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의 감독 데뷔작 <톱스타>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 <톱스타>의 주요 인물들이 모였다. <톱스타>는 성공과 행복, 그리고 욕망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묵직한 질문을 던져주고, 이들의 대화는 유쾌하다.

김민준의 재킷은 지방시(Givenchyby Riccardo Tisci), 셔츠와 팬츠는그라운드웨이브(Ground Wave), 스터드장식 부츠는 반하트 디 알바자(Vanhartdi Albazar), 보타이는 라베도(Lavedo).박중훈의 수트와 카디건, 화이트 셔츠,타이는 모두 톰 브라운(Thom Browne),슈즈는 구찌(Gucci).소이현의 펠트 코트는 랑방 컬렉션(LanvinCollection), 셔츠는 그레이하운드(Greyhound),스팽글 장식 뷔스티에는 아장프로보카퇴르(Agent Provocateur),팬츠는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슈즈는 산드로(Sandro), 타이는 디올옴므(Dior Homme), 반지는 블랙뮤즈(Black Muse).엄태웅의 재킷과 와이드 팬츠는디그낙(D.GNAK by Kang.D), 셔츠는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부츠는 반하트 디 알바자, 타이는 톰 브라운.

박중훈이 영화를 만든다면 그것은 어떤 영화여야 할까? 그는 오랫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익숙한 이름이었고, 한국 영화를 지키기 위해 발로, 술로 뛰었다. 물론 1~2년에 한 번씩 출연작을 내놓았다. 우리가 기억하는 성공한 상업영화 배우 중에서 가장 긴 시간을 ‘현역’으로, 그리고 꾸준히 활동한 이름. 박중훈이 이제 감독이 되어 나타났다. 그는 새로운 감독이며, 동시에 여전히 영화인이다. 오랜 시간 영화 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고 체험한 박중훈이 연예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첫 작품으로 삼은 건 자연스럽다. <톱스타>는 성공과 행복, 그리고 욕망에 관한 영화다. 성공을 꿈꾸는 이들이 모이는 연예계엔 톱스타의 자리에서 사고로 하루아침에 추락한 배우(김민준)가 있고, 그 배우의 매니저로 시작해 승승장구하며 욕망을 저지하지 못하는 또 다른 배우(엄태웅)가 있으며, 최고의 배우와 작품을 만드는 제작자(소이현)가 있다. 우리와 사뭇 달라 보이는 그곳의 이야기, 하지만 일을 향한 치열함과 그래프의 높낮이가 있는 인생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톱스타> 개봉을 앞두고 감독 박중훈과 주연배우 셋이 한자리에 모였다. 영화는 묵직한 질문을 던져주고, 이들은 유쾌하다. 박중훈, 엄태웅, 김민준, 소이현이 그들의 일터 너머에서 느끼는 연예인의 삶과 순간에 대해 즐겁게 얘기했다.

블랙 펠트 소재를 덧댄 코튼 셔츠는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 팬츠는디올 옴므(Dior Homme), 슈즈는 레쥬렉션(Resurrection by Juyoung).

보그 바로 며칠 전까지 부산국제영화제에 함께했었죠? 부산에서 네 사람이 마신 술 양을 한번 합해볼까요?

김민준 아, 감독님이 SNS에 올린 글 때문이군요. 이 나쁜 술들 다 마셔 없애버리자고 하셨죠? 그 양이 아마도….

엄태웅 김민준 씨는 원래 술을 잘 안 마셔요.

소이현 그런데 이번 기회에 소주에 눈을 떴죠.

김민준 취기가 오른다 싶으면 곧잘 멈췄거든요. 이젠 그 이상 올라갈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어제도 자발적으로 소주를 마셨습니다. 술을 마시니 머리 회전도 잘돼요.

박중훈 애주가라서가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술을 마시는 게 참 괜찮아요. 약간 취기가 오른 채 대화를 나누면 분위기가 딴판이거든요. 술, 화장실, 배고픔, 이 세 가지는 어떤 입장에 처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져요. 상대방은 잘 이해하지 못하죠. 술 안 마시는 사람은 맨날 마시는 사람이 싫을 거예요.

보그 부산에서 <톱스타>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어요. 물론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움직이는 곳마다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톱스타들이죠. 혹시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준 첫 순간을 기억하나요? 첫 사인 요청을 받았을 때라든가.

박중훈 그건 누구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85년 겨울쯤이었어요. 제가 고생하며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 안돼 보였는지,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가 말을 걸었어요. “수고많네. 사인할 줄 알아?” 뭐 이런 분위기에서 첫 사인을 했죠.

