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의 행복한 일곱 청춘 2

<응답하라 1994>는 하나의 현상이다.이제 절반쯤 이야기를 풀어냈을 뿐임에도 돌풍 같은 신드롬을 일으켰다.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는 이 드라마의 일곱 청춘들을 <보그> 오케스트라 멤버로 초대했다.

손호준의 수트는 곽현주 컬렉션(Kwak Hyun Joo Collection), 셔츠는 하레(Hare), 구두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뱅글은 쥬얼 카운티(Jewel County). 김성균의 베스트와 팬츠는 다사르토(Dasarto), 도트 패턴 셔츠는 하레, 안경은 톰 포드(Tom Ford by Sewon I.T.C.). 민도희의 셔츠는 클럽 모나코(Club Monaco), 케이프와 팬츠는 미스지 콜렉션(Miss Gee Collection), 구두는 게스 슈즈(Guess Shoes). 바로의 수트는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셔츠는 레쥬렉션(Resurrection), 구두는 보테가 베네타, 타이대신 맨 주얼리는 쥬얼 카운티, 뱅글은 프라이빗 아이콘(Private Icon), 반지는 스타일난다(Style Nanda).

손호준의 수트는 곽현주 컬렉션(Kwak Hyun Joo Collection), 셔츠는 하레(Hare), 구두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뱅글은 쥬얼 카운티(Jewel County). 김성균의 베스트와 팬츠는 다사르토(Dasarto), 도트 패턴 셔츠는 하레, 안경은 톰 포드(Tom Ford by Sewon I.T.C.). 민도희의 셔츠는 클럽 모나코(Club Monaco), 케이프와 팬츠는 미스지 콜렉션(Miss Gee Collection), 구두는 게스 슈즈(Guess Shoes). 바로의 수트는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셔츠는 레쥬렉션(Resurrection), 구두는 보테가 베네타, 타이대신 맨 주얼리는 쥬얼 카운티, 뱅글은 프라이빗 아이콘(Private Icon), 반지는 스타일난다(Style Nanda).

고아라 메이크업 / 박혜령  고아라가 착용한 슬리브리스 니트 톱과 언밸런스 스커트, 핑크 컬러의 앞코가 포인트인 힐은 디올(Dior), 와이드 벨트, 머리에 한 스카프와 목에 두른 쁘띠 스카프는 미우미우(Miu Miu).

고아라 메이크업 / 박혜령 고아라가 착용한 슬리브리스 니트 톱과 언밸런스 스커트, 핑크 컬러의 앞코가 포인트인 힐은 디올(Dior), 와이드 벨트, 머리에 한 스카프와 목에 두른 쁘띠 스카프는 미우미우(Miu Miu).

성나정의 현재 남편인 김재준이 네 명의 남자 중 누구인지는 대본을 쓰고 연출하는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PD조차 모른다.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예능 출신 제작진다운 접근이다. 삼천포도 남편 후보 중 하나였지만, 8회에서 정대만과 부부 사이임을 밝히며 탈락했다. 그래서 모든 배우에게 김재준의 정체를 추리케 했더니, 고아라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뭐, 남편감 후보가 더 추가될 수도 있고요”하고 알쏭달쏭한 말을 남겼다.

성나정과 고아라 사이의 싱크로율은 50%다. 막무가내로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것은 나정과 고아라의 공통점이다. 촬영 현장에서도 나정의 모습 그대로 밝고 긍정적이기만 했다. 1990년대 문화를 잘 모르는 1990년생 고아라는 드라마 속에 푹 빠져 ‘복고 생활’을 하고 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주변을 이루는 문화까지 모두 1990년대로 되돌리고 싶을 정도다. 삐삐에 나열된 숫자에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고, 누군가로부터 삐삐가 오길 간절하게 기다릴 때의 설렘, 그리고 영화의 한 장면같이 예쁜 편지지에 손수 쓴 편지에 우표를 붙여 우편함에 넣는 애잔함이 있는 연애를 경험해보는 것이 소원이 됐다. 연약한 소녀의 모습으로 데뷔해 유리장 안에 놓인 인형의 이미지로 재단되며 살아가던 고아라에게 <응답하라 1994>는 자연스러운 인간으로 돌아가는 계기였다.

