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초 마니아가 공개하는 향초 사용법

향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Scent Surrounding’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주인공은 여느 값비싼 인테리어 소품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향초! 9명의 향초 마니아들이 그들만의 향초와 사용법을 공개했다.



Q1 요즘 애용하는 향초는?
Q2 내 인생 최고의 향초와 그 이유는?
Q3 나만의 특별한 향초 활용법은?
Q4 즐겨 찾는 향초 쇼핑 플레이스는?

김재현(‘쟈뎅 드 슈에뜨’ 대표)
A1 왁스(Waks), 엄비엉스 데 잘프스(Ambiance des Alps), 오뜨루빠(Autrepart), 프레쉬(Fresh), 푸제르스(Fougeres). A2 매일 아침 눈뜰 때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향초를 늘 곁에 두고 켜놓는 편이다. 따라서 개당 1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가 브랜드는 일단 아웃! 잔향은 고급스럽되 가격은 5만원 이하의 ‘착한 향초’를 물색하던 중 청담동 향초 전문 셀렉트숍 ‘센티멘탈’을 알게 됐다. 이곳에서 발견한 왁스, 엄비엉스 데 잘프스, 오뜨루빠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브랜드. 이 중에서도 요즘 애용하는 건 엄비엉스 데 잘프스의 ‘로제(Rosée)’! A3 집에서 담배를 피울 때나 요리할 때 향초를 항상 켜둔다. 집안 곳곳에 담배 연기나 음식 냄새가 배는 걸 막아주기 때문. 향초 심지를 자를 때 쓰는 전용 가위, ‘윅 트리머’는 향초 마니아라면 꼭 갖춰야 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A4 청담동에 위치한 센티멘탈. 부담 없는 가격대의 유럽산 향초들로 가득해 선물을 고를 때도 그만이다.

강기태(‘메종 데 부지’ 대표)
A1 메종 데 부지(Maison des Bougies), 딥티크(Diptyque), 바이레도(ByRedo), 아스티에 드 빌라트(Astier de Villatte), 멧엣렌(Mad et Lan), 산타 마리아 노벨라(Santa Maria Novella), 호텔 코스트(Hotel Costes). A2 메종 데 부지 ‘마라케시 포 로랑(Marrakesh for Laurant)’은 우디 플로럴 향으로 상쾌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특히 그란데 사이즈(무려 1.2kg)는 세 개의 심지로 이뤄져 일반 향초에 비해 발향이 우수한 편. 멧엣렌 ‘베티버(Vetiver)’는 묵직한 잔향이 매력적이며, 딥티크 ‘휘기에(Figuier)’는 상큼한 무화과 향이 마음에 쏙 든다. A3 집 안에서 가장 넓은 공간인 거실엔 발향이 우수한 프루티나 플로럴 우디 계열 향초를 비치하고, 욕실이나 옷 방에는 산뜻한 시트러스 계열을 갖다 둔다. 두 개 이상의 향수를 섞어 뿌리는 ‘향기 레이어링’처럼, 향초도 두세 가지 서로 다른 향을 한꺼번에 켜보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공기 흐름이 원활한 창가나 현관 통로엔 감귤처럼 신선한 시트러스 계열, 혹은 바닐라처럼 감미로운 제품을 추천하며, 코너에는 계피처럼 톡 쏘는 스파이시 계열의 향초를 비치해보라. A4 압구정 갤러리아 딥티크 매장,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 내 라이프스타일 섹션.

