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 코트의 연가

솜사탕 같은 봄 컬러가 어둡고 차가운 이 계절에 예쁜 꽃을 피웠다. 봄바람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겨울을 꿈꾸는 파스텔 코트 이야기.

연분홍 오버사이즈 코트와 톱, 클러치와 싸이하이 부츠는 모두 셀린(Céline).

매년 이맘때쯤 회색 도시의 세련된 여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유니폼 같은 코트로 갈아입는다. 천 가지 뉘앙스를 지녔지만 어떤 룩에도 잘 어울리는 우아한 검정 롱 코트, 페르시안 고양이처럼 도도한 회색 테일러드 코트, 혹은 남녀 모두 사랑해 마지않는 캐주얼 시크의 대명사 감색 피코트 등등. 하지만 올겨울만큼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모노톤 거리에 짠 하고 나타난 연분홍과 하늘색, 민트 그린, 연노랑 등의 부드러운 컬러에 허리가 잘록 들어간 페미닌하고 로맨틱한 코트들! 봄바람 같은 파스텔컬러의 코트들이 겨울 코트의 대명사, 모노크롬 코트 대열에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 것이다.

솜사탕처럼 입안에서 살살 녹을 것 같은 이 포근한 컬러 코트들의 등장은 일단 반갑다. 가을과 겨울이면 통과의례처럼 찾게 되는 단조로운 모노톤 스펙트럼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어서다. 파격이라면 파격인 파스텔 유행의 시작은 여자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셀린으로부터 시작됐다. 봄바람에 만개한 봄꽃을 연상시키는 사랑스러운 코트들이 무대 위에서 활짝 피어났으니까. 그것도 무릎길이 스커트와 연회색 앵클부츠와 매치돼 쇼를 보는 내내 침이 꼴깍 넘어갈 정도. 패션계의 우아한 이슈 메이커, 디올의 라프 시몬스 역시 커다란 리본 칼라 장식 핑크빛 코트를 선보였다. 여성스러운 트라페즈 실루엣의 이 코트는 하우스 아카이브에서 끄집어낸 만큼 묘하게 향수를 자극하면서 우아하게 아름다웠음은 물론. 또 우아함이나 성숙함보다 어려 보이는 데 관심 있는 소녀 취향의 여자라면, 미우미우의 핑크색 땡땡이 코트와 하늘색 가로 스트라이프 코트를 이번 시즌 파스텔 코트의 최고 아이템으로 손꼽을 듯. 알록달록한 쁘띠 스카프, 스트라이프 양말과 어울린 그 코트들은 정말 사랑스러웠으니까. 여기에 설탕을 잔뜩 발라놓은 듯 달콤한 까르벤의 핑크색 모헤어 코트, 50년대 뉴룩 숙녀들이 떠오르는 프라다의 연핑크색 체크 코트, 완벽한 재단이 돋보인 질 샌더의 상큼한 오렌지 코트까지.




그렇긴 해도 그동안 블랙과 회색의 모노톤 코트들에 길들여진 여성들에겐 좀 망설여지는 일이다. 매년 유행이 바뀌더라도 꺼내 입을 수 있는 안전하고 실용적인 코트를 원하는 여자들에게도 마찬가지. 이럴 땐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의 말을 참고하자. “그저 보기에 예쁜 룩을 만들고 싶었어요. 본능적으로 이끌린 단순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것 말이죠.”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예쁜 것에 끌리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나만의 특별함을 꿈꾼다. 게다가 어떤 세계든 일단 발을 내딛고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는 법. 지금 이 순간 여자들은 당장 검정 코트와 회색 테일러드 코트를 선택할 백만 가지 이유가 있더라도 파스텔 코트에 본능적으로 마음을 뺏길지 모른다. 누가 알겠나! 칙칙한 모노톤 일색의 코트 옷걸이에서 본능에 끌리듯 파스텔 코트를 골라 든다면, 패션 테라피의 극적인 효과를 온몸으로 느끼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