은 형태학적 특성상 보행시 관절에 부분적이고 집중적인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다리(엉덩 관절, 무릎 관절, 발목 관절) 안쪽과 바깥쪽 근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퇴행성 관절염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하이힐을 건강하게 신고 싶다면 다리 안쪽과 바깥쪽 근력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병행하세요. 발목 뒤쪽과 안쪽 근육과 인대가 짧아지기 쉬우므로 수건 등을 활용해 짧아진 발목 뒤쪽과 안쪽을 스트레칭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 제자리에서 뒤꿈치 올리기 같은 반복적인 운동으로 약해진 발목 뒤쪽 종아리 근력을 강화시키는 운동도 좋습니다.”

    발뒤꿈치가 찌릿, 납작 신발도 위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발 질환은 2008년부터 5년 사이 두 배로 늘었다. 그 중 50%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이 ‘족저근막염’이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이어지는 강한 섬유조직으로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한다. 이곳이 강한 자극으로 늘어나면서 염증이 생기는 것이 족저근막염이다. 윤범철 교수는 하이힐뿐만 아니라 납작한 플랫슈즈도 발의 아치를 감소시키고 발뒤꿈치에 가해지는 충격을 증가시켜 족저근막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밑창이 편평하고 딱딱한 신발은 족저근막염을 유발시키고, 발목과 무릎 관절에까지 충격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통증은 반대쪽 다리에 체중을 많이 싣게 해 보행 형태와 자세에 불균형을 유발시키고 척추 건강, 허리, 목에도 악영향을 미쳐 이차적 문제를 야기합니다.” 발뒤꿈치가 묘하게 아프고, 아침에 일어나 처음 발을 디딜 때 바늘로 찌르는 듯 찌릿하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할 수 있다. 신영석 원장은 발바닥 하중을 늘리는 비만, 임신, 또 폐경도 또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발바닥 지방은 일반 지방과는 달리 운동화 고무창처럼 묵직하고 조밀하게 서로 이어져 있어요. 그런데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면 발바닥 지방층이 줄어들고 위축돼 통증이 생길 수 있죠. 한 가지 알아둘 것은 족저근막염의 경우, 간혹 주사치료를 남용하는 병원들이 있는데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효과가 아주 좋아요. 주사 한방이면 3개월 정도 거뜬합니다. 그렇지만 두 번째는 한두 달, 세 번째는 한 달도 효과가 지속되지 않죠. 이는 스테로이드계 주사인데 결과적으로 지방층을 위축시켜버립니다. 평생 고통스럽게 지내야 하는 거죠. 현재로선 체외충격파 시술이 가장 안전합니다.” 또 발바닥 충격을 흡수하는 특수 깔창도 도움이 되며, 평소의 발바닥 스트레칭(발목을 반대쪽 무릎 위에 올리고 발가락을 몸 쪽으로 당겨준다)도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골든 룰, 초반 관리가 승패를 좌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초기 대응을 잘 하는 것. 모든 병이 그렇듯 발 질환도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어려워진다. 발목을 접질렸다면 ‘PRICE’를 기억하자! 부목, 깁스 등으로 보호(Protection), 휴식(Rest) 얼음찜질(Ice), 압박붕대 등으로 압박(Compression), 부종 감소를 위해 심장보다 위로 발 올리기(Elevation)라는 다섯 가지 응급처치를 하고, 그럼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거나 2일 이상 통증과 부기가 지속된다면, 혹은 이후로 발목을 습관적으로 접질린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단순 염좌는 그냥 둬도 낫습니다. 그런데 단순 염좌인지 아닌지를 환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속 안에 힘줄이 한두개 뜯어져도 우린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니 ‘며칠 지나면 괜찮겠지’라며 참고 돌아다니고, 그러다가 일이 커지는 거죠.” 전문의들은 발목을 간 질환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참지 못할 정도로 아파서 병원에 오면 이미 대부분 망가진 상태라는 것. “정형외과는 치료가 아니라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생각하세요. X-ray, CT, 초음파, MRI 등을 통해 정확히 진단을 받고, 전문의에게 물어보고 살펴보고 올바른 대처법을 듣고 따르세요.” 신영석 원장은 하이힐, 단화, 운동화 등 여러 신발을 상황에 따라 골고루 신고, 발목 스트레칭 등 평소 발 건강에 관심을 가지며, 문제가 생겼을 때는 바로 병원을 찾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힘줄, 인대 등 처음 손상된 단계에서 움직이지 않고 초기 대응을 잘하면 다시 건강해질 수 있지만, 자꾸 움직이면 점점 간격이 늘어져 습관적으로 발목을 다치는 등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다 힘줄이나 인대나 일단 끊어져 버리면 방법이 없습니다. 심하면 수술하는 수밖에요.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미리 관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이화진
      포토그래퍼
      차혜경
      모델
      이승미
      스탭
      헤어 / 권영은, 메이크업 / 공혜련, 스타일리스트 / 조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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