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아이템

달콤한 향수들

2016.03.17

by VOGUE

    달콤한 향수들

    배가 불러도 달콤한 치즈 케이크의 유혹을 외면할 수 없듯, 어떠한 상황에서도 입꼬리를 올려주는 마법의 묘약으로 달콤한 향수만 한 것도 없다. 달콤하게 진화한 2013년형 향수들의 매력 속으로!

    거리를 지나다보면 3초에 한 번씩 볼 수 있다고 해서 ‘3초 백’으로 불리는 루이 비통의 스피디. 이건 비단 핸드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무실에서나 버스 혹은 지하철을 타거나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설 때 어디서 많이 맡아본 향이 코끝을 스칠 때가 있는데, 대부분 온 국민이 사랑하는 ‘3초 향수’라는 사실!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국민 향수’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 돌체앤가바나 ‘라이트 블루’, 랄프 로렌 ‘랄프’가 그 주인공으로, 향수 마니아라면 대학 시절 꼭 한번 손에 쥐어봤을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친숙함과 오묘함을 갖춰야 해요. 평범하고 익숙한 듯하지만 독창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하죠. 친숙함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향을 맡는 재미에 빠져들도록 유도합니다. ‘아, 사과 향!’ 이렇게요. 하지만 친숙함 이상의 무언가가 나와주지 않는다면 ‘흥, 이게 다네’라며 흥미를 잃어버려요. 독창성이 부족한 거죠. 달콤함으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DKNY ‘비 딜리셔스’가 ‘국민 향수’ 반열에 오르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같은 사과 향이지만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와 돌체앤가바나 ‘라이트 블루’라는 사과를 쪼개면 그 안에 우디와 앰버가 들어 있어요. 미처 예상하지 못한 오묘한 향으로 마무리해 예술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죠.” 그렇다면 차세대 ‘3초 향수’의 자리를 넘보는 2013년 신제품 향수의 특징은 뭘까? 한불화장품의 수석 연구원이자 <향수 그리고 향기>의 저자 임원철과 함께한 신상 향수 시향기.

    KENZO ‘FLOWER IN THE AIR’ 조향사 알베르토 모릴라스가 그토록 구현하고자 애쓴, 공기처럼 투명하고 가벼운 꽃 향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기존 ‘플라워 바이 겐조’의 유산이라고는 잔향에서 약간 파우더리한 머스크 향이 느껴지는 정도? 이제 좀더 가까이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다가서려는 듯, 군더더기 없이 아주 가볍고 산뜻한 장미 향을 완성했다.

    JO MALONE LONDON ‘NECTARINE BLOSSOM&HONEY’ 조 말론 런던 ‘넥타린 블라썸&허니’는 과즙으로 가득 찬 발그레한 복숭아가 떠오르는 상큼한 톱 노트로 시작해 숲 속에 흐드러지게 핀 꽃봉오리와 우디 머스크의 만남으로 마무리한다. 한마디로 구김살 없이 자란 말괄량이 막내딸 같은 향수.

    BYREDO ‘PULP’ ‘부드럽게 으깨 만든 걸쭉한 것’이란 뜻을 지닌 ‘펄프’. 바이레도 펄프는 그 이름만큼이나 오묘한 톱 노트를 지닌다. 비밀은 베르가모트, 카다멈(인도의 향신료), 블랙커런트! 하지만 곧 무화과와 적사과 향이 버무려지며 달콤한 잔향이 남는데, 이건 마치 5성급 호텔 화장실에서 날 법한 고급스러운 달콤함이다.

    GIORGIO ARMANI ‘SI’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신상 여성 향수 ‘시’. 검은색 껍질로 둘러싸인 과일(블랙커런트)의 진한 달콤함과 바닐라가 만나 인상적인 첫 향을 만들어냈다. 마치 과일 조각을 살짝 곁들인 밀크 바닐라 초콜릿을 마시는 느낌이랄까? 투명한 유리잔을 한 송이 꽃으로 장식해 섬세한 매력을 더했다.

    REPETTO ‘EAU DE TOILETTE’ 레페토 향수로 인해 다시 한 번 향수는 향이 아니라 어떤 이미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아한 발레 공연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향의 독창성은 조금 떨어진다. 샤넬 ‘코코 마드모아젤’과 비슷한 플로리엔탈 향수들의 바닐라, 머스크, 우디 향이 적절히 뒤섞인, 한마디로 ‘유럽 스타일’.

    ELIE SAAB ‘EAU DE PARFUM INTENSE’ 오렌지 블러섬의 극치를 맛보고 싶다면 엘리 사브 ‘오 드 퍼퓸 인텐스’를 선택하자. 그야말로 충실하게 오렌지꽃 향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렌지 꽃의 강한 개성이 일랑일랑, 허니 로즈와 만나면서 부드럽게 누그러진다는 것. 아니, 다독여준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그래, 때로는 성질을 죽일 때도 필요하지’라고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

    PHILOSOPHY ‘AMAZING GRACE’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이름처럼 소름끼칠 정도로 우아하진 않지만 적당히 가볍고 산뜻하며 깨끗한 느낌의 꽃 비누 향이다. 새콤달콤한 자몽 향으로 시작하지만, 체취와 어우러진 머스크 향이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무리된다.

    LOLITA LEMPICKA ‘ELLE L’AIME’ 라임과 네롤리, 코코넛 조합이 인상적인 첫 향을 만들어내지만, 코코넛 특유의 향이 너무 강렬해 하트 노트를 이루는 화이트 플라워의 매력이 제대로 발산되지 못한 롤리타 렘피카의 네 번째 향수 ‘엘렘’. 마치 롤리타 렘피카의 첫 번째 향수 ‘롤리타 렘피카’와 세 번째 향수 ‘시 롤리타 렘피카’ 사이에서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정체성은 모호해졌지만 코코넛 향을 편애하는 코코 마니아에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될 듯!

    BULGARI ‘OMNIA CRYSTALLINE L’EAU DE PARFUM’ 불가리 ‘옴니아 크리스탈린 로 드 퍼퓸’은 머스크 향의 멋진 해석을 보여준다.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아주 조금 더해지고 우디와 머스크 향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거친 향의 대명사 우디향과 우아하고 부드러운 향의 대명사 머스크 향의 공존을 가능케 한 불가리의 기념비적인 작품.

    FREDERIC MALLE ‘IRIS POUDRE’ 프레데릭 말의 ‘이리스 뿌드르’는 남녀노소가 환영하는 ‘국민 향조’인 화이트 머스크 향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여기에 달콤하고 편안한 향의 대명사 아이리스를 더한 차별화 전략으로 기존 화이트 머스크 마니아들의 코끝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TRUSSARDI ‘DELICATE ROSE’ 상큼한 풋사과와 우아한 장미 향이 어울린 트루사르디 ‘델리컷 로즈’.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장미꽃 향의 상큼한 해석이 돋보인다. 생각보다 훨씬 활기 넘치는 향이라 ‘연약한’ 혹은 ‘섬세한’을 뜻하는 ‘델리컷’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이주현
    포토그래퍼
    강태훈
    아트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션 / 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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