김수향(‘수향’ 대표)
A1 수향(Soohyang), 딥티크(Diptyque), 꼼데가르쏭(Comme des Garçons), 아닉 구딸(Annick Goutal), 르 라보(Le Labo), 조 말론(Jo Malone), 아쿠아 디 파르마(Acqua di Parma), 힐리(Heeley), 아스티에 드 빌라트(Astier de Villatte). A2 힐리와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é)의 콜라보레이션 향초 ‘모스(Moss)’, 수많은 향 중 모시(Mossy) 노트를 가장 좋아하는데, 프레시한 모시 계열 향초는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편. 런던에서 탄생한 니치 퍼퓸사, 힐리는 모시 노트 향초를 취급하는 유일무이한 브랜드인데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메종 키츠네의 디자인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두 번째로 즐기는 향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모노클>과 콜라보레이션한 꼼데가르쏭의 ‘히노키(Hinoki)’. 교토 지방을 테마로 한 매혹적인 향이다. 수향의 ‘이태원 565(Itaewon 565)’는 이태원 향초 셀렉트숍 ‘수향’의 대표 향수다. 야생 풀잎과 꽃향기를 떠올리며 만들었다. A3 현관에는 꼭 불을 붙이지 않아도 향이 잘 퍼지는 우디나 오리엔탈 계열 향초를 놓아둔다. 침실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린 계열로 향을 자주 바꿔가며 사용하는데, 잠들기 전 2시간 가량 사용하면 다음날 출근 준비할 때까지 잔향이 머문다. 부엌엔 음식 냄새를 없애기 위해 수시로(식사를 하지 않을 때에도!) 켜두는 편. 잡내 제거엔 시트러스 계열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 다 쓴 향초의 유리병은 남은 바닥을 중탕으로 완벽히 녹여 없앤 다음, 페이퍼 타월로 닦아 재활용한다. 주로 시향지를 꽂아두거나 향수 샘플들을 담아 놓는데 보기에도 참 예쁘다. A4 청담동 10 꼬르소 꼬모, 신사동 쿤 위드 어 뷰, 니치 퍼퓸 전문 온라인 몰(luckyscent.com)

정윤기(스타일리스트)
A1 시흐 트루동(Cire Troudon), 아닉 구딸(Annick Goutal), 딥티크(Diptyque), 메모(MEMO), 아쿠아디 파르마(Acqua di Parma), 프레쉬(Fresh), 산타 마리아 노벨라(Santa Maria Novella). A2 100% 식물성 왁스, 순면 심지, 이탈리아 장인이 하나하나 입으로 불어 만든 유리병으로 완성된 시흐 트루동의 ‘발모랄(Balmoral)’, 배, 복숭아, 로즈 머스크, 그린 그래스, 바닐라 등 달콤발랄한 향의 집합체 아닉 구딸(Annick Goutal)의 ‘쁘띠 셰리(Petite Chérie)’, 마지막으로 딥티크 ‘베이 노아(Baies Noire)’. 딥티크의 베스트셀러 베이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불을 붙이지 않아도 은은한 장미 향이 퍼진다. A3 침대 옆, 욕실 입구, 거실 테이블이나 사무실 선반 등 곳곳에 향초를 놓아둔다. 침실에 비치한 건 스트레스 해소와 숙면 유도용으로, 욕실은 습기를 없애기 위해, 거실과 사무실에서는 향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으로 즐긴다. A4 침대 옆 향초는 잠들기 1시간 전에 미리 켜두었다가 방에 들어가서는 바로 끄는데, 잠들기 전까지 은은한 잔향을 즐길 수 있어 좋다. 액세서리 중에선 입으로 ‘후’ 불지 않아도 고상한 자세로 초를 끌 수 있는 스누퍼를 추천한다. 디자인이 예쁜 것을 발견할 때마다 구입해 향초 옆에 세워둔다. A5 청담동 10꼬르소 꼬모, 갤러리아 백화점 내 아닉 구딸 매장, 가로수길 라이프 엔조이.

