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런던 패션계에서 가장 반짝이는 샛별, 시몬 로샤를 ‘보그닷컴’이 만났다.

카메라 앞에선 디자이너 시몬 로샤.

기자와 바이어들의 지지 속에 LTE 급으로 성장 중인 시몬 로샤! 2010년에 센트럴 세인트 마틴 스쿨 MA 과정을 졸업한 스물 일곱 살의 아가씨에게 런던 패션계의 기대가 크다. 그녀는 루이스 윌슨 교수(졸업생들에게 대모로 통한다)의 엄격한 심사 과정에 합격한 이들만(그녀의 혹독한 평가에 엉엉 우는 학생이 많다) 설 수 있는 세인트 마틴 졸업 작품 쇼를 거쳐 톱솝과 콜라보레이션, 셀프리지 백화점 BYT(Bright Young Things, 신인 디자이너 후원 프로젝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후 패션 이스트를 거쳐 자신의 이름으로 캣워크에 데뷔했다. 시몬의 컬렉션은 레이 가와쿠보의 눈에 들어 런던 편집매장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 단독 소개됐는데, 2013 S/S 컬렉션을 시작으로 독점 계약이 풀렸다. 그런 뒤 시몬은 삽시간에 전세계 주요 매장들을 석권해 나갔다. MA 석사과정부터 세계 곳곳에 자기 브랜드를 알리기까지 고작 3년이 걸린 것. 그리하여 현재 런던이 가장 주목하는 샛별로 떠오른 그녀를 만나기 위해 얼마 전 이사한 작업실에 들렀다. 깔끔한 공간에는 큰 회의용 테이블이 놓여 있고, 벽에는 프렌시스 베이컨의 작품 시리즈 3점이 걸려 있으며, 묵묵히 맡은 일을 처리하고 있는 2~3명의 직원들 앉아 있었다. ‘보그닷컴’이 시몬 로샤와 마주 앉아 나눈 패션 대화.

I.T. 그룹의 베이징 매장에 팝업 공간을 마련했다.

VOGUE KOREA(이하 VOGUE) 지난 9월 선보인 2014 S/S 컬렉션을 인상 깊게 봤다. 프로그램 노트에 보니 ‘코네마라’라고 쓰여있던데, 이렇게 발음하는 게 맞나?

Simone Rocha(이하 SR) 하하. 다들 그렇게 물어본다. 동네 이름은 ‘코-네-마-라 (Connemara).’ 아일랜드 서쪽의 시골 마을인데 경관이 너무 아름답다. 내가 자란 곳은 아니고(아일랜드에서 자란 건 맞지만) 결혼식이 있어 다녀왔다. 해변과 주변을 둘러싼 자연의 풍부한 질감와 감성을 컬렉션에 표현하고 싶었다. 지난 시즌 컬렉션은 중국계와 아일랜드계인 나의 두 할머니들로부터 영감을 얻은 레이디 라이크 룩이었다. 이번에는 지난 시즌과의 대조를 위해 도발적인 룩을 시도했다.

VOGUE 하지만 액세서리는 오히려 여성스럽고 한결 성숙해 보였다. 컬렉션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액센트로 훌륭했다. 액세서리 컬렉션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중인가?

SR 이번에 액세서리에 좀더 신경썼다. 데뷔 초에는 신발, 그것도 브로그(Brogue)나 퍼스펙스 힐 등이 주를 이뤘다. 액세서리를 좀더 발전시키고 싶었다. 바이크 룩과 진주 액세서리가 대조가 마음에 든다.

VOGUE 이번 컬렉션에 대해 주위에서 어떤 반응이 있었나?

SR 런던 쇼 이후 바로 파리로 떠났는데, 세일즈 결과가 아주 좋다. 새로 인연을 맺은 매장도 있는데, 가령 10 꼬르소 꼬모 밀라노에 이어 이번 시즌부터는 10 꼬르소 꼬모 서울에도 내 옷이 진열된다. 당신이 얘기했듯이 액세서리에 대한 반응도 좋다. 다들 액세서리 바잉은 물론, 시몬 로샤 컬렉션의 토탈 룩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크 트윌 코트처럼 비교적 장식이 덜한 옷을 사는 경우, 진주 디테일의 양말이나 슈즈를 곁들여 시몬 로샤 스타일의 완성도를 더할 수 있다.