엄태웅 저는 아주 옛날, 운전을 해서 누나를 어딘가에 내려주다가 이유도 모르고 얼떨결에 사인해준 적이 있어요. 데뷔하고 나서는 폭주족 대장 역으로 나온 영화에서 촬영 중 쉬고 있을 때 어떤 아저씨가 사인을 요청했어요. 2000년대 초반 <데우스
마키나>라는 영화를 할 때니까 <실미도>도 찍기 전이었죠.

박중훈 데우스 뭐? 아, 그런 영화가 있었니?

김민준 네, 저도 기억나네요. 권상우 씨가 주연이었죠.

소이현 저는 데뷔작인 일일 연속극 <노란손수건> 시청률이 운 좋게도 40%가 넘었어요. 시작부터 잘된 거죠. 바로 그 드라마에서 한가인 씨와 연정훈 씨가 만났어요.(웃음)

일동 오!

소이현 그때 저는 고 3이었는데, 선생님 뵈러 학교에 갔다가 후배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한꺼번에 사인을 해줬죠.

김민준 저는 모델 생활 할 때. 옷 입는 걸 도와주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해줬어요. 몸에 자국이 나면 안 돼서 팬티도 벗고 있었죠. 아, 물론 다 벗은 채로 사인을 해준 건 아닙니다.

박중훈 우리 영화에서도 엄태웅 씨가 처음 사인을 해주는 장면이 나와요.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는 걸 체감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신기한 기분으로 사인을 하죠.

보그 사실 영화 제목과 간단한 줄거리만 들었을 땐 코믹한 톤의 영화일 거라고 짐작했어요. 그런데 예고편을 보니 질투와 배신이 깔린, 웃음기를 거둔 드라마였어요.

박중훈 대중적으로 유쾌한 이미지를 가진 제가 만들었다니 코믹한 영화를 예상한 분이 많았을 거예요. 우리 영화, 꽤 묵직합니다. 깊이 있는 얘기인데 부담스럽진 않아요.

보그 감독일 때와 배우일 때, 많이 다르죠?

박중훈 네, 많이 달라요. 우선 배우들이 절 생각하는 것보다 제가 배우들의 감정을 생각하는 부분이 더 커요. 제가 감독 경험은 처음이지만 28년 동안 영화 현장을 겪은 사람 아닙니까.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죠.


김민준의 재킷은 레쥬렉션, 롱 베스트는 페더딘 인 펄(Pethidine in Pearl), 프린트셔츠는 지방시(Givenchy by Riccardo Tisci), 팬츠는 꼬르넬리아니(Corneliani),슈즈는 구찌(Gucci), 카무플라주 타이는 콜록(Kolok). 엄태웅의 재킷과 블랙티셔츠는 카루소 바이 장광효(Caruso by Chang Kwang Hyo), 화이트 터틀넥은보기(Boggi), 팬츠와 부츠는 레쥬렉션. 소이현의 재킷은 발란타인(Ballantyne),블랙 베스트는 재희 신(Jehee Sheen), 크롭트 와이드 팬츠는 폴앤조(Paul&joe),샌들은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귀고리와 목걸이는 스톤헨지(StoneHenge), 뱅글은 생로랑(Saint Laurent).(오른쪽)

보그 감독과 배우는 정반대 지점에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죠. 그 과정과 결과에서 위대한 감독이 탄생하는 거고요. 감독 박중훈이 생각하는 위대한 감독은 누구죠?

박중훈 한국에서는 봉준호 감독을 좋아하고…. 음, 몇 사람만 뽑기가 힘드네요. 해외에선 브라이언 드 팔마를 좋아해요. 이야기의 찐득함과 그 정서가 좋아요. 데이비드 핀처는 비주얼이 세련됐고, 소위 말해 ‘쌈박’하죠.

보그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크리스토퍼 놀란은 촬영 현장에 갈 때 늘 수트 차림이라죠? 오늘 촬영 컨셉처럼 수트 차림으로 현장에 가는 건 어때요? 수트 입는 감독 박중훈!

박중훈 현장에서 수트요? 다들 깜짝 놀라겠네…. 아, 옛날에 신상옥 감독님도 그러시긴 했어요.

소이현 박중훈 감독님, 현장에서 아주 능숙한 감독이셨어요. 배우가 메가폰을 쥔 느낌이 전혀 아니었죠. 우리 넷을 자식처럼 품어주기도 했고요.

