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운동화 세탁의 진실

2016.03.17

by VOGUE

    운동화 세탁의 진실

    아스팔트와 운동장을 오가며 땀과 악취로 뒤범벅된 운동화들. 이들을 크리스털 잔뜩 박힌 루부탱 슈즈처럼 조심스럽고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면? 지금 꼭 알아야 할 운동화 세탁의 진실.

    화창한 가을 오후, 테라스가 넓은 청담동 커피숍에서 20대 후반의 두 친구가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중 창백한 피부의 긴 생머리 아가씨가 새로 나온 샤넬 보이 백에서 녹즙 한 봉지를 꺼낸 뒤 친구에게 권했다. 친구가 사양하자 긴 생머리 아가씨는 녹즙 봉지를 손가락으로 살짝 뜯어 갓난아이처럼 쭉 빨았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리자 그녀는 녹즙 봉투를 테이블에 아슬아슬하게 올려놓은 채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러자 이게 웬일! 0.1초 사이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속 흘러내리는 시계처럼 균형을 잃은 봉투에서 초록색 녹즙이 테이블을 따라 흘러 내렸다. 녹즙은 맞은편 친구가 신고 있는 메시 소재 나이키 프리런 운동화에 그대로 직행! 남편과 커플로 산 첫 번째 운동화라는 걸 강조하면서 매장에서 절대 세탁하지 말라고 했다며 친구가 큰 소리로 절규했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걸음마 시작하고 난 뒤부터 신은 운동화, 10대 시절 칫솔로 빡빡 문지르며 양지바른 곳에서 가지런히 말리던 운동화, 학창 시절 ‘신상’을 신은 날에는 친구들이 마구마구 밟아주던 그 운동화가 세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운동화는 세탁할 수 없습니다”라고 나이키 매장 직원이 단호하게 설명했다. “소모성 제품이니까요. 스스로 잘 관리하며 신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나이키 본사에서도 똑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운동화 한 켤레는 다양한 소재를 접착제로 서로 연결해놓아서 전체 세탁은 불가능합니다. 오염된 부분만 부분적으로 처리해야죠.” 아디다스 홍보팀이 촬영용 운동화를 맡기는 신사동 ‘오마이 운동화 빨래방’에서는 좀더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운동화는 세탁하면 형태가 틀어지거나 색깔이 아예 변하기 때문에 버려야 할 수도 있어요. 만약 오염 정도가 심하다면 소재에 따라 각기 다른 세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스웨이드는 전용 솔로 가볍게 오염 부분을 털어내거나 마른 천에 전용 클리너를 묻혀 부분적으로 세탁한 뒤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웨이드 전용 지우개도 있으니 부분 오염을 제거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죠.” 발 냄새가 심한 남자들은? “깔창만 따로 손 빨래하면 됩니다. 흔히 많이 신는 흰색 컨버스 운동화라면 치약을 살짝 묻혀 살살 문지른 뒤 역시 그늘에서 말려야 합니다. 흰색이라고 락스를 사용했다간 누렇게 변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한편 아식스에서는 가을이나 겨울에 많이 신는 스웨이드 운동화는 방수제를 구입해 미리 운동화 전체에 뿌리면 표면 코팅 효과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비가 오거나 눈이 많이 온 날에는 말린 후 촉촉한 천으로 흙먼지를 잘 닦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신발 안쪽에 마른 신문지를 돌돌 말아 넣어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보관하면 오랫동안 신을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 많이 신는 메시나 코튼 패브릭 운동화라면 2~3개월에 한 번쯤 엷게 희석한 세제를 부드러운 천에 묻혀 닦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운동화계의 대부 격인 나이키 에어맥스처럼 합성피혁이나 에나멜 운동화라면? 벤젠이나 시너는 금물! 알코올계 용제는 변형과 변색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비교적 물에 강한 에나멜 운동화는 세제 2~3방울을 섞은 물을 천에 적셔 털어내듯 닦으면 된다. 또 평소 에나멜 전용 클리너를 사용하거나 오래된 로션을 이용해 닦으면 깨끗이 오래 신을 수 있다. “여름철 가죽 운동화에 곰팡이가 펴서 고민하는 고객도 많습니다”라고 나이키 직원은 설명한다. “천연 소재인 가죽은 습도가 높으면 곰팡이가 잘 생기는데, 평소 보관이 중요합니다. 집에 오면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천천히 건조시키거나 신문지를 말아 넣어 습기를 제거하는 게 중요해요. 만약 곰팡이가 생겼다면 그늘에서 말린 후, 희석한 암모니아 용액을 수건에 묻혀 두드리듯 닦아내면 됩니다.”

    그렇다면 땀과 습기에 노출되기 마련인 아웃도어 슈즈들은 어떨까? 덴마크 아웃도어 슈즈인 에코 바이옴 울트라 슈즈는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신발 겉가죽을 슈트리에 끼워 고압에 고열을 분사해 밑창과 합체하는 방법으로 제작했다. 또 바늘구멍까지 막아 물에 강하다고 홍보하지만, 세탁에 대해 물어보자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론은? 그저 편안하게만 신던 운동화 한 켤레를 이젠 크리스털 잔뜩 박힌 루부탱 하이힐, 깃털로 뒤덮인 마놀로 블라닉 슈즈만큼이나 예민하고 섬세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세탁으로 인한 AS는 절대 받을 수 없다는 것!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미진
    포토그래퍼
    강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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