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크리스챤 라크로와와 나눈 인터뷰 2

2016.03.17

by VOGUE

    크리스챤 라크로와와 나눈 인터뷰 2

    초현실주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부활! 메종 스키아파렐리의 첫 번째 컬렉션을 위해 크리스챤 라크로와가 4년 만에 패션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60여 년 만에 부활한 스키아파렐리와 돌아온 꾸뛰리에 라크로와의 랑데부 순간을〈보그 코리아〉가 함께했다.

    라크로와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대담한 터치로 완성된패션 일러스트는 그의 상징 가운데 하나다.그는 메종 스키아파렐리의 첫 번째 컬렉션을 위해무려 90여 장의 스타일화를 그렸고, 그 가운데 옥석을가려 옷으로 제작했다.

    VOGUE 당신의 이번 컬렉션은 앞으로 메종 스키아파렐리가 회자될 때마다 언급될 것이다. 뒤를 이어 다른 디자이너들은 이번 컬렉션을 참고할 수 있을 텐데, 준비하는 동안 가장 만족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LACROIX 그녀의 업적 가운데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부분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흥분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은 내 뒤를 이어 컬렉션을 선보일 디자이너들을 위한 게 아니다. 메종 스키아파렐리를 위한 전시이며 그녀에 대한 경의를 표한 행위다. 이제 다른 디자이너들은 현실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작해야 한다. 메종 스키아파렐리를 위한 미래의 룩은 물론, 매력과 스타일까지 제안하는 컬렉션을 선보여야 한다. 작업하는 동안 최고의 순간이라면, 첫 스케치가 내 생각대로 옷으로 완성돼 액세서리와 함께 마네킹에 입혀져 살아 숨쉬며 서 있는 모습을 볼 때였다.

    VOGUE 아카이브 컬렉션을 모두 꼼꼼히 점검했을 텐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뭔가?

    LACROIX 한 룩을 꼽긴 힘들다. 스키아파렐리의 세상 전체에서 자극을 받았다. 여성스러움과 모던함, 현실에 대한 그녀만의 태도와 접근법, 그리고 그것을 캐주얼하고 심플하게, 혹은 극단적이고 독특하게 해석하는 과정 등 모든 것이 경이로웠다.

    VOGUE 이번 컬렉션 제작을 위해 구성된 메종 르사주와는 특별한 추억을 갖게 됐다고 들었다.

    LACROIX 메종 르사주에는 랍스터 소품을 자수로 완성해달라고 의뢰했다. 그건 지금은 세상을 떠난 무슈 르사주의 어머니를 위해 스키아파렐리가 디자인한 허리 벨트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됐다. 내 친구인 무슈르사주도 18개월 전 세상을 떠났다. 그가 없는 공방을 방문하는 건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이렇듯 나와 스키아파렐리 사이엔 르사주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무슈 르사주의 어머니는 엘자 여사의 주요 거래처 중 하나였고, 그녀와 작업을 많이 했다. 아주 훌륭한 분이다. 그들이 세상에 없다는 것은 무척 슬픈 일이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인상적인 결과물을 완성했고, 그들의 작업 역시 무척 자랑스럽다.

    VOGUE 스키아파렐리 아카이브는 물론, 첫 작업을 통해 엘자 여사와 교감을 나눈 지금, 스키아파렐리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생겼나?

    LACROIX 그 신비와 미스터리가 더 깊어졌다. 30년대 초 그녀가 스포티하고 캐주얼한 룩으로 얼마나 큰 성공을 거뒀는지 발견할 수 있었고, 40년대 들어 더 독특하게 변화한 컬렉션을 볼 수 있었다. 디자이너로서 이런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더 연구하고 이해할 필요성을 느꼈다.

    VOGUE 당신과 스키아파렐리 사이에는 공통점이 꽤 많다. 디자인에 대한 감성이나 화려한 장식 등등. 그렇다면 다른 점은 뭔가?

    LACROIX 그녀는 여자다. 자신의 일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은 여자였다.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다닌 덕분에 개성이 겉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피팅 중이나 스케치 때, 그리고 색상, 옷감, 장식을 고르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스‘ 키압다운’ 룩이 뭔지 고민하고 망설였다. 그녀와 나의 비슷한 부분에 주목해야 했다. 그녀와의 차이점은 차분한 레이스 디테일을 선호하는 내 작업을 통해 알게 됐다. 그녀는 좀더 세밀하고 건축적인 요소에 빠져 있었다. 이번 컬렉션을 보고 그녀가 어떻게 반응했을지는 내겐 영원한 미스테리다.

    VOGUE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남자 디자이너와 여자 디자이너 사이에는 분명 다른 접근법이 존재한다. 당신과 스키아파렐리의 디자인 접근은 어떻게 다를까?

