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지털 세상

패션 하우스의 미래는 디지털이다. 굳이 백화점에 차려입고 나가 쇼핑에 에너지를 쏟을 필요 없다. 잔고 두둑한 신용카드와 클릭 몇 번이면 충분한 패션 디지털 세상!

이제 패션 브랜드 홈페이지를 구경하다 맘에 드는 재킷을 발견하더라도, 누가 먼저 사갈까봐 부랴부랴 매장으로 달려가지 않아도 된다. 인기 아이템이 품절됐다고 휴대폰을 귀에 대고 실랑이 할 필요도 없다. 클릭 몇 번만으로도 따끈따끈한 신상이 집으로 배달되는 요즘, 잔고 두둑한 신용카드와 클릭 몇 번이면 편안하게 쇼핑을 마칠 수 있다. 바야흐로 프런트 로 쇼핑 시대!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이 패션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킨 요즘은 IT기술을 접목한 3D 패션 쇼핑도 가능하다. 그중 온라인 시장은 현재 패션 하우스들이 즐겨 쓰고, 대중에게도 호응이 높은 콘텐츠다. 기성복과 오뜨 꾸뛰르, 크루즈 컬렉션 동영상이 실시간 업데이트되며, 디자이너 인터뷰, 필름, 혹은 패션쇼에 온 유명 인사도 몇 초 후면 공개된다. 발 빠른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디지털의 이점을 차용했다. 버버리 매장에 가면 늘 아이패드를 휴대한 점원들과 마주칠 수 있다. 고객의 온라인 구매를 돕기 위해서다. 국내에 바잉되지 않는 패션쇼 의상뿐 아니라, 버버리 모든 라인의 방대한 컬렉션을 쇼핑할 수 있는 온라인 매장에는 요즘 젊은 고객들의 방문 횟수가 날로 늘고 있다.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요. 빠른 서비스는 물론,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누구보다 발 빠르게 미디어 콘텐츠 개발에 매진한 버버리답게 주문에서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도 LTE-A급. 주문 후 1시간 내에 ‘shipping’이 완료됐다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주문 의상을 손안에 받기까지 빠르면 이틀에서 길면 닷새, 배송비는 물론 본사 부담이다.

“‘월드 스토어’란 이름처럼, 온라인 구매에 관련된 모든 걸 본사에서 직접 관리해요. 타 브랜드의 온라인몰과 달리 버버리 모든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게 특징이죠. 나라별 수입 통관 문제만 없다면 제품 제한이 없어요.” 버버리 측은 오프라인 매장에서조차 온라인 구매를 권하는 편이다. “오프라인 매장과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데다 한국에 바잉되지 않는 아이템들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으니 VIP들이 좋아할 수 밖에요.” 버버리의 경우 매장 대부분이 백화점에 입점해 있어 온라인 결제만 가능하다는 게 다소 불편할 수 있다(백화점과 결제 라인이 연결된 탓). 하지만 이 역시 매장 직원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고객이 고른 옷을 모델이 입은 모습을 확인하거나 스타일링 조언까지. 만약 주문 의상이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도 환불 수수료를 걱정할 필요 없다. 런던에서 주문 상품을 배송할 때 UPS 반송 라벨도 첨부하니,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송 라벨을 붙여 다시 배송하면 끝!

물론 고가의 아이템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거나 만져보지도 않고 사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럭셔리 하우스의 온라인 구매 서비스는 그런 과정을 하이엔드 고객을 위한 일상적인 서비스로 여긴다. 그들은 매 시즌 어떤 아이템들이 등장하는지, 사이즈 스펙은 어떻게 다른지 정도는 꿰뚫고 있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상대적으로 온라인 구매를 덜 이용하는 고객들에겐 액세서리가 부담이 적다. 특히 연말이나 밸런타인데이,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과 겹치면 매출은 급상승한다고. “아시아 바잉 상품은 유럽과 다릅니다. 그래서 온라인 매장에서 예쁜 아이템을 발견할 때가 꽤 많아요. 가격은 오프라인 매장과 똑같으니 특별한 아이템을 원한다면 온라인 구매를 추천합니다.” 카탈로그를 통해 모든 제품의 가격을 확인할 수 있고, 쇼를 생중계로 볼 수 있는 등 오프라인 매장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컬렉션 직후엔 누구보다 빨리 런웨이에 선보인 의상을 주문할 수 있다. “쇼가 끝나자마자 일주일 동안 선주문을 받는데, 주문 후 바로 제작에 들어가기에 매장에 깔리기도 전에 입을 수 있어요. 한정 수량이나 품절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온라인 패션쇼에서 더 나아가, 콜라보레이션으로 완성된 피아트 자동차를 온라인에서만 선보인 구찌 역시 온라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디지털은 패션뿐 아니라 모든 업계의 미래입니다. 최첨단 기법을 동원한 디지털 아이디어가 실질적인 구매로 연결된다는 점이 요즘 패션 디지털 마케팅의 특징이죠.” 최근엔 신세계 온라인 쇼핑몰에도 론칭했다. “구찌의 온라인 전략은 확고합니다. 검색 엔진을 통해 사이트를 검색하는 고객이든, 구찌 페이스북 팬 가운데 한 명이든, 구찌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거든, 트위터 팔로워 중 한 명이든, 어떤 경로를 통하든 모두 온라인 사이트로 유도합니다.” 구찌 공식 온라인 사이트의 최종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또 다른 구찌 스토어가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 전국에 40개 매장을 운영 중인 구찌 코리아의 온라인 쇼핑몰 현황은 어떨까? “매장이 워낙 많은 데다 맨투맨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들이기에 아직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은 저조하죠. 고객들은 매장에서 제공하는 맨투맨 서비스를 여전히 원하니까요. 대신 ‘온라인 익스클루시브’를 계속 개발 중이에요. 온라인에서만 살 수 있는 뱀부 백이나 시계 등등.”

