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우아함, 벨벳 매트

올여름 끈적한 하이라이터와 번쩍거림에 집착했던 당신도 이젠 그만. 이번 시즌은 탱글탱글한 소녀보다는 도회적이고 이지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할 때다. ‘강인함 속에서 느껴지는 우아함’, 벨벳 매트 텍스처가 그 비결이다.



(위부터) 나스 ‘벨벳매트 립 펜슬 미스테리어스 레드’. 메이블린 ‘볼드 매트 바이 컬러센세이셔널 매트 4’. 바비 브라운 ‘크리미 매트 립 컬러 크러시드 플럼’. 맥 ‘레트로 매트 루비 우’. 슈에무라 ‘루즈 언리미티드 크리미 틴트 모던 레드’.

이번 시즌 백스테이지 메이크업을 슬쩍 훑어보자. 피터 필로토 쇼 모델들은 팀 버튼 영화 속 예쁘장한 고스 소녀 같았고, 마르니 쇼 모델들은 버지니아 울프를 연상시키는 시적이고 우울한 분위기였다. 안토니오 마라스 쇼 모델들은 히치콕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고, 블루걸과 드리스 반 노튼 쇼 모델들은 잉그마르 베르히만 영화 속 북유럽 여인들 같았다. “이런 메이크업은 흐릿해 보이는 게 매력이죠. 소프트 포커스를 맞춘 것처럼 말이에요.” 케네스 콜 쇼를 담당한 톰 페슈의 말처럼, ‘뽀샵’한 듯한 이 아름다운 메이크업 룩의 비결은 바로 매트한 텍스처! 펜디, 랑방, 로에베, 마크 제이콥스, 잭 포즌, 자일스 등 매트한 베이스 메이크업을 선택한 쇼들은 차고 넘쳤다.

그러니 지난여름 어려 보이기 위해 광채에 집착한 당신도 이젠 그만! 이번 시즌은 소녀보다는 이지적이고 도회적인 숙녀로 거듭날 때다. 끈적한 하이라이터와 물광 느낌보다는 우아하고 성숙해 보이는 텍스처를 추구하라는 이야기.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아영의 표현처럼 ‘강인함 속에서 느껴지는 우아함’이 키워드이니 말이다. “세련되고 우아한 매력, 제대로 관리한 듯 고급스러운 느낌이죠. 이런 메이크업은 캐시미어, 벨벳, 모직 등의 가을 소재와도 잘 어울리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은 매트 텍스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메가트렌드인 버건디, 베리 레드 등의 립 컬러와 찰떡궁합임을 강조했다. “광택을 죽이면 시크해집니다. 벨벳 텍스처의 베이스와 벨벳 텍스처의 레드 립이라! 환상의 궁합이죠. 여기에 긴 속눈썹이 어울리면 금상첨화. 영화 <딕 트레이시>에서 새틴 드레스를 입고 주제가를 부르던 마돈나가 떠오르네요. 상상해보세요. 막스마라 캐시미어 맥시 코트를 입고 악어 클러치를 든 숙녀, 번들거림 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에 벨벳 같은 레드 립! 환상적이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도 맞장구를 쳤다. “얼굴이 반짝거리면 탄력과 함께 볼륨이 있어 보입니다. 주름이나 모공이 눈에 덜 띄고 결과적으로 어리고 건강한 느낌이 들죠. 반대로 매트 텍스처는 지적이고 성숙하게 보이죠. 그리고 얼굴이 작아 보여요. 가령 배우 김민희는 언제나 베이스를 매트하게 하는데, 번들거리는 걸 싫어하기도 하지만 광대뼈가 도드라진 얼굴에 광택을 주면 얼굴이 퍼져 보이기 때문이죠. 얼굴이 크거나 광대뼈나 눈썹 뼈가 돌출됐다면 매트 텍스처가 효과적이에요.”




혹 너무 나이 들어 보이진 않느냐고? 당연히 지금의 매트 텍스처는 90년대의 텁텁한 매트가 아니다. 이름 하여 ‘벨벳 매트’. 벨벳처럼 부드럽고 캐시미어처럼 매끄러운 마무리 감을 말한다. 즉, 보송하지만 건조하지 않기에 피부는 여전히 젊고 건강해 보인다. “커버력이 좋은 스틱이나 크림 타입 파운데이션을 준비하세요. 이런 제품들은 두껍게 발리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열심히 펴 바르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펴바르다 보면 어느새 얇고 매끈한 베이스가 완성되죠. 그다음 반짝거림과 수분감이 없으며, 투명하고 피지를 흡착시켜주는 픽스 파우더로 가볍게 마무리하세요.”

다음은 매트 립 따라잡기. 반갑게도 이번 시즌 브랜드들은 매트 립스틱을 대거 출시했다. 특히 슈에무라 ‘루즈 언리미티드 크리미 틴트’는 그야말로 벨벳 매트 립스틱의 선두 주자. 캐시미어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텍스처로 입술을 물들이는데, 보송하지만 마치 입술에 막을 한 겹 입힌 듯 매끈하고 전혀 건조하지 않다. 맥과 메이블린 뉴욕은 동시에 매트 텍스처의 유행을 선포하며 ‘레트로 매트’ ‘볼드 매트 바이 컬러센세이셔널’이란 매트 컬렉션을 나란히 론칭했다. 나스의 ‘벨벳매트 립 펜슬’과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립 마에스트로’ 또한 강렬한 색상과 벨벳 매트 텍스처로 중무장하고 있다.

올여름 구입한 립 틴트와 언젠가 구입한 립 라이너만으로도 완벽한 벨벳 매트 립을 연출할 수 있다. 손대식은 “립 라인을 그리고 입술 안 쪽까지 메워주세요. 가볍게 손가락으로 펴 바른 후 마르면 다시 도포하는 형식으로 립 틴트를 여러 번 덧바르세요. 이렇게 하면 주름도 덜 보이고 절대 지워지지 않는 벨벳 매트 립이 완성됩니다. 입술이 두꺼워 고민이라면 매트 립이 입술을 작아 보이게 할 것이고, 입술이 작은 사람은 이 방법으로 얇은 입술을 한도 끝도 없이 키울 수 있어요. 그것도 아주 쉽고 티 나지 않게 말이죠. 장미희 선생님처럼 작은 입술을 이런 식으로 키우면 정말 시크해 보이죠. 예를 들어 맥 ‘립 펜슬 체리’를 입술 전체에 바른 후 이브 생로랑 뷰티 ‘베르니 아 레브르 9호 루쥬 베르니’를 덧바릅니다. 그리고 휴지로 한 번 눌러줘요. 그리고 다시 립 틴트를 덧바릅니다. 한 가지 더! 프로들은 컬러 피그먼트로 매트 텍스처를 쓰지만, 그게 없다면 픽스 파우더를 살짝 발라주세요. 절대 지워지지 않는 멋진 벨벳 매트 립이 연출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면 맥 프로 이벤트 팀 이지민 부팀장의 조언을 들어보자. “이번 시즌 버건디, 레드 립에 도전할 땐 윗입술 산을 뾰족하게 각을 잡아 연출해보세요. 독특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매트’를 ‘늙어 보인다’ ‘푸석거린다’의 동의어로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미 트렌드에 뒤처지고 있다는 증거다. 요즘 매트 텍스처는 겉은 매끈하게 보드랍고, 속은 촉촉하다. 사용 후 “별로 매트하지도 않은데?”라고 느낄 정도로. 물론 춥고 건조해질수록 입술 주름이 드러나고 피부가 땅기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걱정마저 일축한다. “그걸 단점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그게 벨벳 매트 텍스처의 멋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