임희선(‘레흐’ 대표)
A1 카르마 카멧(Karma Kamet)의 모든 시리즈, 톰 포드(Tom Ford), 딥티크(Diptyque). A2 카르마 카멧의 ‘이집션 피그(Egyptian Fig)’, 톰 포드 ‘타바코 바니유(Tabacco Vanille)’, 그리고 90년대 말 파리 마레 지구의 패션 멀티숍 레클레르(L’eclaireur)에서 사랑에 빠진 후 한눈 팔지 않고 아껴주는 딥티크의 ‘오에도(Oyedo)’와 ‘베이(Baies)’. A3 아침 샤워 전에 미리 초를 켜두는 일은 오랜 습관 중 하나다. 욕실에서 모든 볼일(?)이 끝날 때까지 두 시간가량 쭉 켜두는 것은 기본, 오일 버너(아로마 램프)를 피워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꽉 잡아둔다. A4 향초 보디가 지나치게 매끈하거나 딱딱하게 굳어 있다면 천연 왁스로 만들어진 제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초 둘레와 심지도 꼼꼼히 체크해보라. 초 둘레는 큰데 심지가 가늘면 하루 종일 켜놔야 심지 주변만 녹아들 뿐이다. 아, 심지용 가위는 지금껏 본 제품 중 딥티크 제품이, 성냥은 콘란(The Conran Shop) 제품이 가장 예쁘고 좋았다. A5 이태원에 위치한 라이프스타일 멀티숍 비이커와 시리즈 코너, 청담동 마이분.

서정은(스타일리스트)
A1 프레쉬(Fresh), 록시땅(L’Occitane), 카르마 카멧(karmat Kamet), 산타 마리아 노벨라(Santa Maria Novella), 탄(Thann), 아쿠아 디 파르마(acqua di Parma), 딥티크(Diptyque). A2 달콤한 복숭아 향이 매력적인 프레쉬 ‘사케(Sake)’, 심신 안정을 위한 절대지존인 록시땅 ‘라벤더 릴랙싱(Lavender Relaxing)’,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세련된 디자인의 딥티크 ‘휘기에(Figuier)’와 ‘퍼 드 브아 블랙(Feu de Bois)’. A3 집에서도 늘 한몸처럼 지내지만, 출장 갈 때도 꼭 가져간다. 출장이나 여행 중엔 심신이 지치고, 시차에다 잠자리까지 바뀌어 잠을 설치곤 하는데, 집에서 맡았던 익숙한 향을 피워놓으면 여행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향초를 구입할 땐 브랜드에 구애받지 말고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자. 선물용으로 구입할 땐 향초만 붕 뜨지 않도록 그 집의 분위기나 인테리어 컨셉을 파악해 패키지를 고르는 것이 센스! A4 갤러리아 백화점 내 록시땅과 프레쉬 매장, 이태원 시리즈 코너 속 레흐 매장.

오미영(메이크업 아티스트 겸 ‘보트르’대표)
A1 보트르(Votre), 쿨티(culti), 산타 마리아 노벨라(Santa Maria Novella). A2 알싸한 플로럴 향이 매력적인 보트르 ‘오렌지 블로썸(Orange Blossom)’, 쿨티 ‘아리아(Aria)’는 차분한 우디 향이라 좋아하고, 산타 마리아 노벨라 ‘클라시카(Classica)’는 릴랙싱에 도움을 주는 바닐라 향이 일품이다. 화이트 보디에 금장 로고 디자인이 무척 고급스럽다. A3 천연 왁스로 만들어진 향초는 불을 피웠을 때보다 그렇지 않은 ‘콜드’ 상태에서 오히려 발향이 높을 수 있다. 불을 끄고 난 뒤 바로 치워버리지 말고 은은한 잔향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 또 보디 피부가 민감한 편이 아니라면 고체 향수, 솔리드 퍼퓸으로 사용해도 좋다. 욕실이나 물기가 많은 장소엔 가급적 디퓨저 대신 향초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디퓨저는 오일 베이스로 이뤄져 리드(나무심지)를 타고 물이 들어가면 향이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다 쓴 향초병은 화병으로 사용해보자. 빈티지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뷰러나 눈썹칼 등 잡다한 미용소품 정리함으로도 그만이다. 개인적으로 스누퍼는 생각만큼 연기를 기계처럼 빨아들이지 못할 뿐더러, 마지막 향을 탄내로 바꿔버리는 단점이 있어 향초 입문자라면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A4 압구정역에 위치한 쿨티 매장, 도산공원 산타 마리아 노벨라 플래그십 스토어, 보트르 웹사이트(votre.co.kr)