    LACROIX 엘자에게는 개성과 시대를 초월하는 모던함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크 고전주의만큼 영원불멸의 모던함과 무모함, 시적인 강인함과 신비로움! 하지만 나 역시 남자와 여자 디자이너에게는 서로 다른 중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은 드레스를 입지 않기에, 여자들의 옷에 대해 환상적이고 다소 몽환적인 접근법을 취한다. 남성복을 디자인하던 당시 내 접근 방식은 훨씬 현실적이었다. 또 내부에서 끌어올리는 이상적인 ‘워드로브’에 대한 개인적 투영이 분명 있었다. 30년대는 샤넬과 비오네와 스키압을 포함, 여러 여성 디자이너들이 풍미하던 시대였다. 전쟁 후에는 크리스챤 디올, 자크 파스, 피에르 발맹 등 남자 디자이너들이 덜 실용적이고 더 환상적인 실루엣으로 디자인을 대체했다.

    VOGUE 코코 샤넬과 엘자 스키아파렐리는 당시 시대를 앞선 혁명적 여인들이었다. 메종 스키아파렐리의 부활로 두 디자이너가 또다시 같은 시대에 이름을 함께하게 됐다. 과거와 같은 경쟁 구도가 다시 형성될까?

    LACROIX 샤넬은 더 이상 ‘코코 애티튜드’를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칼 라거펠트의 철학을 많이 담아낸다. 스키압의 미래 디자이너들은 샤넬뿐아니라 다른 패션 하우스들과 경쟁해야 한다.

    VOGUE 불경기가 계속되다 보니, 패션 산업 전체가 ‘잘 팔리는 옷’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됐다. 스키아파렐리는 엄밀히 말해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이름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메종 스키아파렐리는 어떻게 그 미학을 이어갈 수 있을까?

    LACROIX 나는 그녀와 우리 시대 간의 어떤 연결고리를 찾으려 했다. 때로 그녀의 아카이브와 영감에서 비롯된 실루엣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복제품이나 캐리커처가 아니며, 가짜 스키압도 아닌, 그녀를 대표하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연결된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기 위해 고민했다. 그녀는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재단사였다. 쇼킹 핑크만 세상에 내놓은 게 아니었다. 블랙도 사랑했으며, 과거에 대한 연민은 물론, 미래에 집중하는 디자이너였기에 모든 게 가능했다. 2013년의 스키아파렐리는 단언컨대, 혁신적이다. 어딘지 미완성된 작품이며 높고 낮음의 역설인 동시에, 예상치 못한 비율이다. 또 극도로 동시대적인 여성성을 표현한다. 무엇보다 파리 그 자체다! 이탤리언보다 파리지엥, 그리고 프렌치로 여겨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하우스의 방향은 디에고 델라 발레 회장에게 달려 있다. 세상은 이처럼 변했고, 아시아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액세서리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글로벌화된 세상에서 우리는 더 특별하게 개성을 표출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하우스가 필요할 것이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울 듯하다.

    VOGUE 메종 스키아파렐리의 의미 있는 첫 부활에 기여한 라크로와 당신이야말로 살아 있는 증인이다. 그 임무를 마쳤으니, 이제 당신은 어디로 돌아갈 예정인가? 그런 뒤 어떤 생활들이 당신을 기다리나?

    LACROIX 패션 하우스를 떠난 뒤 그동안 무대 의상을 제작했고, 얼마 전 프랑스 남부에서 전시 작업을 마쳤다. 모던 아트 전시인데 내가 큐레이팅을 담당했다. 곧 독일에서는 1년 내내 열릴 오페라 작업을 앞두고 있다. 무대, 무대, 무대! 당분간 무대에 집중할 것 같다. 그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 작업이다. 나에겐 유명 오페라 가수들이 꾸뛰르 고객이다. 그들은 형태와 실루엣 모두 다른 것을 요구한다. 무대와 꾸뛰르의 차이? 꾸뛰르는 쇼를 위한 작업이다.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머리를 매만지고 예쁘게 화장한 뒤 특정 관객들을 위해 만든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포즈를 취한다. 반면 오페라는 더 많은 대중을 위한 공연이자 연극이며, 살아 움직이는 라이브 퍼포먼스다. 나는 어떤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트렌드나 하우스의 역사, 시즌, 그리고 컬러를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연기자들을 바라보며 작업한다. 참, 호텔 데커레이션도 두 군데를 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일련의 작업들로 세상과 소통할 웹사이트도 구상 중이다. 오픈하면 <보그 코리아>에 바로 전하겠다. 한국에서도 나를 찾아주길 기다리겠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신광호
      포토그래퍼
      Won Ki Seo
      스탭
      취재/여인해(패션 칼럼니스트)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