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와이드 팬츠의 나날!

근사하고 세련된 글래머의 절정을 보여주는 와이드 팬츠의 나날!

미니멀한 화이트 블라우스와 플랫 칼라처럼 허리선이 장식된 세련된 와이드 팬츠 룩. 의상과 금장 옥스퍼드 슈즈는 셀린.

밀라노 디스퀘어드 쇼장. 와이드 팬츠 수트를 입은 한국 모델 수주가 아찔한 플랫폼힐로 펄럭이는 바짓단을 밟고 잠시 계단에서 휘청거리는 순간 머릿속으로 몇 가지 장면이 오버랩됐다. 30년대 여배우들에게 사랑받던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날 선 남성복 팬츠, 70년대 상징이던 통굽힐과 함께 땅바닥을 휩쓸고 다니던 히피풍 와이드 팬츠, 80년대 여성 파워의 상징인 파워 수트, 90년대 세련된 패피들의 유니폼, 헬무트 랭의 헐렁한 블랙 팬츠까지.

스커트처럼 펄럭이는 우아한 팬츠든, 적당히 여유 있는 남성용 팬츠든, 스키니 팬츠든, 팬츠를 입는 것은 우리 여성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행위다. 스키니에서 슬라우치, 와이드, 플레어 등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유행에 맞춰 팬츠를 갈아입었다. 실루엣의 변화를 거듭하며 플랫 슈즈가 가능한 시가렛 팬츠부터 무지막지한 플랫폼힐이 절대 필요한 와이드 팬츠까지. 여자들의 팬츠 사랑에 남자들은 이렇게 반문할지 모르겠다. 끝내주는 각선미를 가졌다면 왜 팬츠를 입겠나?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는 말씀! 최초로 다리 보험에 든 독일 여배우 마를린 디트리히는 끝내주는 각선미의 소유자였지만 남성용 팬츠 수트만 즐겨 입었다.

Dior

본론으로 돌아가, 이번 시즌 팬츠는 일단 통이 넓어야 멋져 보인다. 나팔꽃처럼 펼쳐지는 우아한 50년대풍 플레어 스커트가 여자들을 유혹하는 이번 시즌이지만 와이드 팬츠의 기세는 완연한 상승세. 셀린의 피비 파일로가 선보인 통이 넓고 아주 긴 팬츠가 대표적인 예다(구두 앞코만 겨우 보이게 입는 이 헐렁한 긴 팬츠는 굵고 휜 다리의 소유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을 듯). 특히 피비가 셀린 프리폴 컬렉션에서 선보인 와이드 팬츠는 남자 양복 바지를 입은 것처럼 헐렁하고 길다. 위에 짧고 타이트한 재킷만 입는다면 우아하게, 새틴 블라우스에 클러치를 더하면 세련된 출근복으로, 매니시한 셔츠로는 캐주얼하게 연출할 수 있다.

다른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팬츠들도 마찬가지. 허리선에 주름 한두 개는 기본으로 들어가 힙에 여유가 있고, 바짓단까지 시원스럽게 뚝 떨어지는 실루엣이 대부분. 소재는 헤링본, 체크, 핀스트라이프 등 신사복 소재들로, 한 마디로 편안하고 세련됐다. 팬츠를 해석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른데, 드리스 반 노튼은 적당하게 여유 있는 스트레이트 팬츠 위에 헐렁한 셔츠나 블루종을 더해 쿨하고 세련되게, 디올은 데님 팬츠에 피트되는 바 재킷을 더해 캐주얼한 뉴 룩 스타일을 제안했다. 또 에르메스는 가죽 셔츠와 블루종으로 디트리히처럼 매니시하고 모던하게, 하이더 아커만은 헤링본 수트 위에 다른 패턴 재킷을 겹쳐 입어 레이어드 룩을 완성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흠잡을 데 없는 실루엣과 세련된 스타일을 완성시킬 수 있다.

길고 늘씬한 요즘 아가씨들에게 유독 잘 어울리는 와이드 팬츠. 하지만 아찔한 스틸레토힐과 사다리 같은 웨지힐만 있다면 누구든 키다리 아가씨가 될 수 있다. 더구나 날로 두꺼워지는 허벅지 때문에 고민인 여자들에겐 크나큰 은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허벅지를 가리자면 적당한 질감의 소재, 허리선에 다트가 들어간 여유로운 팬츠를 고를 것. 자칫 바지통이 허벅지로 꽉 차 보일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특별한 은총은 여자들에게 멋과 여유, 그리고 글래머를 선사하는 아주 유쾌한 아이템이라는 것! 그게 올가을 와이드 팬츠를 꼭 입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