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그레이가 제안하는 헤어 스타일

세계적인 헤어 스타일리스트 피터 그레이가 한국을 찾았다. 그가 말하는 한국 여자들의 헤어스타일과 솔깃한 어드바이스.

웨트하게 달라붙은 머리는 모로칸 오일 ‘스타일링 젤’과 ‘트리트먼트 오일’로 연출했다. 아이 메이크업은 바비 브라운 ‘아이섀도우 토프’와 ‘쉬머 워시 아이섀도우 스톤’을 바른 후 베네피트 ‘베드갤 라이너 워터프루프’로 완성했다. 누드 립스틱은 맥 ‘립스틱 피치스톡’. 네일은 데보라 립만 ‘해피 버스데이’. 풍성한 블랙앤화이트 모피 코트는 라우드무트.

세계적인 헤어 스타일리스트 피터 그레이(Peter Gray)가 한국을 찾았다.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모로칸 오일의 교육을 위해 전 세계를 돌고 있는 그. 마일즈 알드리지, 리처드 버브리지, 솔베 선즈보 등 세계적인 사진가와 호흡을 맞춰온, 세계적인 디자인 하우스의 백스테이지에서나 마주치던 그를 서울의 <보그> 스튜디오에서 맞이한다는 건 설레는 일이었다. 그에게 ‘피터 그레이 스타일의 홀리데이 룩’을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오랜만에 만난 모델 송경아(송경아가 뉴욕에서 활동하던 시절 그녀를 촬영했다)와 반갑게 재회하며, 요란하고 과장된 스타일보다는 송경아의 단발을 그대로 살리되 약간의 변화로 재미를 줄 수 있는 이미지들을 제안했다. 피터의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아이디어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끊임없는 제안은 모든 스태프들의 열정에 불을 지폈고, 2컷으 로 예정된 촬영은 5컷으로 훌쩍 늘어났다. “어쩜 8년 전이랑 똑같아요. 시간도 피터의 열정은 비껴가나 봐요.” 저녁 약속까지 취소하면서 송경아를 흔쾌히 웃게 만든 그의 열정이야말로 피터 그레이를 세계 최고의 헤어 스타일리스트로 성장시킨 동력. 그가 <보그 코리아> 독자들에게 전하는 홀리데이 헤어 스타일링 어드바이스를 전한다.

VOGUE KOREA(이하 VK) 서울에 온 걸 환영한다. 당신의 투어 일정을 봤는데 거의 글로벌 방랑자였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기껏해야 1, 2주씩 머물며 떠도는 생활이 힘들진 않나?

Peter Gray(이하 PG) 2주씩 휴가를 떠나는 게 어려운 일인가! 이 건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일 뿐이다. 원래 인간은 한곳에 정착해 살지 않 았다. 한곳에 터를 잡고 가족을 꾸리고, 그러면 행복이 보장될까? 그렇지 않다. 점점 더 많은 것을 챙기고 쟁여놓으려 한다. 난 내 삶이 아주 맘에 든다. 23kg(비행기 1인 수하물 제한 무게)이면 내겐 충분하다.

VK 건강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피부가 정말 좋다. 특별한 건강관리 비법 이 있나?

PG 나는 채식주의자이고 포도씨 오일을 꼭 챙겨 먹는다. 또 오 늘 아침에도 호텔 짐에서 운동을 했다(그는 전날 저녁 서울에 도착했다). 하지만 직업 특성상 바쁠 땐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 운동을 거르게 된다. 결국 3주에서 4주 미친 듯이 운동을 하고, 두 달 동안은 전혀 못하는 생활 이 반복된다. 특히 쇼 기간 중에는 운동은 고사하고 밥 먹을 시간도 없다. 그래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자기 관리는 꼭 필요하다. 항상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고,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직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 다. 셀러브리티들은 자기 관리만 최우선시하면 되지만, 스태프들은 현장과 어우러지는 능력 또한 필요하기 때문에 자기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다행히 건강은 타고나 14시간에서 16시간까지 아무 문제 없이 일할 수 있다.