엄태웅 만약 감독이 아니라 배우로 만났으면, 제가 아무리 후배라고 해도 조금 질투하거나 의식했을지 몰라요. 친절하고 재밌지만 워낙 카리스마도 대단하니까. 이렇게 친해지지도 않았을걸요?

소이현 맞아요. 우리에겐 너무 대선배님이시니까.

박중훈 이현이와 나도 감독과 배우 조합으로 만났으니 이렇게 친구 같은 사이가 됐겠지?

엄태웅 우리 넷이 술자리를 하면, 가끔 민준이랑 이현이더러 사귀어보라고 놀리곤 해요.

소이현 아, 그런 농담을 너무 자주 했어요.

보그 김민준 씨는 지금 연애 중이지 않나요?

김민준 네, 하고 있죠.

박중훈 이현이가 서른인가? 갑자기 생각나는 어느 60대 여배우 에피소드가 있어요. 사진 촬영하고 나서 주름 좀 펴드릴까요, 했더니 이 주름 얻으려고 얼마나 긴 세월이 걸렸는데 왜 펴느냐고 했대요. 멋지죠. 그런데 요즘엔 보톡스를 너무들 맞아, 다들.

엄태웅 남자 중견 배우분 중에도 얼굴이 어색하게 빵빵한 선생님들이 계세요.

소이현 HD TV가 잡티 하나까지 다 잡아내니까요. 선생님들이 젊으셨을 때 워낙 인물이 좋았던 분들이라 그걸 잊지 못해 손을 댈 수도 있겠죠. 게다가 요즘엔 젊고 어린 연기자들과 나란히 연기할 일이 많잖아요.

박중훈 요즘엔 ‘예쁜 여자’의 초점이 대부분 20대 얼굴에 맞춰져 있어서 그래. 40대 여배우가 20대 초반을 라이벌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고. 왜들 그럴까?

소이현 그런 기준, 다 남자들이 만들어낸 것 아닌가요?

박중훈 무조건 어리면 좋아하는 그런 지질한 남자들이 정말 그렇게 많나? 그런 인식이 있다고 하니까 행동이 더욱 조심스러워져요. 얼마 전 ‘굿 다운로더’ 캠페인 촬영을 수지와 같이 했는데 내가 아무리 대선배라도 아주 조심스럽게 대하게 되더라고. 우리 큰딸이 수지와 나이가 비슷한데도.

보그 김민준 씨는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죠?

김민준 아, 감독님 말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요. 여자가 어려서 좋다고 하는 말들이 정말 진심일까 싶어요. 남녀 관계의 이끌림이 먼저겠고, 그다음에 나이를 보게 되겠죠. 보그 영화에서는 두 남자가 모두 소이현 씨에게 끌리죠. 어린 여자가 아니라, 미모에 능력과 카리스마까지 갖춘 멋진 여자니까요. 현실에서 이런 여자, 한번 정복해볼 만한가요, 부담스러운가요?

엄태웅 어휴, 굉장히 매력을 느끼겠죠. 제가 총각이면 한번 대시해보겠어요.

김민준 내 인생을 걸어도 되겠다는 순간이 있으면 ‘고’, 아니면 접을 것 같아요. 전 순간의 어떤 인상이 중요하거든
요. 저 여자다, 싶으면 끝까지 나를 걸어요. 영화에서 소이현 씨는 남자가 인생을 걸 만한 뭔가가 있는 여자로 나오죠.

김민준의 셔츠는 앤 드멀미스터(Ann Demeulemeester), 타이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팬츠는 카루소 바이 장광효(Caruso by Chang Kwang Hyo), 서스펜더는 이튼 엘러(Etten Eller at Beaker). 소이현의 도트 무늬 실크 블라우스는 모스키노(Moschino), 하이웨이스트 쇼츠는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 벨트는 레쥬렉션(Resurrection by Juyoung), 귀고리는 스톤헨지(Stone Henge), 반지는 엠주(Mzuu).박중훈의 도트 무늬 셔츠는 와코마리아(Wacko Maria at Tom Greyhound Downstairs), 서스펜더 팬츠는 페더딘 인 펄(Pethidine in Pearl), 타이는 디올 옴므(Dior Homme), 팔에 장식한 밴드는 톰 브라운(Thom Browne). 엄태웅의 머스터드 컬러의 터틀넥 니트와팬츠는 우영미(Wooyoungmi), 셔츠는 톰 브라운(Thom Browne).

