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패션위크의 베스트 컬렉션 10

런던의 바통을 이어 받아 9월 18일부터 23일일까지 이어진 2014 S/S 밀라노 패션위크. 그 중에서 고르고 고른 베스트 컬렉션 품평과 백스테이지 풍경들!



Prada
“용기와 힘을 지닌 여자들에 대해 사로잡혔어요. 현대 여성들은 강력한 투사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을 제 방식대로 격려하고 싶었죠. ‘옷과 함께라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행복한 컬렉션이 완성됐죠.” – 미우치아 프라다

프라다 쇼를 위해 매머드급 갤러리로 변신한 폰다치오네 프라다. 디에고 리베라를 비롯해 다른 멕시코 출신의 화가들로부터 영감 얻은 거대 벽화로 ‘트랜스폼’돼 있었죠. 모델들은 모두 운동복에서 참고한 듯 줄무늬 양말과 샌들을 신고 있었어요. 위에 덧입은 브라톱과 절개 패턴으로 강조된 가슴이 ‘나는 여자예요’라고 선포하는 듯 했구요. 미우치아 여사가 중점을 둔 것도 믹스매치. 다시 말해, ‘꾸뛰르 스포츠 룩’으로 완성한 새 시대의 파워 우먼!




Marni
“마음에 자리 잡은 욕구를 최소화해 차분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동시에 원칙을 지키고 싶었죠.” –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

새로운 런웨이에서 쇼를 선보인 마르니. 음향 사고로 인해 배경 음악은 카메라의 셔터 소리와 틈틈이 쏟아져 나오는 박수갈채뿐(첫 쇼에서는 ‘마이 웨이’가 실수 없이 잘 들렸죠). 꾸뛰르 수준의 정교한 옷이 줄을 이었고 화이트 비즈 룩의 마지막 캣워크가 채 끝나기도 전, 쇼장은 환호로 가득했습니다. 백스테이지에 들어가 보니, 카스틸리오니 곁에서 마르니 스타일을 만들어온 영국 <보그> 패션 디렉터 루신다 챔버스는 눈물마저 글썽글썽. 쇼가 끝난 뒤 모델들이 선물로 들고 있는 건? 하얀 쇼핑 백에 든 건 마르니의 신상 가방!




Jil Sander
“무작위 집합체(Random Assemblage)의 강한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모든 것은 현대 여성들에 관한 것. 이를 바탕으로 절충해나갔어요.” – 질 샌더

점선이 그려진 회색 바닥 위에 투명 아크릴 판을 세운 질 샌더 쇼장. 핀 조명 덕분에 더 극적인 분위기가 감돌더군요. 힘을 뺀 채 우아하고 섬세한 의상들이 줄을 이었죠. 화려한 그래픽 프린트로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었구요. 질 샌더 컬렉션을 맛으로 표현한다면? 조미료 한 방울 떨어뜨리지 않은 담백한 맛, 엄마의 손맛이 낼 수 있는 깊은 감칠맛, 시원하고 청량한 맛!




Dolce & Gabbana
“이번 쇼를 한 단어로 묘사한다면 ‘무의식적인 꿈(An Unconscious Dream)’입니다.” – 스테파노 가바나

지난 남성복 쇼 때 일어난 돌발 사고(나체의 남자가 무대로 난입!)로 인해 신분증과 초대장을 대조하며 까다로운 보안을 거치고 들어온 쇼장에는 초대장에도 묘사된 울창한 꽃 나무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꽃무늬 아플리케는 물론 단골 주제인 레이스와 골드, 동전 장식 등이 등장했죠. 고대 그리스와 이오니아를 떠올리게 하는 시칠리아 문화의 또 다른 면을 훌륭하게 해석했습니다. 그야말로 흐드러진 꽃과 어울린 열정적 세뇨리타!




Fendi
“정보 과학 세계에서 영감 얻었습니다. 물 속을 통과하는 빛의 스펙트럼에서 힌트를 얻어 레이저 컷팅된 오간자를 겹친 의상을 제작했습니다.” – 칼 라거펠트

초대장부터 객석에 놓은 일러스트, 무대(밀라노 컬렉션에서 가장 긴 84m 런웨이!)까지 모두 직선과 그라데이션 일색. 폭포를 배경으로 한 무대는 지난 7월 파리에서 열린 ‘The Glory of Water’ 전시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펜디 쇼의 빠질 수 없는 백미는? 새로운 테크닉의 모피! 바느질 자국이 전혀 없는 접착 기술로 눈길을 사로잡았죠. 주얼리 디자이너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와 협업한 복슬복슬한 모피 장식의 이어 커프스도 인상적이었어요. 라거펠트의 고양이 슈페트도 좋아할 듯 하죠?