시몬 로샤의 2014 봄 컬렉션은 진주 장식의 아름다운 의상과 액세서리들이 대거 등장해 젊은 아가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VOGUE 바잉이 이뤄지는 쇼룸 풍경은 어떤가?

SR 파리의 마레에 작은 쇼룸이 있다. 여기서 기자와 바이어 미팅이 이뤄진다. 엄마가 세일즈 팀을 진두 지휘한다. 엄마는 30년 가까이 패션계에서 일하며 세일즈와 유통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 이번엔 니트웨어도 포함시켰는데, 패션쇼에서는 재킷이나 드레스 안에 입혔다. 크림색에서 그린, 블랙, 그리고 장식 소재로 이어지는 캣워크 위의 흐름에 따라 옷들을 진열했다. 예전부터 손으로 직접 뜬 크로셰나 니트를 쇼에 조금씩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그 질감을 하나의 룩으로 표현했다.

VOGUE 컬렉션 전체를 통으로 구입하거나, 시몬 로샤만의 공간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SR 바잉하는 수량에 상관없이 여러 매장들이 컬렉션 전체를 소개하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니 신발이나 가방도 꼭 바잉한다. 우리에게는 그게 아주 중요하다. 어느 매장이든 거기서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정체성이 중요하다.

VOGUE 런던의 편집매장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서도 독점 판매됐었다.

SR 그곳이 나의 첫 번째 리테일 공간이다. 그쪽에서 나에게 어느 공간을 제공한 뒤 디자인해달라고 의뢰했다. 이후 여러 매장에서 이런 공간을 원했다.

VOGUE 또 어느 나라에서 시몬 로샤 옷을 살 수 있나?

SR 홍콩, 도쿄, 중국 등은 물론, 최근에는 보스턴이나 뉴욕 같은 미국의 여러 매장에서 시몬 로샤를 살 수 있다. 얼마 전엔 I.T. 그룹의 베이징 매장에 팝업 공간을 오픈했다. 물론 모든 곳에서 시몬 로샤가 다 판매돼야 하는 건 아니다.


수줍게 미소 짓는 시몬 로샤. 새롭게 꾸민 작업실을 '보그닷컴'에 공개하기로 다음을 기약했다.

VOGUE 이렇게 브랜드를 이끄는 위치에 있게 될 거라고 예전부터 생각했었나?

SR 모든 게 전략적이기보다 자연스러운 결과다. 내가 일하는 곳이 그랬고, 또 그 방식이 나의 방향을 조종한 것 같다. 브랜드가 외부 투자 없이 독립적으로 경영될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 이게 어떤 종류의 ‘럭셔리’인지 잘 안다. 시몬 로샤라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데 제약이 없다.

VOGUE 요즘 인터넷 마켓이 대세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이 시장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나?

SR 거대하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와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내 컬렉션은 네타포르테에 판매되고 있는데, 그들과 비즈니스 한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내 옷을 소개하지 못하는 지역에서 여러 사람들을 접할 수 있는 중요한 채널이다. 옷을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게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디테일을 볼 수 있는 장치나 신발과 소품 등을 함께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는 물론, 브랜드 스토리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최대한 옷 하나하나에 영혼을 불어 넣고 싶다.

VOGUE 3년 만에 많은 걸 이뤘는데, 당신의 3년 전처럼 이제 막 시작하려는 디자이너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겠나?

SR 정체성이 강해야 하고, 그것을 진심으로 믿어야 한다. 디자이너에게 컬렉션을 전개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일이다. 모두에게 컬렉션을 공개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이 하는 일이 편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곧장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에겐 무척 중요하다. 초점도 분명해야 한다. 나는 처음에 패션 이스트에서 컬렉션을 전개했다. 두 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쇼를 열었는데 다양한 방법과 방향에 대해 열린 자세로 임하는 게 중요했다. 캣워크 쇼를 바로 시작하는 것보다 프리젠테이션이나 다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패션은 직행 열차가 아니다.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다. 어느 대학을 나왔고 어떤 일을 하느냐와 상관없이 모두 다른 존재다. 밖에서 보기에는 다 같은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일을 하는 데는 수 많은 방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