“조용하고 얌전한 이미지를 깨고 싶었어요. 처음에 제작진과 가진 <응답하라 1994> 미팅 자리에서 ‘예능 보면 실제 성격은 안 그런 것 같은데, 어때요?’ 하고 질문을 받은 순간 결정했어요. 제가 기다리던, 시골 출신 아이의 털털하면서도 엽기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응답하라 1994>의 나정은 아무렇지 않게 변기에 앉아 힘을 주고, 술만 마시면 세상에서 가장 멍한 표정으로 어설픈 윙크를 날린다.

터틀넥 니트와 팬츠는 구찌(Gucci), 재킷은 휴고 보스(Hugo Boss), 어깨에 걸친 코트는 지방시(Givenchy by Riccardo Tisci).

터틀넥 니트와 팬츠는 구찌(Gucci), 재킷은 휴고 보스(Hugo Boss), 어깨에 걸친 코트는 지방시(Givenchy by Riccardo Tisci).

강력한 김재준 후보인 쓰레기 역을 맡은 정우는 김재준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다. 누가 되더라도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응답하라 1994〉를 살아가는 이야기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20회 마지막 장면에서 결혼식 기념사진 찍는 장면이 나오며 비로소 김재준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 아닐까요?”

부산의 상업고등학교가 배경이었던 영화 <바람>의 ‘짱구’ 이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KBS2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의 ‘빵집 주인’이 되기까지 침묵의 시기를 거친 정우에게 <응답하라 1994>는 너무나 고마운 나머지 눈물이 날 것 같은 작품이다. “<응답하라 1994>를 하나의 인연으로 기억하고 싶어요. 관련된 모든 스태프, 배우들, 세트, 시청자까지 포함해 <응답하라 1994>의 모든 것이 어떤 한 사람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 사람은 내게 고마운 사람이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 너무 고마워서 더 잘해주고 싶은데 마음껏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까지 느끼고 있고요.”

<응답하라 1994>가 시작되자마자 가장 빨리 여성 팬덤을 형성한 것이 쓰레기 캐릭터다. 더러워서 쓰레기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존재인 쓰레기. 정우는 이 작품을 통해 작품을 즐길 줄 아는 배우가 되는 것을 도전 과제로 삼았다. “화면에 멋있게 나오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더 좋은 연기를 하고 싶은 욕심마저도 버리고, 백지 상태로 나를 비워내고 이야기 안에서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완벽한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는 축구 선수가 가장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것처럼요.”

셔츠는 생로랑(Saint Laurent), 베스트는 프라다(Prada), 재킷과 팬츠는 구찌(Gucci).

셔츠는 생로랑(Saint Laurent), 베스트는 프라다(Prada), 재킷과 팬츠는 구찌(Gucci).

