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어린 패셔니스타의 신세계

2016.03.17

by VOGUE

    어린 패셔니스타의 신세계

    지방시 밤비 티셔츠를 선물 받은 아기와 알렉산더 왕을 삼촌으로 둔 소녀까지. 할리우드 스타들도 부러워할만한 어린 패셔니스타들 의 신세계.

    뉴욕 패션 위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알렉산더 왕 쇼가 열리던 지난 9월 7일 오후 5시. 평소에는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94번 부둣가가 멋쟁이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당연히 쇼장 앞에는 이 멋쟁이들을 포착하기 위한 스타일 파파라치 부대가 포진하고 있었다. 쇼장 앞에 흩어져 있던 그들이 갑자기 먹잇감을 발견한 듯 한 곳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신상을 쫙 빼입은 셀럽이나 멋진 스타일링의 패피들이라도 도착했나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그들의 카메라가 향한 곳은 네 살 안팎으로 보이는 꼬마 숙녀. 바로 알렉산더 왕의 조카이자 요즘 인터넷 최고의 패셔니스타로 꼽히는 아일라 왕이었다.

    겨우 두 돌이 지났을 때부터 삼촌의 패션쇼를 찾기 시작한 아일라는 런웨이에 서지도 않은 알렉산더 왕 옷을 가장 먼저 ‘미니어처’ 버전으로 선사 받는 특별 손님. 악어 가죽 미니 드레스, 모헤어 재킷과 스커트에 이어, 이번 시즌엔 최고 히트작으로 꼽힐 만한 ‘19금 경고’ 티셔츠에 가죽 미니스커트, 그리고 당연하게도 발렌시아가 모터 백을 한 손에 들고 쇼장에 입장했다. 여기에 나이키의 조던 슬리퍼를 더해 ‘캐주얼’한 멋을 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꼬마 스타 스타일 덕분에 고생하는 건 물론 알렉산더 왕의 디자인 팀. 컬렉션 준비로 바쁜 가운데, 아일라를 위한 신상 미니 버전을 제작해야 하는 건 물론, 거기에 어울리는 액세서리까지 공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1년 전 아일라가 메고 있던 미니 샤넬 체인 백만 해도 인턴이 쇼가 열리기 하루 전 아일라의 몸에 맞도록 샤넬 매장에 가서 체인을 줄여온 것이라고. 아일라만큼이나 패션 피플들의 시샘(‘나도 알렉산더 왕을 삼촌으로 두었으면!’), 혹은 부러움(‘신상을 나보다 빨리 입다니!’)을 독차지한 꼬마 숙녀는 또 있다. 엄마인 빅토리아 베컴 쇼의 프런트 로에 등장한 베컴 부부의 막내딸 하퍼가 그 주인공. 평소엔 터프한 닥터 마틴 부츠와 스키니 진을 선호하는 두 살배기 꼬마는 옆자리의 안나 윈투어를 외계인 보듯 신기하게 바라보면서도 “나 저 핑크 드레스 좋아! 저 하얀색 드레스 좋아!” 등을 외치며 나름의 ‘크리틱’을 더했다. 하지만 장난꾸러기 막내딸을 프런트 로에 앉힌 데이비드 베컴에겐 진땀 나는 순간의 연속. “안나(윈투어) 바로 옆에 앉아 있었는데, 하퍼가 계속해서 일어났다 앉았다 했어요. 다리를 계속 움직이는 바람에 속으로걱정했죠. ‘제발 안나를 발로 차지만 않으면 되는데!’” 다행히도 안나 윈투어는 하얀색 베이비 돌 드레스를 입은 하퍼에게 끊임없이 사랑스러운 ‘할머니 미소’를 보냈고, 하퍼의 발도 얌전히 아빠 무릎만을 지켰다.

    물론, 하퍼와 아일라 이전에도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꼬마들이 있었다. 케이티 홈즈와 톰 크루즈의 딸 수리 크루즈는 전 세계 아동복 유행을 좌지우지했고, 안젤리나 졸리의 아이들은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파파라치들의 주목을 받았다. 또 스타일리스트 엄마를 둔 덕분에 구찌 재킷과 디올 셔츠, 톰 포드 포켓 스퀘어로 무장한 알론소 마테오는 인스타그램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겨우 다섯 살 나이에 스텔라 맥카트니부터 디올, 구찌, 마크 제이콥스, 돌체앤가바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이 ‘부티’ 잘잘 흐르는 소년의 사진만 올라왔다 하면 ‘좋아요’ 세례는 멈추지 않았다. 또 패션 황제를 대부로 둔 허드슨 크로닉도 빼놓을 수 없다. 세 살이 되자마자 아빠인 슈퍼모델 브래드 크로닉의 손을 잡고 샤넬 런웨이에 선 그는 이미 세 번이나 샤넬 쇼에 선 베테랑 모델. 샤넬 아틀리에를 놀이터처럼 여기는 행운의 꼬마로, 칼 라거펠트가 유일하게 아끼는 꼬마 신사다. 최근 파리 컬렉션에서 공개된 카린 로이펠트의 다큐멘터리 <마드모아젤 C>에서도 라거펠트와 허드슨의 정겨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허드슨 부자가 샤넬 아틀리에로 찾아오자 라거펠트가 직접 아이를 안고 인사를 나누는 장면. 자신의 고양이 슈페트를 위한 선물을 보고서 라거펠트는 꼬마에게 “우리 집에 와서 직접 전해주렴!”이라며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그러니 샤넬의 ‘리틀 블랙 재킷’ 전시에 허드슨 사진이 포함된 건 당연지사.

    하지만 지금 패셔니스타로 이름을 떨치는 아이들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으니, 바로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이름으로 화제가 됐던, 칸예 웨스트의 딸, 노스 웨스트! 리얼리티 스타인 엄마 킴 카다시안의 인기까지 더해져 이 꼬마 숙녀에 대한 패션계 관심이 뜨겁다 못해 맹렬하다.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 셀린의 피비 파일로, 랑방의 알버 엘바즈,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 등이 노스만을 위한 미니어처 컬렉션을 만들어 선물로 보냈고, 여기에 대한 답례로 킴 카다시안은 디자이너의 자필 카드와 옷을 모두 찍어 인스타그램에 자랑했다. 자신만을 위해 만든 지방시 밤비 스웨트 셔츠와 셀린 호피 슬립온을 신는 백일 된 아기라니! 이보다 일찍 셀럽 대열에 오른 패셔니스타가 또 있을까?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손기호
    기타
    PHOTO / MULTIBITS,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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