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카페 옆 작은 미용실

2016.03.17

by VOGUE

    카페 옆 작은 미용실

    극심한 예약 전쟁, 무차별 시술 강요로 점철된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의 횡포에 도전장을 내민 작은 거인들이 있다. 끝내주는 솜씨와 고객과의 충분한 소통으로 승부하는 소규모 뷰티 살롱이 그들이다.

    소품 협찬 / 김성호 미용가위

    젖은 타월이 널려 있는 샴푸실, 바닥에 수북이 쌓인 잘려 나간 머리카락,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의자, 너덜너덜해진 패션지와 칙칙한 가운을 입고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뒤엉킨 대기실. 이름난 프랜차이즈 미용실의 흔한 풍경이다. 가까스로 예약에 성공한 원장님과의 대면식은 길어야 10분. 원하는 스타일을 묻고 손으로 머리를 한 번 쓱 만지더니 아래 스태프들에게 진행 방향을 속삭인다. 사라진 원장님이 다시 돌아오는 타이밍은 말린 머리에 마무리 터치, 헤어 에센스를 바를 때. 물론 제품은 스태프의 손에 쥐어져 있으며, 원장님 손바닥에 극소량 펌핑하는 것조차 그들의 몫이다. 이렇듯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만 얹는 대형 미용실의 횡포가 날로 심각해지는 요즘, 규모는 작지만 진정성과 실력으로 승부하는 프라이빗 뷰티 살롱이 주목받고 있다.

    ‘인상을 좌우하는 8할은 머리’라는 말처럼 얼굴형에 따라 어울리는 스타일이 따로 있고, 모발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펌은 돈 낭비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예쁜 연예인의 시안 사진을 들고 “이 머리처럼 해달라”는 주문만큼 위험한 요청도 없다. 핸드폰 사진 속 스타일리시한 고준희 단발을 기대했지만 결과물은 이웃집 여중생 룩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 펌 시술이 생각대로 나오지 않아 집으로 달려가 머리를 감고 하루 종일 브러시로 머리를 빗어 내린 악몽,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이처럼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최소화하려면, 담당 디자이너와의 충분한 상담이 필수지만, 비즈니스를 최우선으로 한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는 이마저도 귀찮은 일이다.

    반면 소규모 미용실의 공통적인 모토는 고객과의 충분한 소통. 모두 100% 예약제로 운영되며 일대일 상담을 통해 모발 상태는 어떤지, 가마는 어느 방향으로 나 있는지 조목조목 짚어준다. “처음 보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얼굴이 커 보인다는 거예요. 얼굴이 넙데데한 편임에도 늘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습관 때문이었죠. 원장님 조언대로 볼살과 턱 선을 따라 앞머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스타일로 바꾸면서 생전 처음으로 ‘얼굴 작다’는 찬사를 들었어요.” 최근 소규모 미용실 ‘메종 드 유지’에서 스타일 변신에 성공한 <보그 걸>뷰티 기자의 증언. 참, 가수 아이비가 단발로 ‘파격 변신’한 바로 그곳도 압구정 로데오 골목에 위치한 작은 미용실, ‘블레스 바버샵’에서였다. 긴 머리라면 잘 알 것이다. 단발로의 변신에 얼마나 신중한 용기가 필요한지, 그 실행을 위해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절실한지.

    두 번째 특징은 전문성. 규모가 작다 보니 스태프의 수가 많지 않은 데다 샴푸부터 시술, 마무리 드라이까지 온전히 한 사람 손에서 시작하고 또 끝난다. 그렇다 보니 소규모 미용실 대표의 경력은 최소 10년 이상 된 베테랑이 아니면 불가능. 그런 만큼 오직 한 우물만 파는 ‘달인’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제트윤 선생님은 오직 커트만 해요. 비달 사순 아카데미 출신으로 22년째 커트에만 매진한 분이죠. 위치는 청담동 골목인데, 간판도 잘 안 보여요. 아니, 아예 없었나? 단골들만 방문하고 예약 없인 절대 고객을 안 받아요.” 커트만으로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은데 어디 잘하는데 없을까 고민하던 중 친한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솔깃한 제보. 이곳의 정체는 ‘제트살롱’. 여기서 머리 한 번 자르는 데 필요한 비용은… 놀라지 마시라. 무려 16만5,000원! 하지만 뒤탈 없는 완벽한 커팅 솜씨 하나로 연일 국내 톱 스타일리스트, 갤러리 관장들의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

    세 번째 특징은 진정성.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딱 붙여서 앉고 어깨를 쫙 펴세요.” 앉아 있는 중간중간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건 기본. 아래로 푹 숙이고 또 대각선 방향을 향해 치켜들기도 해야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곳은 자세 교정 센터가 아니다. 조금 자르다 좌우 머리 길이를 확인하고, 귀 근처에 꼬리 빗을 뉘어 기장을 체크하고(귀 뒤로 머리를 넘겼을 때와 내렸을 때 모두 어색하지 않도록!), 드라이 바람을 이용해 바깥으로 뻗치는 부분은 없는지 확인, 또 확인한다. 커트하는 데만 무려 세 종류의 가위를 사용했고, ‘바리캉’으로 목뒤에 난 잔털 정리까지, 무려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커트만 잘해도 볼륨이 살아나요. 굳이 펌을 할 필요가 없는 거죠. 모발이 얇을 경우 펌은 일시적인 눈속임에 불과해요. 잠깐의 볼륨 효과를 위해 모발 손상을 모른 척할 순 없잖아요. 당분간 펌은 하지 마세요. 여기선 절대 못해줍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양심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곳은 ‘고원’. 지춘희, 하정우, 장윤주 등 고원을 찾는 셀럽 리스트는 ‘빵빵’하지만, 프라이빗 뷰티 살롱을 표방해 전국에 오직 한 곳, 도산공원 본점 하나다.

    머리를 한다는 건 여자들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애인한테 잘 보이고 싶어 머리를 펌하고, 애인과의 결별을 통보하듯 머리를 자른다. 아무리 옷을 잘 입어도 헤어스타일이 받쳐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건 물론이다. 이런 의미 있는 ‘의식’을 상업주의에 물든 ‘소울리스’ 미용실에 맡겨서야 되겠는가. 얼마 남지 않은 2013년. 나를 위한 특별한 투자를 원한다면, 지금 바로 예약하라. “작은 고추가 더 맵다”는 말을 혀가 아닌 머리로 느낄 수 있을 테니!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이주현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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