Bottega Veneta
“보테가 베네타의 기본 정신인 ‘당신의 이니셜만으로도 충분할 때(When Your Own Initials are Enough)’를 떠올렸습니다. 또 소재와 볼륨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싶었어요.” – 토마스 마이어

아침 일찍 서둘러 온 보람이 느껴진 보테가 베네타 쇼. 차분한 모노톤의 세련된 오버사이즈 셔츠, 풀 스커트, 트롱푀이유 기법을 활용해 투피스처럼 보이는 원피스들이 이어졌습니다. 구리에서 추출한 원료로 제작한 코튼 소재에 촘촘히 크리스털을 부착한 드레스도 인상적이었죠. 그을린 듯한 스모그 효과의 가방과 중세 시대가 떠오르는 대담한 액세서리들까지. 보테가 베네타 풍 ‘레이디 라이크’의 절정!




Versace
“캐주얼하고 또 캐주얼합니다. 디자이너 컬렉션의 티셔츠 한 장 가격이 2천 달러라는 게 이해가 안 된다구요? 그건 특별한 ‘뭔가’이기 때문에 값어치를 하는 겁니다.” – 도나텔라 베르사체

베르사체라면 데님도 섹시하게! 낙낙한 데님 재킷과 볼륨 넘치는 라피아 소재의 풀 스커트에 이어 검정 브라와 시스루 블라우스, 꽃무늬가 새겨진 가죽 바지에 데님을 함께 매치한 룩의 행렬. 레몬, 블루 계열의 파스텔 색상과 ‘샤방샤방’한 풀 스커트로 낭만적인 느낌도 더했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베르사체 쇼의 절정은 이브닝 드레스!




Moschino
“굿걸과 배드걸의 대조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프랑코 모스키노, 그 자체에서 영감을 얻었죠.” – 로셀라 자르디니

‘FOR FASHION VICTIMS ONLY’라고 적힌 흰 티셔츠와 함께 도착한 모스키노의 초대장. 조명이 꺼지고 붉은 커튼이 열리자, 팻 클리블랜드, 비올레타 아말리아 등 왕년의 슈퍼모델들이 아카이브 의상을 입고 걸어 나왔습니다. 장난감 비행기, 트럼프 카드, 쇼핑백 봉투 등 뭐든 패션이 될 수 있는 세상을 꿈꿨던 프랑코 모스키노의 작품이었죠. 특별 손님 글로리아 게이너는 프랑코 모스키노가 살아생전 좋아했던 ‘I Am What I Am’을 열창했죠. 그런 뒤 ‘I Will Survive’로 파티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자 로셀라 자르디니가 무대로 뛰어올라와 모델들과 한바탕 춤을 췄답니다. 화끈한 파티와 함께 막을 내린 모스키노의 30번째 생일!




Gucci
“구찌의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스포츠 웨어를 해석하고 싶었습니다. 전설적인 일러스트 작가 에르떼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죠.” – 프리다 지아니니

매끈한 광택으로 번쩍거렸던 구찌 무대. 관능적이고 화려한 ‘이탈리안 글래머’에 스포티한 매력을 곁들인 옷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지아니니는 아르누보 스타일과 에르떼의 1920~30년대 전성기 일러스트에서 힌트를 얻은 꽃무늬를 곳곳에서 활용했죠.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구찌의 뮤즈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모델들의 룩 보드를 보며 원하는 옷을 쏙쏙 골라갔다는 후문. 레드카펫에서 그녀의 신상 구찌 룩을 볼 날이 멀지 않았겠죠?




Iceberg
“아이스버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싶었습니다. 컬렉션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꿈에 그리던 도쿄에 방문한 보이 스카우트!” – 알렉시스 마샬

지방시와 파코 라반에서 경력을 쌓은 27세의 파리지엔 알렉시스 마샬. 아이스버그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취임해 데뷔 쇼를 발표했습니다. 그에게 영감을 준 건 일본 대중 문화! 그 가운데 만화입니다. 노란색 가로 줄무늬와 ‘아이스버그’에서 영감 얻은 그래픽 이미지, 일본어가 새겨진 낙낙한 스웨트셔츠는 도쿄 하라주쿠 ‘망가’를 떠올리게 했어요. 마샬의 젊은 DNA가 아이스버그를 어떻게 소생시킬진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분명한 건 그의 말처럼 아이스버그의 새로운 페이지가 열렸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