이선호(배우)
A1 브이디 초이스(V.D.CHOIS), 딥티크(Diptyque), 톰 딕슨(Tom Dixon), 시흐 트루동(Cire Troudon), 코보(Kobo), 포르나세티(Fornasetti), 힐리(Heeley). A2 여성스러운 플로럴 향이지만, 남자가 사용해도 절대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마음에 드는 브이디 초이스의 ‘보태니컬 가든(Botanical Garden)’. 또 레몬보다 덜 상큼하고 오렌지보단 덜 달아 시트러스 과일 중 가장 좋아하는 유자 향을 담은 코보의 ‘유주 리프(Yuzu leaf)’. A3 향초를 한 곳에만 두지 않고 밤에는 침실 근처, 낮에는 서재 등 자리를 바꿔가며 사용한다. 편리함을 위해 트레이 속에 향초들을 담아두는데, 이렇게 하면 향초 위치를 옮길 때 한결 수월하다. 거실과 방을 이어주는 복도엔 반드시 향초를 놓아두길 추천하는데, 방에서 나와 거실을 향할 때 혹은 거실에서 방으로 들어갈 때마다 코끝을 스치는 향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선물받은 향초 중 쉽게 손이 안 가는 것들은 두세 개를 동시에 피워보라. 향이 섞이면서 특별한 매력을 발산할지 모른다. 다 쓴 향초 공병은 출출할 때 한두 개씩 집어 먹는 주전부리 간식(아몬드, 말린 망고, 비스켓, 알사탕)을 담는 용도로 활용해도 좋다. 꽤 근사하다. 입으로 후후 불어 끄는 걸 좋아해 액세서리는 따로 사용하지 않는 편. A4 가로수길 어라운드 더 코너, 청담동, 이태원 비이커.

염승재(‘센티멘탈’ 포스티드 디렉터)
A1 마즈(Mage), 프라이스(Price’s), 엄비엉스 데 잘프스(Ambiances des Alpes), 스톤글로우(Stoneglow), 오뜨루빠(Autrepart), 왁스(Waks). A2 지금은 구할 수 없는 마크 제이콥스의 향수 라인 ‘스플래시’ 중에서 ‘레인’에 열광했다. 단종의 아쉬움은 그리스 향초 브랜드 왁스의 ‘레인(Rain)’으로 위로받고 있는데, 마크 향수와 흡사한 향이 난다. 왁스의 ‘파촐리(Patchouli)’도 좋아한다. 실제로 파촐리는 인도 등지에서 천연 방충제로 사용되는 재료인 만큼, 날파리 퇴치 효과도 탁월하다. 살면서 언젠가 맡아봤지만 말로 표현할 순 없는, 이런 미지의 향들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오뜨루빠의 ‘에보니(Ebony)’로 오묘한 연필심 향이 난다. A3 향초를 장시간 이용하는 마니아라면 사용 3~4시간 전 미리 냉장 보관해보자. 심지와 왁스 모두 차가워진 상태에서 불을 붙이면 평소보다 천천히 타 들어가기 때문에 향이 오래 지속되면서 촛농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휴식이 필요할 땐 집안 모든 조명을 소등하고 향초만 여러 개 피워놓는 것도 한 방법! 액세서리로 일명 ‘토치’라고 불리는 롱라이터는 거의 타들어간 ‘늙은 향초’를 되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손이 데일 염려가 없음은 물론이고. 그런데 캔들 전용 받침 ‘코스터’ 정말 왜 샀는지 모르겠다. 향초에 가려 예뻐 보이지 않을 뿐더러 활용도도 높지 않다. A4 가로수길 어바웃 에이와 청담동 센티멘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