“나정이 남편 김재준이 꼭 저면 좋겠어요. <건축학개론>, <늑대소년>에서 너무 미운털이 박혀서.” 유연석은 특히 <건축학개론>에서 ‘국민 첫사랑’ 수지와 이제훈 사이의 훼방꾼 강남 오빠 역을 맡아 ‘국민 나쁜놈’ 이미지가 질긴 인상을 남긴 탓에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항상 얄밉던 남자 유연석은 <응답하라 1994>로 이미지 반전을 노린다.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건축학개론> 때의 ‘국민 나쁜놈’ 이미지가 너무 오래가더라고요. <응답하라 1994>를 통해 ‘국민 순둥이’가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미 성공했다. 칠봉이가 김재준이든 아니든, 시청자들은 이미 달콤하고 선한 미소를 간직한 칠봉이에게 반했다. 유연석은 대본을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작가와 PD가 대략적으로 설명해주는 칠봉이의 모습만으로 확신을 품고 <응답하라 1994> 출연을 결심할 수 있었다. 야구 선수로서 앞날이 창창한 커리어에 부드러운 성격, 솜사탕 같은 외모, 게다가 일편단심으로 나정을 좋아하는 순애보까지 간직한 단점 없는 남자, 칠봉이의 긍정적인 마인드로부터 유연석은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셔츠와 팬츠는 레쥬렉션(Resurrection), 버건디 컬러 트렌치코트는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셔츠와 팬츠는 레쥬렉션(Resurrection), 버건디 컬러 트렌치코트는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사람은 익숙한 것에 끌리기 마련이에요. 칠봉이도 훌륭한 남자이긴 하지만, 결국 나정이는 익숙한 정서를 나누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익숙한 쓰레기와 이뤄지지 않을까요?” 이미 남편 후보에서 탈락한 김성균은 어떤 모습이든 아름다운 결말로 <응답하라 1994>가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균은 1980년생. 올해로 서른네 살이다. 삼천포와 똑같이 쪼잔한 일면도 있고, 겉으로는 툴툴대면서도 속으로는 정이 깊은 이 배우는 이전까지 오랜 시간 연극 무대의 가난한 배우였다. 배우 하정우에게 발견되고 감독 윤종빈에게 발탁되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통해 희대의 신 스틸러로 자리매김한 이후 <이웃사람>의 유약한 살인범, <화이>의 행동이 앞서는 냉혈한 아빠 역을 맡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아무리 ‘노안’ 설정이라 해도 스무 살 대학 신입생을 연기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다. 게다가 삼천포는 2년 일찍 학교에 들어간 ‘낭랑 18세’라는 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균이 연기하는 <응답하라 1994>는 엄연한 낭랑 18세로 보인다. 삼천포캐릭터는 애초에 신원호 PD가 <박수건달>에서 김성균의 코믹 연기를 보고 김성균을 기용하고 싶어 부러 만들었다. 김성균이 아니었다면 없어질 캐릭터였다는 의미다. “즉흥적인 연기는 익숙하지 않아서 드라마 촬영에 앞서 걱정이 많았는데, <응답하라 1994>는 대본이 상당히 일찍 나와서 충분히 준비 하고 자연스럽게 삼천포에 동화될 수 있었어요.”

셔츠와 팬츠는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안경은 그라운드브레이킹(Groundbreaking).

셔츠와 팬츠는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안경은 그라운드브레이킹(Groundbreaking).

“나정이 남편요? 그냥 제가 하고싶어요! 그냥 욕심이 나요!” 밑도 끝도 없이, 손호준은 해태가 김재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간의 근거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배우로서의 강한 애착과 무한한 애정이다. “<응답하라 1994> 덕분에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게 됐어요. 평생 배우로 살아가며 두고두고 갚아도 못 갚을 빚을 진 것 같아요. 그만큼 소중한 작품이죠!”

손호준은 정우와 이미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영화 <바람>에서 짱구의 친구 김영주 역을 맡아 폭력적인 고교 시절을 함께 보냈다. 그때부터도 손호준은 이미 의리파 사나이의 풍모를 풍겼다.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친구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는 점이 저와 많이 닮았어요. 제가 친구들과 ‘내 건 네 거고 네 건 내 거다’ 하며 지내는 스타일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순수 하지만 어떻게 보면 어리바리하게 자기 실속을 못 챙기는 해태가 지방 출신의 틀을 어서 깨고 나오길 바랍니다.” 본명으로 불리는 것보다 ‘해태’로 불리는 것이 더 즐거워진 그에게 <응답하라 1994>의 코믹한 연기는 낯선 도전이다. 특히나 김성균과 콤비를 이룰 때가 많은 그는 촬영 중에도 김성균과 가장 밀착된 곳에 있었다.

시스루 톱은 클럽 모나코(Club Monaco), 언더웨어는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Calvin Klein Underwear), 스커트는 디올(Dior).

