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트레이닝 체험기

아이언맨이 입을 법한 방탄조끼를 코르셋처럼 몸에 꼭 맞게 조이고, 무릎을 살짝 굽혀 준비 자세를 취한다.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가 된 듯한 기분도 잠시, 20분간의 지옥훈련에 등줄기에선 땀이 흐르고 미간이 찌푸려진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운동, 마이크로 트레이닝을 체험했다.

수영복 / 아장 프로보카퇴르

아침 샤워 직후 화장하는 데 필요한 시간, 지하철 여덟 정거장을 지나치는 시간, 배달된 피자 한 판을 기다리는 시간,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이 나오는 시간, ‘미드’ 한 편을 보는 시간. 당신에게 20분간의 여유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텐가? 일주일 전만 해도 내 선택은 요즘 푹 빠진 ‘토마토피자’의 치즈피자 주문이었겠지만, 이젠 무조건 운동하러 갈 거다. 고작 20분으로 운동은 무슨 운동이냐고? 일반 헬스클럽 회원이라면 집에서 운동복을 챙겨 나오는 시간만 해도 20분이 모자랄 테지만, 마이크로 스튜디오 회원에게 20분은 일주일에 할 근력 운동을 끝낼 수 있는 시간이다. ‘마이크로 트레이닝’이 국내에 들어온 지 1년 남짓. 운동 좀 한다는 사람 사이에서 마이크로 트레이닝이 주목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근육의 가장 깊숙한 부위, 심부근을 집중적으로 단련할 수 있기 때문! 심부근은 ‘Deep Muscle’, 한마디로 뼈와 뼈를 잡아주는 ‘접착제’ 역할을 담당한다. 작은 근육들이 촘촘히 얽혀 있는 구조로 이뤄지며 중력에 대항하는 곧고 바른 자세 유지에 필수적인 근육. 일주일에 3회 이상, 못해도 50분간 죽어라 운동해야 단련할 수 있다는 심부근을 어떤 원리로 20분 만에 그에 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단 걸까?

마이크로 트레이닝의 원리이자 스피드 다이어트의 마법은 EMS(Electrical Muscle Stimulus)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100hz 미만의 미세전류(저주파)를 이용해 근육을 이루는 섬유질을 쉴 새 없이 쥐락펴락 자극하는 것. “100hz의 떨림은 일반적인 물리치료가 이뤄지는 수준의 자극입니다. 보통 50hz 이하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정도죠.” 저주파 자극을 통해 근육 수축량 대비 30% 이상의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러시아 우주항공연구소와 미국 NASA에서 무중력 상태의 우주인들이 사용하면서 시작됐고, 1990년대 독일 프로 축구팀 PGA 골프 선수들과 F1 레이서들이 집중 근육 운동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 마이크로 트레이닝의 프로그램은 총 세 가지. 종류마다 저주파의 세기 또한 달라지는데, 기본적인 근력운동은 85hz, 집중적인 셀룰라이트 분해는 70hz, 마무리를 위한 전신 마사지는 100hz로 나뉘어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헬스 클럽에서 중량(덤벨이나 바벨)을 들고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 일명 PT로 근육이 자극받는 시간은 길어야 1초에 불과해요. 주 3회, 한 번 할 때 2시간 이상, 일주일에 적어도 360분 이상을 꼬박 운동에 매달려야 탄탄한 ‘말근육’을 만들 수 있죠.” 마이크로 스튜디오 압구정점 김세기 매니저의 설명이다.

하지만 마이크로 트레이닝에 필요한 시간은 단 20분. 특수 제작된 전문 수트를 입고 여기에 매달린 전선을 EMS기기와 연결하면 다리, 엉덩이, 허리, 등, 복부, 가슴, 팔뚝에 4초에 한 번씩 20분간 총 150번의 자극을 전한다. 공기압 마사지를 온몸에 휘감고 있는 듯한 기분? 피부로 느껴지는 자극지수는 꽤 높았는데, 무릎을 살짝 구부려 상체를 숙이고 손바닥과 손바닥을 마주잡는 준비 자세를 ‘깜빡’ 했다가는 온몸이 가스 불 위 오징어처럼 흐느적거리는, 그야말로 ‘멘붕 상황’이 연출된다. 운동 그 자체는 어렵지 않다. 맞은편에 서 있는 트레이너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면 되는데, ‘다이어터’라면 익숙한 런지, 스쿼트를 비롯해 에어로빅, 필라테스 변형 동작을 4초에 한번, 총 3세트를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마이크로 트레이닝이 주는 운동 효과가 웨이트 트레이닝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일까?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기존 웨이트 트레이닝에서는 양쪽 근육을 균형 있게 쓰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른손잡이일 경우, 바벨이나 덤벨을 들 때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에 더 힘을 가하게 되는 거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양쪽 팔다리 둘레가 달라지는 근육의 불균형이 일어납니다. 마이크로 트레이닝은 몸을 정확히 반으로 나눠 양쪽 근육에 동일한 자극을 전함으로써 밸런스를 맞춰줍니다.” 덤벨이나 바벨(무리해서 들면 자칫 관절에 무리가 가니 노인이나 환자에겐 적합하지 않다) 없이 맨몸으로 근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마이크로 트레이닝을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20분이라는 시간은 길었고, 14분이 지나자 절로 비명이 터지는 고통을 맛봤다. 마치 등산을 다녀온 듯 마디마디 묵직한 결림이 운동 직후부터 3일간 지속됐고, 특히 양쪽 엉덩이 근육이 욱씬거리는 자극은 다이내믹했다(팔걸이에 의지하지 않고선 한번에 앉을 수 없을 정도!). 스튜디오에 들어설 때만 해도 일주일에 한 번, 고작 20분만으로 격렬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니 이틀에 한번은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3일간의 회복 기간을 고려해봤을 때 주 2회 이상은 욕심이었다. 한마디로 마이크로 트레이닝은 우리 몸을 지탱하는 ‘코어’, 심부근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줬다. 속부터 아름다워지는 ‘이너뷰티’가 대세이듯, 진정한 ‘몸짱’이 되려면 속근육 단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 그런 의미에서 일주일에 오직 하루, 20분 투자로 내실 있는 근육을 다질 수 있는 마이크로 스튜디오는 적어도 ‘시간이 없어서’란 변명만큼은 잠재워줄 꽤 괜찮은 도전 과제다. 자. 워터파크 폐장까지는 앞으로 한 달 반 남았다. 운동 조끼와 구명 조끼 중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