헤어는 모로칸 오일 ‘트리트먼트 오일’을 전체적으로 바른 후 ‘몰딩 크림’으로 모양을 잡았다. 아이 메이크업은 YSL 뷰티의 ‘데생 뒤 르가르 워터프루프 블랙’으로 라인을 잡아준 후 손앤박 ‘아이섀도우 키트’ 블랙 컬러로 그러데이션을 넣었다. 네일은 데보라 립만 ‘해피 버스데이’. 깃털을 연상케 하는 뾰족한 비즈 장식 새틴 드레스는 구찌.

VK 당신이 서울 방문 일정 중 <보그 코리아>와 촬영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냈다고 들었다.

PG 새로운 사진가, 스태프들과 일해보고 싶었다. 물론 뉴욕, 런던에는 지겨울 만큼 붙어 지내는 팀들이 있고, 그들은 다들 세계 최고라 불리는 이들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변화는 언제나 중요하다. 또 <보그>는 내게 ‘황금 수갑(Golden Handcuffs)’ 같은 존재니까. 다양한 나라의 여러 매거진과 일했지만 결국은 <보그>로 돌아간다. 물론 <보그>와 일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오랜 친구 마일즈 알드리지와는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며 촬영을 한다. <보그>와 일한다는 건 그런 압박을 얼마나 즐길 준비가 돼 있는가의 문제다.

VK 당신의 재능은 타고난 것인가?

PG 아니다. 나는 재능이란 자신이 얼마나 그것을 준비했느냐에 따라 생기는 것이라 믿는다.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일했지만, 자신이 얼마나 재능이 넘치는지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는 것만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제대로 될 때까지 몇 번이라도 계속 시도하고 시도하고 또 시도한다. 스물한 살에 처음 런던으로 건너갔고(그는 남아프리카 출신이다), 홀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그것이 날 강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20년이 흘러 런던은 물론, 유럽에서 일해보고 싶은 사람들과 전부 일할 수 있었다. 나의 재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근성’이라고 답할 것이다.

VK 아시아 여자들의 헤어스타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조언을 해준다면?

PG 서구형 미인이 되려고 노력하지 마라. 안타깝게도 아시아인들만의 특징을 살리기보다 더 하얀 피부, 더 밝은 컬러의 웨이브 헤어스타일을 원하는 여자들을 많이 봤다. 자기 자신을 즐기기보단 자기가 아닌 것이 되고 싶어 한다.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개성을 살렸으면 한다.

VK 어떻게 하면 개성을 살리는 헤어스타일을 찾을 수 있나?

PG 보다 용감해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과 맞는 헤어 디자이너를 찾아야 한다. 헤어 디자이너들도 고객과의 관계가 결혼처럼 결코 영원할 순 없는 것임을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고객은 2초 안에 다른 디자이너에게 달려갈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를 팔기보다 고객에게 무엇이, 왜 필요한지부터 늘 고민해야 한다.


샴페인 골드 느낌의 아이 메이크업은 바비 브라운 ‘아이섀도우 토프’로 아이홀을 채운 후 메이크업 포에버 ‘스타파우더 68호’를 덧발랐다. 립은 나스 ‘벨벳 매트 립 펜슬 미스테리어스 레드’. 네일은 맥 ‘네일 라커 포미더블 글리터’. 두꺼운 실크 자수가 몸을 감싸는 이브닝 드레스는 랄프 로렌 컬렉션, 볼드한 골드 뱅글은 생로랑.

VK 서울 여자들의 헤어스타일은 어떤가? 조언을 해준다면?

PG 하나같이 길게 늘어뜨리거나 묶고 있더라. 좀더 모험적인 스타일, 다양한 색상으로 염색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VK 문제는 한국 남자들이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만 좋아한다는 거다.

PG 한국 남자들만 그렇다고 생각하나? 다른 나라 남자들에게도 그건 로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헤어스타일은 생머리가 아니더라도 남자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VK 최근 단발, 쇼트커트가 인기를 끌며 헤어 제품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헤어 스타일링 제품에 대한 인식은 90년대 스프레이와 헤어 에센스에 멈춰 있다.