시스루 톱은 클럽 모나코(Club Monaco), 언더웨어는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Calvin Klein Underwear), 스커트는 디올(Dior).

“김재준이 누구인지 배우들조차 모르는 상황이라 답답하긴 하죠. 정말 궁금해요! 긴가민가하지만 저는 굳이
찍자면 칠봉이로 고를래요. 쓰레기 오빠는 나정이에게 가족 같은 존재니까요.” 말하는 사이사이, 실제로도 여수에서 올라온 지 얼마 안 된 민도희의 억양에서 전라도가 묻어났다.

‘얼굴에 커튼을 친’ 극 중 헤어스타일 때문에, 민도희는 촬영장에 올 때도 일곱 배우 중 가장 극 중 모습과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무겁게 툭 떨어진 벨벳 커튼 같은 새까만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나는 것은 이제 갓 스물이 된 아이돌 소녀의 조그만 얼굴. 작년에 데뷔한 ‘타이니지’는 1,000번을 노래한 것보다 멤버 민도희의 첫 연기 도전 덕분에 유명해졌다. 모든 것이 낯설어 아직도 소곤소곤 얘기하는 민도희와, <응답하라 1994>에서 걸쭉한 전라도 입담으로 화려한 욕 놀림을 쏟아내는 윤진이는 따뜻한 마음을 편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서툰 표현만 빼닮았다. 일곱 배우 중 가장 어린 민도희는 1994년 9월생이다. 기억할 수 없는 1994년과 그녀의 현재를 잇는 것은 음악이다. “1994년의 음악을 계속 듣고 있어요! 요즘의 빠르고 화려한 댄스곡에 익숙해져서인지 서정적이고 잔잔한 당시 음악에 엄청난 매력을 느껴요. 그땐 가사가 시 같고 정말 멋져요!”

 

수트와 셔츠, 니트 모두 프라다(Prada).

수트와 셔츠, 니트 모두 프라다(Prada).

<응답하라 1994>의 마지막 장면이 “일화 아줌마의 푸짐한 저녁밥을 다 함께 모여 먹는 라스트 신이면 좋겠어요.”라고 한 바로는 ‘김재준 찾기’에 더 신이 난 모습이었다.“<응답하라 1997>에서는 윤윤제(서인국)가 남편인 것으로 결말이 났으니까 이번엔 다르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칠봉이일 것 같은데…, 또 다른 반전이 있겠죠? 아니면 반전이 없는 게 반전이 될까요? 아, 정말 모르겠다!”

요란한 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묵직한 목소리로 ‘잘 자, 자기야. 내일 봐?’ 하며 바람난 웃음을 날리던 B1A4의 래퍼, 바로를 빙그레로부터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불가능했다. 첫 연기에 도전한 바로는 빙그레 덕분에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이름을 금세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빙그레의 가장 큰 장점은 반항심 많은 나이에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아버지의 꿈을 위해 의대에 진학한 착한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캐릭터 이름을 다시 정해야 한다면, ‘맑음이’를 추천할 거예요. 빙그레가 너무 조용하다고요? 빙그레가 그 모나리자 미소 뒤에 있는 속내를 내놓는 날이 올 거예요.” 얘기하며 바로는 또 빙그레 웃었다. B1A4의 바로와 빙그레가 된 바로의 강한 보색 대비! 정말 그들이 같은 사람일까?

팔도 청춘들과의 만남은 어렵게 맞춘 시간만큼이나 정신없이 지나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된 <보그>와의 촬영과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배우들은 제각기 급히 갈 곳이 있었다. 비록 그들이 협주하는 음악은 듣지 못했지만, 연말 가장 화려한 공연의 악단이 된 그들의 모습만으로 한 곡의 심포니를 다 들은 것 같았다. 1994년의 시간이 끝나고 2013년의 시간이 돌아온 텅 빈 스튜디오엔 동시에 존재한 두 개의 시간에 대한 즐거운 향수가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