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지금 당장 일어날 것

단언컨대 의자는 적이다. 앉아서 컴퓨터를 하고 TV를 보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이런 생활 습관이 수명을 갉아먹고, 허리를 굵어지게 하며, 심혈관 질환, 당뇨병, 암에 걸릴 확률을 확실히 높인다.

은사 장식 니트 톱과 스커트는 디올, 메탈릭한 펌프스는 토즈, 볼드한 체인 목걸이는 보테가 베네타, 크리스털 반지는 스와로브스키. 흰색 가죽 의자는 까레.

오늘 당신은 몇 시간이나 책상에 앉아 있었나? 대부분 앉아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업무 중에는 하루 종일 사무실 의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운전을 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앉아 있었다. 떠올려 보면 서서 움직이는 시간은 의자에서 의자로 이동할 때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매일 평균 12시간 이상을 앉아서 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흡연만큼이나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는 것. 더욱 놀라운 것은 설령 당신이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해도 그 외 시간을 앉아서 보낸다면,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 여러 암에 걸릴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조기 사망 위험에 놓인다는 사실은 변함이없다는 것이다.

앉는 순간 건강이 무너진다 “자리에 앉은 지 불과 90초만 지나도 인슐린과 관련된 세포 반응이 작동을 멈추기 시작합니다. 결과적으로 포도당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죠. 30분이 지나면 중성지방(콜레스테롤과 함께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혈중 지방 성분)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미국 <보그>의 아리조나 주 스콧데일의 마요 클리닉 비만 전문가 제임스 레빈 박사 인터뷰 내용에 대해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박시영 교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장시간 앉아 있는 것과 심장병 발병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버스 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등).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은 이를 포도당으로 바꿉니다. 피나 세포, 근육이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그리고 이 수치를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는 호르몬이 바로 인슐린이죠. 그리고 이 인슐린이 효과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근육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특히 다리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중요하죠. 그러니 앉아서 잘 움직이지 않으면 당연히 인슐린의 작용이 떨어지고 (이를 ‘인슐린 감수성이 감소했다’고 말한다), 혈액 속 포도당이 근육으로 이동하지 못해 혈액 속을 떠돌면서 당 수치가 증가하죠. 이는 당뇨,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사망률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2년 미국인 1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앉아서 일하는 시간의 증가에 따라 사망률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2012년 국제 당뇨병 학술지는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당뇨병 발생 위험 112%, 심혈관 질환발병 위험 147%,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 90%, 전체 사망 위험이 49% 높다고 밝혔다. 미국암학회에서도 하루 6시간 앉아서 생활할 경우 여성은 평균 37%, 남성은 18% 정도 조기 사망 위험이 높다고 발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BBC 뉴스에 따르면 장시간의 의자 생활은 효소의 활동도 현격히 떨어뜨린다. 그중 하나가 지방 대사 과정에 중심 역할을 하는 지질단백질 효소인 리파아제(Lipoprotein Lipase). 동물실험 결과 밝혀진 사실은 다리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할 때만 이 효소의 생성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별히 더 많이 먹지도, 운동 횟수를 줄이지도 않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서서히 살이 찐다고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 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심장을 이중막 형태로 둘러싸고 있는 심낭에 지방이 쌓이게 한다. 이를 심낭 지방이라 부르는데 이는 심장 기능을 손상시키고 심혈관 질환(심근경색, 심장마비, 동맥경화 등)에 걸릴 위험을 네 배까지 높인다. 500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1시간 앉아 있는 것이 2.39cm만큼의 심낭 지방을 늘어나게 한다고 보고했다. 결국 오래 앉아 있을수록 우리의 허리 사이즈는 굵어지고 비만과 심혈관 질환을 향해 한 발자국씩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암 발병률과도 무관하지 않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따르면 10년 이상 오래 앉아서 일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거의 두 배 정도 대장암(말단 결장암)의 위험성이 높고 직장암의 위험도 44% 더 높다. 또 부족한 활동량이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발생의 위험 요인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 그외 전립선암, 난소암, 심지어 폐암까지도 활동량과 관련해 암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서서 일하라, 스탠딩 데스크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대안으로 최근 미국와 영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스탠딩 데스크와 트레드밀 데스크다. 스탠딩 데스크는 이름 그대로 높이를 조절해 서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책상이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18~19세기 부유층 사이에서 이미 유행했던 스타일로, 윈스턴 처칠,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이 애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트레드밀 데스크는 이런 스탠딩 데스크 아래로 러닝 머신이 장착돼 있어 일을 하면서 천천히 걸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의문이 든다. 트레드밀 데스크는 그렇다 치고 스탠딩 데스크처럼 서서 일하는 것만으로 정말 살이 빠지고 대사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줄어들까? 영국 체스터 대학의 2013년 연구 결과가 이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연구 결과 스탠딩 데스크를 이용하면 앉아 있을 때보다 1분에 평균 심장박동수가 10회 정도 빠른 것으로(1시간에 50칼로리 이상을 태우는 것과 같은 효과) 나타났다. 만약 당신이 주 5일 근무에 3시간씩 서서 일한다면 일주일에 740칼로리, 1년이면 3만 칼로리(마라톤을 10번 뛴 칼로리!)를 더 소비하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앉아 있는 사람보다 스탠딩 데스크를 사용하는 사람의 혈당이 식사 후 정상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너무 힘들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직접 시도해봤다. 적당한 선반이 있어(책상에 손을 올렸을 때 팔꿈치보다 살짝 높아야 한다) 여기에 노트북과 휴대폰을 두고 일을 했다. 하루 3~4시간이 권장 사용 시간인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중간중간 앉아 쉬면서 사용했는데,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활기차고 에너지가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축 처지고 찌뿌둥하고 무기력해지는 것과는 달랐다. 집중력은 확실히 올라갔다. 앉아서 일할 때는 이것저것 검색하거나 딴짓을 하느라, 정작 해야 할 일이 뒤로 미뤄지기도 했는데, 서서 일하면 일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지면서 일이 착착 진행된다. 다른 곳에 주의를 분산시킬 여유가 없기 때문. 또 몸을 움직여야 할 일이 있으면 곧바로 움직이게 돼(‘좀 이따 하지’란 생각이 사라진다) 훨씬 활동적이 됐다.