보그 영화에서 톱스타인 김민준은 한순간 추락하고, 그의 매니저였던 엄태웅은 배우로 승승장구하죠. 등장인물이 연예인이라 좀더 극적이긴 하지만, 인생엔 누구나 업&다운이 있잖아요?

박중훈 연예계는 소재일 뿐, 주제가 아닙니다. 제가 영화를 잘 만들었다면, 연예계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관객들이 뭔가를 끌어낼 수 있을 거예요. 이 업계에서 수많은 ‘흥’과 ‘망’을 지켜봤어요. 저 역시 그 업&다운이 익숙하지만 여전히 적응은 안 됩니다. 그저 잘될 때 덜 나대고, 안 될 때 덜 스트레스 받는 정도의 기술을 쌓았죠. 잘될 때 좋거나 안 될 때 다운되는 건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일 거예요.

엄태웅 형은 처음부터 쭉 주연을 했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몰라요. 제 경우 조연 생활을 할 때는 작품의 흥망에 별로 동요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주연이 되니까 완전히 달라지긴 했어요. 작품이 안 되면 내 탓 같고, 미안한 마음이 생겨요.

보그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때가 오면 어떡하나, ‘끝의 순간’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소이현 그런 생각은 거의 매일 하죠.

박중훈 인기 배우와 비인기 배우의 차이는 누가 나를 많이 찾느냐, 찾지 않느냐예요. 배우는 기본적으로 콜을 받는 존재죠. 자유롭게 막 사는 사람들이 많아 보여도, 절대 안 그래요. 현장에서의 매너, 연기력, 타인과의 관계 등이 아주 중요한 직업이에요.

엄태웅 언젠가 일이 점점 줄어들 거라는 예상은 하죠. 그것에 대비할 각오도 하고 있고.

보그 엄태웅 씨는 결혼으로 인해 또 달라진 점이 있을 텐데요. 주변 사람들로부터 좀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나요?

엄태웅 제가 느껴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알게 됐으니까. 그런데 대체로는 똑같아요. 책임감은 생기지만, 철이 들진 않을 것 같아요.

박중훈 철보다는 동이 많은 친구죠, 흐흐.

김민준 저도 현재의 좌표 정도는 매일 생각합니다. 저는 단계별로 올라갔다기보다 비교적 위에서 시작해서 천천히 떨어져봤어요. 내가 괜찮은 캐스팅 보드에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까, 나는 어느 위치이고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잠자리에 누워도 잠이 안 와요. 어제도 새벽 3시 반에 깼는데 이렇게 해 질 때까지 말똥말똥하네요.

박중훈 김민준 씨는 좋은 의미로 생각이 많아요. 어느 날 저도 생각이 많아 잠이 안 오기에, 새벽 3~4시쯤 문자를 보내봤어요.

보그 그 유명한 “자니?”였겠군요.

박중훈 “민준아, 자고 있겠지?”(웃음) 그런데 즉시 답이 오는 겁니다. 1시간 넘게 수다를 떨었어요.

김민준 원래는 늦은 시각에 연락 오는 거 썩 반기지 않거든요. 평온하거나 가라앉은 상태일 때 누가 잔물결 일으키면 싫잖아요. 그날은 누구랑 얘기하고 싶은 밤이었어요. 마침 그때 문자가 온 거죠.

보그 영화의 헤드 카피가 마음에 들더군요. ‘미치도록 갖고 싶은 이름.’ 각자 미치도록 갖고 싶고 쟁취하고 싶었던 무엇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박중훈 사람과의 좋은 관계. 늘 미치도록 갖고 싶어요.

보그 충분히 그런 관계를 맺어오지 않았나요? 안성기 씨와 더불어 명실공히 영화배우들의 큰형 노릇을 하고 있죠.

박중훈 아직도 부족함을 느껴요. 일과 가족 관계 다 포함해서요. 이제 나이도 있으니 실수하지 말자, 바보처럼 굴지 말자는 생각을 자주 하죠. 그런데 술만 마시면….

엄태웅 저는 안정감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그게 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데, 휴식 시간에도 이상하게 뭔가 불안하고 그런 게 있어요.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지면 좋겠어요.

소이현 글쎄요…. 전 미치도록 갖고 싶은 게 별로 없어요.

박중훈 오~ 저 자신감. 어디서 나오는 거야?

소이현 지금껏 갖고 싶은 건 대충 가졌어요. 편안한 가정에서 큰 덕이 커요. 부유하진 않았어도 그 안에서 만족을 했죠. 배우 입장에서 하나만 생각하자면, 나중에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듣고 싶어요.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 선생님들을 부를 때의 그 마음을 담은.