PG 대부분의 헤어 케어, 스타일링 제품들은 비싸지 않다. 10달러에서 비싸봐야 20달러 정도? 그래서 여자들은 헤어 제품에 대해 연구하려는 자세가 부족하다. 이는 헤어 디자이너의 몫이다. 지금 테이블에 앉아 있는 네 명의 여자만 봐도 색상과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어떻게 다 똑같은 헤어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겠는가.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모발에만 집착한다. 그러나 건강한 모발이 언제나 멋진 헤어 스타일링을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너무 무겁고 납작해서 묵직하게 떨어지는 생머리 외엔 할 수 있는 스타일이 없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머리카락 색깔과 똑같은 색으로 염색만 해도 볼륨감을 더 살릴 수 있다. 염색도 하고 펌도 하고 멋을 부려라. 머리카락이 좀 상하면 어떤가! 요즘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선 오히려 약간 상한 모발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얇은 모발에 오일을 살짝 바르거나, 옆머리를 바짝 붙인 헤어 스타일이 윤기가 잘잘 흐르는 건강한 모발보 다 훨씬 시크하다.


모로칸 오일 ‘볼류마이징 무스’와 ‘루트 부스터’로 전체적인 볼륨을 살린 후 ‘글래머 샤인 스프레이’로 스타일을 잡았다. 아이 메이크업은 손앤박 ‘아이섀도 키트’의 핑크 컬러로 눈 앞머리 포인트를 주고 진한 브라운 컬러로 아이홀에 음영을 넣었다. 립은 YSL 뷰티 ‘루주뷔르 꾸뛰르 6호’, 네일은 인코코 네일 ‘폴리쉬 스트립 미드나이트’와 데보라 립만 ‘루비레드 글리터즈’. 과감한 커팅의 블랙 드레스는 에트로, 크리스털 체인 목걸이는 스와로브스키.

VK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헤어 제품을 고르는 방법을 알려달라.

PG 그건 스킨케어 제품을 고르는 방법과 비슷하다. 직접 써보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해야 한다. 샘플 사이즈부터 사용해보자. 안타깝게도 기존 헤어 제품들은 대부분 서양인의 모발에 맞춰 개발됐기 때문에 동양인의 굵은 모발을 위한 보다 강력한 제품이 필요하다. 지금 난 모로칸 오일과 일하고 있고 그런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규모가 크지 않아 니즈에 맞는 제품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 예전에 컨설팅을 한 큰 회사들은 제품이 나오는 데 3년이나 걸려 너무 답답했다! 패션을 생각해보라. 시즌마다 사라지고 새로 태어난다. 그런데 헤어 제품은 어떤가! 엄마나 할머니가 쓰던 헤어스프레이를 여전히 사용한다. 요즘엔 스프레이만 해도 고정력에 따라 미디엄, 스트롱, 슈퍼 스트롱 등으로 나뉘고, 윤기를 더해주는 샤인 스프레이, 뿌리 볼륨을 살려주는 루트 부스터 등 무척 다양하다. 사람들이 관심이 없을 뿐이다.

VK 후배 헤어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PG 계속 변화를 모색하라. 욕심내지 말고 조금씩. 그래야 고객이 편안하게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현명하다. 그들은 가령 첫 만남에 새로운 눈썹을 그려주고, 다음번엔 그 모양에 맞춰 눈썹 왁싱을 제안하고, 다음엔 염색을 권한다. 그런데 헤어 디자이너들은 한 번에 엄청난 변화를 주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메이크업 받으러 갈 때와 달리 헤어 살롱에 갈 땐 긴장을 하게 된다.

VK 12월엔 파티나 연말 모임이 많다. 이를 위한 헤어스타일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PG 이건 세상 모든 여자들한테 얘기해주고 싶은 말이다. 모험심을 가져라! 예를 들어 눈썹 위까지 오는 앞머리는 무난하고 편하다. 이를 조금만 짧게 잘라도 무척 달라 보일 수 있다. 헤어 디자이너와 상담하라! 우리는 뭔가를 악착같이 요구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마음에 안 든다면? 바꾸면 되고,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기 마련이다. 자꾸 뒷걸음치지 마라. 용기를 내서 억제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풀어놓는 순간, 아름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