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제국

황금에 눈이 먼 남자와 여자의 황금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두뇌 싸움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 아니다. 패션 월드에 견고하게 지어진 그 이름도 찬란한 황금빛 제국 이야기다.

황금빛 주얼 장식 블라우스와 스커트, 십자가 묵주 목걸이는 모두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머리에 쓴 황금빛 선글라스는 제레미 스콧(Jeremy Scott at Handok),왼쪽 스트랩 뱅글은 ck 주얼리(ck Jewelry), 볼드한 황금빛 뱅글은 케이트앤켈리(KateN Kelly), 얇은 뱅글은 미네타니(Minetani), 오른쪽 깃털 장식 팔찌는 샤넬(Chanel).

클림트의 ‘키스’ 속 황금 드레스를 보고 눈이 먼 여자들의 로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일까? 이번 시즌 패션 월드에 찬란한 황금 왕국이 세워졌다. 금값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는 듯 단숨에 지어진 반짝이는 왕국은 클레오파트라도 반할 만한 드레스와 슈즈, 백과 액세서리들로 가득하다. 바야흐로 패션의 ‘골든 에이지’가 열렸다!

램프의 요정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멋진 황금빛 제국을 만들어낸 이는 밀라노의 돌체앤가바나. 정교하고 화려한 비잔틴 문명의 부활이라도 꿈꾸듯, 그들은 베네치안 모자이크 프린트에 골드 비즈와 스톤 장식, 자수는 물론, 황금빛 왕관과 십자가 목걸이, 귀고리, 여기에 금빛 자수 구두까지 더해 놀라운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황금 박쥐처럼 황금색 가죽으로 만든 톱과 스커트를 선보였고, 구찌 프리다 지아니니는 골드 깃털 자수로 휘감은 오리엔탈풍의 수트로 장인 정신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빛의 도시 파리에선? 발맹 루스테잉은 <아라비안나이트> 속 신밧드처럼 금색 자카드 소재로 하렘 팬츠, 롱스커트, 가죽 벨트 등을 화려하게 휘감았고, 알렉산더 맥퀸의 사라 버튼은 엘리자베스 여왕 초상화에서 볼 법한 목장식을 더한 골드 비즈와 자수 장식 드레스로 종교적 메시지를 남겼다. 또 황금빛 스팽글로 수놓인 마크 제이콥스 드레스, 로코코 스타일 골드 레이스 푸치 원피스, 겐조의 황금빛 자카드 재킷과 슈즈, 황금꽃이 활짝 핀 웅가로의 레오파드 프린트 톱, 디스퀘어드2의 금빛 비즈 장식 깃털 드레스와 액세서리 등등.




이번 시즌의 ‘골든 파워’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시즌엔 특히 강력했다. 마크 제이콥스가 선보인 무대는 자유로운 상상력의 그가 꿈꾸는 황금빛 <오즈의 마법사>였고, 로맨틱한 몽상가 안토니오 마라스가 재현한 베르사유 궁전의 황금방은 호사스럽기 그지없었으며, 노련하고 날카로운 제이슨 우의 거대하고 근사한 금빛 샹들리에는 그 하나만으로 마법 같은 시간 속으로 관객들을 안내했다. 그동안 번쩍이는 노란빛이 요란하고 촌스러워 골드 패션을 멀리했다면, 이번 시즌만큼은 금빛 아이템 하나 없는 당신 옷장이 좀 초라해 보일 것이다. 골드 아이템들은 모두의 시선을 압도하면서 ‘나 멋 좀 냈어요!’라고 노골적으로 속삭여줄 테니까. 글래머러스한 아름다움과 관능미가 불꽃처럼 되살아나길 소원한다면, 이번 시즌 골드 아이템만 한 것도 없겠다. 재킷이든, 팬츠든, 톱이든, 액세서리든, 몸에 걸치는 순간 이집트 파라오처럼 패션의 절대 권력을 쥘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