김민준의 데님 셔츠는 디올 옴므(DiorHomme), 핀스트라이프 하이웨이스트팬츠는 페더딘 인 펄(Pethidine in Pearl),워커는 레쥬렉션(Resurrection byJuyoung), 보타이는 라베도(Lavedo).엄태웅의 패치워크 디테일 코트는준야 와타나베 바이 꼼데가르쏭(JunyaWatanabe by Comme des Garçons),화이트 셔츠와 타이는 톰 브라운(ThomBrowne), 팬츠는 페더딘 인 펄,워커는 구찌(Gucci).

보그 김민준 씨는 또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나요?

김민준 누구나 고전으로 알 만한 명작들 있죠? 전 그런 영화가 부러워요. 그런 영화의 주연배우가 부러운 게 아니라, 그 영화 자체가 예전부터 부러웠어요. 어떤 자리가 됐든 명작을 일궈낸 일원이라는 귀속감을 저도 가져보고 싶어요.

보그 <톱스타>가 그런 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박중훈 아, 두고 봅시다, 일단. 하하.

보그 ‘성공을 꿈꾸던 사람들이 막상 성공하고 난 뒤에도 과연 행복할까’를 반문하며 <톱스타>를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면 완전한 행복이란 뭐죠? 만약 그런 게 있다면요.

박중훈 인간의 행복은 관계에서 온다고 믿어요. 성취나 재화보다 관계가 중요할 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잊죠.

엄태웅 저는 요즘 백일이 막 지난 딸아이를 보고 있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순간순간 행복하다고 느끼면서도, 이런 게 과연 행복인가, 의문도 들죠.

김민준 저는 완전한 행복감에 대해선 잘 모르겠어요. 그저 그날그날 행복한가를 반문하는 게 가장 덜 괴로운 삶 같아요. 지금 이 순간 내가 행복한가를 자주 묻는 것.

소이현 저도 비슷해요. 엄마 아빠도 건강하고, 동생네도 잘 살고…. 전 이런 상태에 만족해요. 더 잘 벌고, 잘되는 것보다 지금 이 상태가 행복한 것 같아요.

김민준 자, 모두 다음 기회엔 소이현 씨의 결핍에 대해 한번 토론해봅시다.

보그 제가 느끼기에 소이현 씨는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 같은데요? “난 결핍 같은 거 몰라요”라고 단언한 어느 톱배우와는 다른 타입이죠.

박중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누구죠? 어떻게 결핍감이 전혀 없을 수가 있지? 그거 자체가 어마어마한 결핍감의 소유자라는 뜻입니다.

보그 하하, 그런가요? 만약 박중훈 감독이 다음번엔 톱 여배우들을 등장시켜 영화를 만든다면 그들을 어떻게 묘사하겠어요?

박중훈 글쎄요, 보통은 남자 배우보다 여배우를 좀더 예민하다고 보죠. 배우들 자체가 약간은 과민증에 걸린 사람들이라 할 수 있어요. 외양은 눈에 띄게 좋고, 카메라 앞에선 본능을 보여야 하고, 다시 그 결과물을 평가받으니까 예민할 수밖에요. 저도 오늘 오랜만에 메이크업 하고 화보를 찍어보니까… 좀 예민해지는 걸 느꼈어요.

보그 순간 다시 배우로 돌아간 느낌이셨나 봐요?

박중훈 그런 셈이죠. 다들 문자도 보내고 수다도 떨고 하는데, 배우는 좀 다른 의상을 입고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잡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집중을 안 해주거나 태도가 불량하다면 화가 날 수 있어요. 특히 여배우라면 더. 이현이는 내 말에 동의하니?

소이현 예민한 게 맞죠. 여러 사람 손도 많이 타는 직업이고요. 작품이든 화보든 사람들이 원하는 걸 뽑아내야 하고, 그 여부를 확인받잖아요.

김민준 당연히 피사체로서의 긴장감이 있을 거예요.



박중훈의 패딩 가죽이 믹스된 코트는레쥬렉션(Resurrectionby Juyoung), 화이트 셔츠와 워커는디그낙(D.GNAK by Kang.D), 팬츠는페더딘 인 펄(Pethidine in Pearl).소이현의 민소매 셔츠와 팬츠는그레이하운드(Greyhound), 엠보싱디테일의 머플러는 이세이 미야케(IsseyMiyake), 슈즈는 디올(Dior), 모자는스티브앤요니(Steve J & Yoni P),뱅글은 젬마알루스 디자인(GemmaAlus Design).

