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대 케이트

케이트 모스 이후 실로 오랜만에 출현한 패션 스캔들 메이커, 카라 델레빈. 흥미롭게도 두 사람 사이엔 평행이론이 형성된다. 과연,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여기도 카라, 저기도 카라, 카라가 판친다!” 언뜻 들으면 몇 년 전, 어느 중견 여자 탤런트가 우스꽝스럽게 춤추며 부르던 가요 한 곡조가 떠오를지 모른다. 요즘이야 박규리, 니콜, 한승연, 구하라, 강지영으로 구성된 아이돌 걸그룹에게 딱 어울리는 문장. 낭만적인 구석이 있다면, 백합보다 홀쭉하고 티슈 한 장을 가볍게 말아놓은 듯한 꽃 한 송이가 요즘 대세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패션 생태계에서는 전혀 거리가 먼 얘기들이다.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앉으나 서나 카라 생각이 날 정도다. 대관절 카라가 뭐냐고? 카라가 대체 누구냐고?

카라 델레빈(Cara Delevingne). 8월 말 기준, 100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워를 거느린 패션 모델(인스타그램은 200만 명이 넘는다). “Professional human being. I also love eyebrows and playing the drums!”라고 그녀는 자기 트위터 프로필에 썼다. 의역하자면, “프로 의식 투철한 1인. 눈썹과 드럼 연주를 사랑해요!” 이쯤에서 문자메시지처럼 ‘띵동’ 반응하는 건? 1992년생인 카라의 최근 활약상이나 무용담을 접하다 보면 여러모로 비슷한 인물이 떠오른다는 사실! 1974년생으로 슈퍼모델 위의 슈퍼모델로 군림하는 케이트 모스(Kate Moss)다. 자나 깨나 패션 타령인 분이라면, 두 여자 사이에 형성되는 평행이론이나 공통분모를 일찍이 파악했을 듯.

일단, 두 사람은 고향이 같다. 전 세계 톱 모델 최대 생산국인 영국 출신. 게다가 카라는 케이트를 발굴한 스톰 모델 에이전시 사라 루카스의 눈에 띄어 모델로 데뷔했다. 케이트의 신장은 모델로 치면 작은 173cm로 알려졌지만, 170에 채 미치지 못한다는 비공식 소문을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안다. 눈으로 오만 가지 표정을 짓고 콧구멍을 크게 벌름거리며 익살스럽다 못해 요즘 말로 ’엽사’에 재미 들린 카라는 175cm 안팎으로 표기된다. 둘 다 모델치고 훤칠하진 않다. 심지어 케이트는 약간 사시인 데다 안짱다리인 채로 슈퍼모델이 됐다. 카라 델레빈 역시 갤러거(영국 록 밴드 오아시스의 전 멤버)의 ‘숯검댕이’ 눈썹을 닮았다는 둥 시추를 닮았다는 둥 들창코라는 둥 놀림을 받는다. 두 사람이 크리스티 털링턴이나 커스티 흄처럼 완벽한 미모였다면 이토록 많은 팬을 거느렸을까? 일반적이고 현실적이며, 어딘지 미완성된 듯한 이미지가 소녀 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사실이다. 또 패션 피플들에겐 ‘쿨하다’는 것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기에 더없이 적절하다.

깡말랐다는 것 역시 두 사람이 영국 출신이라는 것만큼 명명백백한 공통점. 그 앙상한 몸매로 1990년대에 <The Face>를 통해 짠하고 등장해 그런지 소녀로 존재감을 보인 인물이 케이트 모스라면, 복귀한 그런지 룩의 상징, 그런지 소녀 2탄은 카라 델레빈이다. 2013년에 그런지 유행을 다시 일으킨 에디 슬리먼의 올가을 생로랑 광고 모델로 섭외됐으니까. 그런가 하면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닌 마당에, 두 명 모두 프로 모델로서 유두 노출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 최근 미국판 <W>의 ‘셉템버 이슈’ 표지 모델로 낙점된 카라는 기사 이미지 사진에서 한쪽 유두를 배꼽처럼 뭐 별거냐는 듯 드러냈다. 불혹의 케이트 모스에게도 여전히 상의 탈의는 옷 입는 것보다 더 쉽다(이 둘을 끔찍하게 아끼는 슈퍼 스타일리스트 케이티 그랜드는 자신의 <Love> 매거진 표지에 카라와 케이트가 홀딱 벗은 사진을 각각 싣기도 했다).

카라와 케이트의 나라에서 발행되는 영국판 <보그>가 두 사람을 띄우고 또 존중하는 데는 사명감이 느껴질 정도다. 케이트 모스는 사진가 코린 데이에 의해 1993년 3월호 영국 <보그> 표지에 처음 실린 후 매년 1회 이상 표지에 나온다. 영국 패션을 상징하는 보장된 얼굴이라는 얘기다. 케이트는 그때부터 지금껏 20년 동안 무려 32번이나 영국 <보그> 표지를 장식했다. 그녀의 나이와 경력에서 20여 년쯤 훌쩍 차이 나는 카라는 올해 처음 마리오 테스티노에게 찍혀 영국 <보그> 표지에 실렸다. 우연의 일치일까? 케이트가 영국 <보그> 표지에 등장한 지 딱 20년 만인 올 3월호다. 게다가 영국 보그닷컴에서는 카라 관련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뜬다.

물론 두 사람 사이의 평행이론이 <보그> 표지 외에 샤넬이나 버버리 광고 모델 같은 경사스러운 일에서만 생기는 건 아니다. 얘기 꺼내기도 조심스럽고 민망한 문제적 사건에서도 두 사람은 공통분모가 있다. 코카인 사건으로 패션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케이트 모스의 타블로이드 신문 표지를 기억하는지? 얼마 전엔 카라 델레빈 역시 약물 파문에 휩싸였다. 어찌어찌하다 버버리 프로섬 핸드백에서 흰 가루약이 든 자그마한 비닐봉지를 떨어뜨리고 만 것. 이미 팬들은 물론 파파라치 떼를 몰고 다니는 그녀였기에, 바로 그 순간을 놓칠세라 하이에나들이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로 냉큼 찍어댄 뒤 의문의 백색 가루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교집합 덕분에 패션 쪽 사람들은 카라 델레빈을 두고 ‘차세대 케이트 모스’라고 지칭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오랜만에 ‘물건’ 하나 나왔네?” 식으로 새로운 패션 슈퍼스타 탄생을 부추기는 분위기. 그렇다면, 케이트 모스의 남성 편력, 세상을 뒤흔든 스캔들, 패션&뷰티 사업과 협업, 패션모델을 너머 배우나 예술가들의 뮤즈로서의 존재감 등을 카라 델레빈도 보여주게 될까? 캘빈 클라인 속옷 광고도 찍고, 슈퍼스타들과 열애와 결별을 거듭하며 결혼도 할는지? 카라를 향한 언론의 품평을 보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할 것 같진 않다. “케이트 모스 이후, 그녀는 새로운 케이트 모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