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패션 위크의 결정적 순간들.

패션 위크가 최고조에 달해 화려하게 막을 내리는 곳, 파리.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패션 대가와 재기발랄한 신인, 그리고 전세계 관객들을 압도하는 무대 장치로 가득한 파리 2014 S/S 컬렉션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Best Runway
라디오헤드의 베이시스트 콜린 그린우드의 일렉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지는 드리스 반 노튼 쇼장. 모델들은 긴긴 런웨이를 걸은 후 백스테이지로 사라지는 대신 맞은 편 금박의 벽 앞에 차례로 섰고, 피날레가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 모델과 옷을 미친 듯 찍었다. 물을 주제로 한 겐조의 무대는 물이 담긴 스피커 앰프와 인공 폭포수가 압권. 쇼가 진행되는 동안 스피커의 물은 배경 음악에 맞춰 튀었고, 모델들은 물의 요정처럼 폭포수 뒤에 도열해 있었다.




Best Performance
카와쿠보 여사는 최근 들어 가장 조형적이고 예술적인 꼼데가르송 의상을 선보였고, 배경 음악은 20벌 모두 다르게 편집됐다. 연극을 보러 온 관객처럼 사람들은 다음엔 또 뭐가 나올지 고대하며 숨죽였다. 릭 오웬스는 지극히 현실적인 체형의 미국 여대생으로 구성된 스태퍼 댄서들을 섭외, 그들의 기발한 공연으로 런웨이 쇼를 대신했다. 기운이 넘치는 건 물론, 그의 옷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기회.




Best Hairpiece
인디언과 보안관, 그리고 총잡이를 상상시킨 준야 와타나베 쇼. 스파이크가 박힌 가죽 의상과 앞코가 날아갈 듯한 앵클 부츠, 아프로 헤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리 저리 엮고 매듭 지은 프린지 장식의 저지 의상. 쇼의 백미는 호기로운 인디언 추장 같은 거대한 깃털 머리 장식! 뿌옇게 피어 오르는 먼지나 뙤약볕, 말발굽이나 총소리 하나 없이도 서부 영화 한 편을 본 기분.




Best Runway Set
로댕 미술관에 등나무 꽃을 비롯한 오색 꽃과 식물이 만발한 열대 낙원을 마련한 디올. 꽃넝쿨이 늘어진 쇼장에 들어선 순간 모두가 다물지 못한 채 기념 사진을 찍느라 정신 없었다. 새로운 실루엣으로 제안된 드레스 역시 세트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칼 라거펠트는 2014 S/S 시즌 주요 테마인 ‘아트’에서 영감을 얻어 샤넬 무대를 대형 아트 페어 현장으로 꾸몄다. 이번에도 역시 관객들은 서로 촬영하느라 분주할 수 밖에!




Best Comeback
준 다카하시는 세 시즌을 쉰 다음, 2013 F/W 시즌부터 언더커버 컬렉션을 부활시켰다. 농염하고 동화 같은 지난 컬렉션에 이어 이번엔 디스토피아와 펑크의 결합이 주를 이뤘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의상은 그 동안 절제되고 소탈한 방식에 가려진 다카하시의 타고난 반항적 기질과 사회정치적 성향이 온전히 되살아 났음을 선언했다.




Best Rookies
지난 시즌 신인 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인정 받은 양 리는 감성적인 두 번째 컬렉션을 선보였다. 벨기에 디자이너의 아방가르드, 시원스럽고 곧게 뻗은 오버사이즈 실루엣, 중국 전통 의상에서 힌트를 얻은 실용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고루 갖췄다는 평. 한편 줄리엔 도세나는 파코 라반에 스카우트된 지 두 달도 안돼 부랴부랴 데뷔 컬렉션을 준비했다. 예상 가능한 파코 라반 룩이 등장했지만, 신세대답게 산뜻하고 명쾌한 재해석한 퓨처리즘은 합격!




Best Fashionista
이태리와 프랑스 <보그> 웹사이트 석권! 이번 파리 패션 위크 최고의 패셔니스타는 김나영이다. 몇몇 쇼에서는 코리안 셀러브리티로 프론트 로를 차지하기도 했다. 로샤를 비롯 유명 디자이너의 의상도 입었지만 디자이너 박승건의 푸시버튼 의상을 입었을 때 스트리트 사진가들의 카메라 프레시가 마구마구 터졌다는 사실!




Best Final
쇼 직후 마르코 자니니의 스키아파렐리행이 공식 발표됐다. 여자라면 누구나 꿈꿨을 환상적인 옷에선 자신의 마지막 로샤 숙녀들을 가장 어여쁘게 치장하기 위해 공들인 자니니의 정성이 역력했다.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는 말과는 달리 마크 제이콥스의 루이 비통 고별 쇼는 어둠이 깔린 파리 세트를 배경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처럼 온통 검정 옷차람의 모델들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