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2014 S/S 서울 패션위크에서 찾은 흑백 유행

2016.03.17

by VOGUE

    2014 S/S 서울 패션위크에서 찾은 흑백 유행

    Andy&Debb, Beyonce, Helmut Lang Perfume, Jardin de Chouette, Miss Gee Collection, Leigh, Munsoo Kwon, Alexander Wang Objects, Carolyn Bessette Kennedy, Vertigo(1958), Balenciaga 1998 S/S

    2014 S/S 서울 패션위크 후 ‘보그닷컴’ 레이더에 잡힌 대형 트렌드 하나는? 미스지 콜렉션, 앤디앤뎁, 쟈뎅 드 슈에뜨, 스티브 요니, 제인 송, 쟈니 헤잇 재즈, 럭키 슈에뜨, 카이, 그리고 김서룡, 문수 권, 레이 등에 의해 완성된 흑백 조합! 그건 샤넬 상표는 물론, 흰 종이 위에 인쇄된 검정 헬베티카 서체처럼 서울 패션 풍경을 좀더 현대적으로 바꿨다. 심지어 대도시에서 새로 전학 온 친구처럼 더없이 세련되고 깔끔한 인상.

    사실, 우린 지난 봄 해외 컬렉션을 통해 흑백 열풍에 충분히 설득 당한 상태다. 유행의 주기로 볼 때 이미 구석기 시대 역사가 되어 기억이 날지 모르겠지만, 명단은 다음과 같다. 발렌시아가, 발맹, 지방시, 생 로랑, 셀린, 스텔라 맥카트니,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 클로에, 하이더 아커만, 루이 비통, 미우미우, 샤넬, 랑방, 프라다, 질 샌더, 로베르토 카발리, 디스퀘어드2, 알렉산더 왕, 마크 제이콥스, 프로엔자 스쿨러, 마이클 코어스,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랄프 로렌, 빅토리아 베컴, 아크네, J.W 앤더슨 등등. 그들이 선보인 흑백 조합이 떠오르시나? 우리가 신뢰하는 디자이너들의 흑백 짝짓기는 무늬, 색깔, 장식, 디자인 남발에 대한 일종의 대청소였다.

    이런 현상을 통해 잠시 우리 눈이 정화 작용을 거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인생은 컬러풀’이라고 주장하는 아이폰 5C 시리즈나 백화점 1층에 쫙 나열된 화장품 브랜드의 립스틱 진열대가 더 익숙하다면? 흑백의 결정적 패션 장면으로 눈을 돌려 보시라. 영화 <현기증>에서 흰 외투에 검정 장갑을 낀 뒤 검은 머플러를 휘날리던 킴 노박, 흑백 상하의와 검정 싸이하이 부츠 차림의 블론디 멤버들, 캘빈 클라인에서 일한 탓인지 초간결 흑백 옷차림을 즐긴 캐롤린 베셋 케네디, 그리고 90년대 패션 슈퍼 스타였던 헬무트 랭 등등.

    Johnny hates Jazz, Alain Delon, Lucky Chouette, Jain Song, Blondie, Kimseoryong, Balenciaga 1998 F/W, Saint Laurent, Steve J & Yoni P, KYE

    요즘 20대들에게 그들이 박물관에서나 감상할 만한 위인들로 다가온다면, 인터넷 검색창에 ‘흑백 패션’을 쳐보시라. ‘김태희 공항 포착, 흑백 조화 패션으로 자체 발광’이라거나 ‘레드카펫의 김효진, 흑백이 잘 어우러진 패션’이라거나 ‘티파니, 배경과 하나된 흑백 패션’이란 기사에 솔깃할 것이다. 이 정도로 약한가? ‘이종석과 서인국, 핫한 남자들의 흑백 공항패션 대결’도 있고, ‘수지 사복 패션, 흑백 조화로 완벽한 컬러룩 완성!’이란 대목에서 동공이 확 열릴 듯.

    수지의 흑백 패션에 ‘완벽한’이라는 형용사를 썼으니, 이쯤에서 서울 디자이너들의 흑백 무대를 자세히 점검해 보자. 지춘희의 그래픽한 흑백 격자 무대는 마크 제이콥스가 다니엘 뷔렝에게 영감을 얻은 루이 비통의 지난 봄 쇼만큼 선명했다. 그녀는 60년대와 인어공주의 비늘을 곁들여 컬렉션을 생기발랄하게 포장했다. ‘자뎅 드 슈에뜨’와 ‘럭키 슈에뜨’의 김재현에게 흑백은 각각 글래머와 펑크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최적의 장치. 한편, 김서룡이 남자만의 ‘모던&엘레강스’를 흑백을 통해 보여줬다면, ‘문수 권’의 권문수와 ‘레이’의 이상현이 제안한 스포티즘은 흑백에 파격을 주기에 그만이었다. 스티브앤요니, 송자인, 최지형, 계한희 등의 여성복도 마찬가지다.

    이제 흑백을 두고 코엑스에서 열리는 대형 박람회의 내레이터 모델이나 성탄절을 맞아 달마시안 101마리와 크루엘라를 떠올리는 일에선 그만 빠져 나오시길. 대신, 패션쇼처럼 단호한 흑백논리를 펼치지 말고 소량의 색깔을 첨가하거나 광택이 도는 소품으로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건 어떨지. 금빛도 좋지만 은빛이 도는 메탈 소품을 곁들여야 애매하게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요즘 패션의 핵심 주제인 실용성도 환기시키니 이보다 더 기특한 색상 대비가 또 있겠나?

    부디, 서울 디자이너들의 흑백 메시지 덕분에 여러분의 일상이 더 간결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돈될 수 있기를! 정서나 심리 상태까진 아니어도, 우리의 옷장이나 맵시만큼은.

    에디터
    디지털 에디터 / 신광호(SHIN, KWANG HO)
    스탭
    Illustration/ Park Chang Yong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