구찌의 온라인 매장은 매장 접근이 비교적 어려운 지방에서 인기다. “병행 수입 업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유통 라인도 확실치 않고 애프터서비스도 없어요. 이건 정식 쇼핑몰이기 때문에 믿고 구입할 수 있죠.” 흥미로운 사실은 구찌 온라인 매장이 군대에서도 인기라는 것. “연평도 어느 부대로 지갑이 배송된 적 있습니다. 구찌 본사에서도 깜짝 놀랐죠.” 남성이 온라인 고객의 절반일 정도로 남성 구매자가 많은 것도 구찌 온라인 매장의 특징이다(오프라인 매장에서는 30% 정도). “구찌를 애용하는 남자라면 경제력은 웬만큼 갖췄지만 바쁜 남자들이 많아요. 그래서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것 같아요. 일본과 대만에서도 비슷합니다. 남자 고객이 갈수록 늘고 있죠.” 남성뿐 아니라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일수록 정작 쇼핑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과 중에도 간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이 점점 인기를 끄는 추세다. “서비스는 오프라인 매장과 똑같습니다. 전문 쇼핑 컨설턴트로부터 조언도 구할 수 있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많아야 500여 개 상품이 진열되지만, 온라인에선 2,000가지가 넘는 상품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가방, 액세서리, 향수, 보석, 구두, 아동복까지 더하면 선택의 폭은 훨씬 넓다. “곧 스마트폰으로도 접근 가능한 모바일 커머스도 론칭 예정입니다.” 작년 겨울 모바일 커머스를 론칭한 미국의 경우 전환율(conversion rate, 웹사이트 방문자가 제품 구매, 회원 등록,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등 웹사이트가 의도하는 행동을 취하는 비율)이 70%나 상승, 온라인 쇼핑을 통한 수익은 무려 4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야말로 1,300g의 2만5,000달러짜리 시퀸 이브닝 드레스조차 스마트폰으로 구매 가능한 시대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온라인 쇼핑몰 역시 지방 고객들로부터 반응이 좋다. “매장이 많지 않는 지역에서 쇼핑이 더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세일 때는 스카프나 지갑, 벨트 같은 선물용 아이템들이 인기죠.” 직접 신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구두도 문제없다. 페라가모를 즐겨 신는 기존 VIP들의 구매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슈즈의 ‘폭’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페라가모 온라인 쇼핑몰의 장점이다. “온라인 쇼핑몰 론칭은 아시아에선 한국이 처음입니다. 지금도 콘텐츠 개발이 한창이죠. 곧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될 테니, 업그레이드될 온라인몰을 기대해주세요!”

현재 한국에서는 버버리, 구찌, 페라가모뿐이지만, 온라인 쇼핑이 럭셔리 브랜드 마케팅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이베이와 아마존이 요즘 럭셔리 아이템 판매의 주요 채널로 이용되고 있을 정도(구찌는 아마존을 공식 인증 판매처로 정했다). “미국에서는 두 번째로 쇼핑이 많이 이뤄지는 곳이 온라인입니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한국 고객들도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쇼핑 과정보다는 원하는 상품 자체에 집중하게 된 거죠”라고 버버리 하우스는 전한다. “여전히 매장에서 특별 대우를 원하지만, 고객들은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하죠.” 그들에겐 쇼핑을 위해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입고, 몇 시간씩 걸려 물건을 사는 것보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재빨리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이 훨씬 매력적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 규제 강화와 빠르고 신속한 배송 서비스 등 온라인 쇼핑 업계도 더불어 성숙해졌다. 프리미엄 온라인몰을 별도로 오픈한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은 요즘 자사 쇼핑몰을 통한 럭셔리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하면 상품 정보 뿐 아니라 관심 있는 상품에 대해 신뢰할 만한 평가까지 접할 수 있다. 판매가 이탈리아에 한정되긴 했지만 이제 자동차까지 인터넷 주문이 가능한 세상! 인쇄 매체의 미래처럼, 오프라인 패션 부티크의 미래도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