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아이템

디지털 건강 팔찌

2016.03.17

by VOGUE

    디지털 건강 팔찌

    테니스 여신 세레나 윌리엄스부터 패셔니스타 칸예 웨스트까지, 이들의 손목엔 특별한 고무 밴드가 감겨 있다. 자기 관리 철저한 셀러브리티들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디지털 건강 팔찌, 대체 그 매력이 뭐길래?

    실버 뱅글과 브레이슬릿은 모두 불가리(Bulgari). 블랙 밴드는 핏빗(Fitbit) ‘플렉스’와 나이키(Nike) ‘퓨얼밴드’.

    친구들 사이에서 난 ‘팔찌 부자’로 불린다. 줄이 얇고 잔잔한 참이 달린 여성스러운 스타일이 아닌, 스터드나 펀칭이 박힌 볼드한 디자인을 선호해 주얼리 박스엔 늘 에르메스, 발렌시아가, 버버리, 씨씨 스카이(CC Skye) 등 블링블링한 팔찌들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팔찌 하나면 밋밋한 스타일에 에지를 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칭 브레이슬릿 마니아의 눈에 들어온 새로운 아이템은 바로 나이키와 핏빗(Fitbit)의 팔찌들. 스포츠 브랜드의 새로운 액세서리 라인이냐고? 천만에! 이건 내 몸을 움직이는 활력소, 건강 팔찌다.

    시작은 미국 <보그> 9월호에 실린 헬스 기사 ‘Band of Insiders’를 읽고 나서부터였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뮤즈로 불릴 정도로 남다른 스타일링 감각을 자랑하는 패션 피플 샬라 몬로케, 독일 왕족 출신의 차세대 ‘패피’ 엘리자베스 폰 쏜 운트 택시스, 디자이너 못지않은 패션 센스로 유명한 리카르토 티시의 ‘절친’ 칸예 웨스트 등의 손목에 오렐리 비더만, 까르띠에의 값비싼 뱅글과 함께 감겨 있는 그것. 바로 나이키의 ‘퓨얼밴드’였다. 이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내 지갑은 활짝 열렸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쇼핑에 나섰다. 퓨얼밴드의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만보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일반적인 걸음 수 측정 기능에 연료를 뜻하는 퓨얼(fuel)의 개념을 덧붙인 것이다. 팔찌 내부 센서를 통해 활동량이 측정되고 이를 퓨얼 포인트로 자동 환산해 화면에 표시하는데, 기본 2000포인트를 시작으로 가벼운 운동이 목표라면 3000포인트, 운동량이 많은 날엔 5000포인트 설정을 권장한다. 목표치는 녹색, 현재 달성 포인트는 적색으로 표시되며, 버튼을 누르면 차례로 퓨얼, 칼로리(소비 열량), 스텝(걸음 수), 타임(현재 시각)을 확인할 수 있고, 심지어 어플(아이폰 전용)로 일주일간의 활동량을 한눈에 확인할 수도 있다. 게다가 패션 팔찌와 레이어링해도 거슬리지 않는 심플한 블랙 디자인까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가까운 나이키 매장을 찾았지만 직원의 한마디는 이랬다. “죄송하지만 국내 미입고 제품입니다.” 그래서일까? 네이버 중고 판매 사이트에서 게시와 동시에 팔리는 물품 중 하나가 바로 퓨얼밴드란다. 결국 해외 배송을 통해 귀하신 몸들을 손에 넣기까지 열흘간의 인내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과연 퓨얼밴드는 만족스러웠나? 예스! 손목에 차는 즉시 인기 절정인 이유가 절로 납득이 갔다. 더 많이 움직여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발걸음조차 가벼워졌으니까. 무엇보다 ‘퓨얼밴더’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장점은 ‘동기부여’. “매일 정해놓은 목표량이 바로 보이니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려고 노력하죠.” 이미 1년째 ‘한 몸’처럼 지내고 있다는 한 퓨얼밴더의 간증은 사실이었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소비 열량과 섭취 열량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 등 전반적인 마음가짐이 예전과 달라진 것.

    개인적으로는 하루 종일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한 날을 제외하고는 기본 2000포인트를 넘기지 못하는 걸 눈으로 확인하며 그동안 얼마나 게으르게 살았는지 돌아보게 됐다. 고작 10분 거리가 걷기 귀찮아 백화점 셔틀버스에 몸을 맡기고, 장바구니가 들기 싫어 무료 배달 서비스 기준을 맞추려고 불필요한 물건 한두 가지를 보탰다. 출퇴근 이동 수단은 무조건 택시였고, 탕비실조차 가기 귀찮아 갈증을 참아낸 적도 여러 번이다. 러닝 머신에서 빠른 걸음으로 40분 정도 걸었을 때 소비되는 열량은 고작 350~400kcal, 이는 무심코 집어 먹은 마카롱 세 개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수치라는 것도 확인했다. 디지털 팔찌를 착용하는 요즘의 나는 출근 전 신나게 청소기를 밀고 설거지를 남편에게 미루지 않으며 5층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손목에 살포시 감겨 있는 고무 팔찌 하나로 생활 속 운동의 지혜를 배웠고, 무기력한 삶에 활력을 되찾았다. 나만의 퍼스널 트레이너가 오늘도 속삭인다. “자, 다음 주 목표량인 3000포인트를 채우려면 더욱 분주해져야겠지?”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이주현
    모델
    주민희
    스탭
    메이크업 / 김미정, 네일 / 최지숙(브러시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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