보그 까다롭고 예민한 여배우들, 물론 있죠. 하지만 그런 점이 여배우의 고유 속성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여배우와 허허실실은 어울리지 않잖아요?

박중훈 패션지 기자가 여배우를 만날 때와 우리가 현장에서 여배우를 만날 때는 좀 다를겁니다. 화보 촬영은 호흡이 짧죠. 하지만 같이 작품을 찍는다고 하면, 여배우가 털털한 성격을 가지면 가질수록 좋아요.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서 화장실도 들락날락하고, 콧물 흘리면서 우는 장면을 찍을 수도 있는데 그런 환경에서 자꾸 자기를 감추거나 별나게 굴면 작업이 잘될 리 없어요. 콧대 높고 까다로운 모습은 레드 카펫에서나 어울려요.

보그 여배우를 누나로 둔 엄태웅 씨는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죠?

엄태웅 여가수를 누나로 뒀죠.(웃음) 전 뭐 그리 특별하다는 생각 안 해요. 그냥, 동료죠. 남자 중에도 예민한 사람은 여자보다 더 예민하니까.

소이현 맞아요. 그냥 하나의 직업군으로 보는 게 옳을 거예요.

보그 감독 입장에서 <톱스타>의 유일한 여배우, 소이현 씨는 어떤가요?

박중훈 제가 영화계 들어와서 만난 여배우 중 최고입니다, 진심으로. 그게 설사 가식이라 해도 최고예요. 현장에서 아주 좋은 매너를 가졌어요. 다시 작품을 같이 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카메라로 바라볼 때 상당히 포토제닉합니다.

보그 대단한 찬사군요. 게다가 피부가 백옥 같은 데다 마르고 긴 몸을 가졌어요.

박중훈 무엇보다 소이현 씨는 웃을 때 얼굴 전체로 웃어요. 눈이나 입으로만 웃는 사람이 있거든요. 온 얼굴로 활짝 웃는 게 좋죠.

소이현 하하. 제가 입이 찢어지게 웃긴 해요.

보그 여배우 사랑이 대단하네요. 여기 엄태웅 씨와 김민준 씨도 있는데요?

소이현 에이, 감독님이 두 남자들도 얼마나 예뻐하는데요.

박중훈 그럼요. 훌륭한 배우들이니까 이렇게 첫 영화의 주연으로 불렀죠. 그런데 태웅아, 너 오늘따라 계속 말을 참 버벅거린다? 어디, 그래 가지고 우리 영화가 좋은 영화처럼 보이겠니?

엄태웅 하하하하. 이상하네, 오늘.

보그 엄태웅 씨는 재수생 시절 박중훈 씨를 보기 위해 청량리에 있는 청바지 매장까지 찾아갔다면서요. 그때 청바지 모델인 박중훈 씨가 행사 때문에 매장에 왔었다고.

박중훈 뱅뱅! 청바지 브랜드 뱅뱅이었죠.

보그 우상이었던 분과 작업해보니 어떻던가요? 홀딱 깬다거나 하는 점이 있었다면 털어놔봐요.

엄태웅 음, 아직까지 깨는 점은 없었어요.(웃음) 그저 중훈이 형은 왠지 이런 사람일 것 같다, 짐작한 바가 있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유쾌한 분이었죠. 다만 처음엔 형이 너무 ‘하이’해서 따라잡기가 조금 힘들었어요. 저는 좀 가라앉아 있는데, 형이 무슨 얘길 하고 막 웃으면… 워낙 에너지가 넘치니 따라 웃다 보면 힘이 달렸죠. 초기에만 그랬어요.

보그 오늘 보니 박중훈 감독의 코믹한 멘트에 제일 크게 반응하던데요?

박중훈 우리 영화를 보면, 이 배우들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생각을 분명 하게 될 겁니다. 배우가 얼마나 잘했는지는 제가 배우 출신이니까 잘 알아요. 그리고 인터뷰를 위해 개봉 전 감독이나 배우들을 만나 보면 이들이 충실히 영화를 잘 찍었구나, 혹은 홍보용으로 포장하려 하는구나, 그런 판단이 딱 들지 않나요?

보그 사실 주연배우들끼리 사이가 안 좋아 화보 촬영에 애를 먹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감독님은 알아서 코드가 잘 맞을 만한 배우들을 섭외한 거군요.

박중훈 그렇기도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추는 거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찍은 영화가 <톱스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