지금 일어서라 회사나 학교 환경을 바꿀 순 없고, 스탠딩 데스크를 살 돈도 없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냥 지금 일어서면 된다. 자리에서 일어서면 다리와 등 근육이 작동하면서 신진대사율이 높아진다. 그리고 우리 몸은 콜레스테롤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박시영 교수는 1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10분 정도 걸어 다니는 것이 지나치게 오래 앉아 있을 때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노동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일을 하는 중간에 자세를 바꾸고, 걷고, 스트레칭 등으로 몸에 자극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적절한 휴식이 대사 질환의 위험을 알리는 지표들(인슐린 및 당 수치,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개선시킨다는 것은 이미 연구들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존슨앤존슨에서도 직장에서 30분마다 한 번씩 일어나 12분 걸어 다니는 것을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추천하고 있다.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후 12분간 심박수가 약간 증가해 보다 많은 산소가 뇌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헬스장에서 1시간 운동한 것이 하루 칼로리 소비의 주력 활동이라고 믿는다는 것. 그렇지만 사실 대부분의 칼로리는 운동 시간을 제외한 15시간 동안 소비된다(수면 시간을 8시간이라 가정했을 때). 결국 스스로의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요즘 나는 텔레비전을 볼 때 서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짐볼에 앉아서 본다(스웨덴의 한 연구에서도 텔레비전을 보며 앉아 있는 시간이 1시간 증가할 때마다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26% 증가했다). 휴대폰이 울리면 일어서서 전화를 받고 통화가 길어질 것 같으면 걸어 다닌다. 회사에서는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이용하기보단 직접 동료를 찾아가서 물어보고, 식사 후 카페에 앉기보다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회사 주변을 산책한다. 출퇴근할 때나 장을 보러 갈 때 가까운 거리는 걷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선 일부러 서 있기 위해 애쓴다. 다시 한 번 기억하라. “오래 앉아 있는 습관으로 생겨나는 모든 위험성은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든 안 하든 마찬가지이며, 심지어 여가 시간을 가장 활동적으로 보내는 이라고 해도 연관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체중을 운반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행위 중 하나다.” 오늘 하루 레빈 박사의 말을 새겨듣자. 소소한 일상의 움직임이 당신을 비만, 심장마비, 뇌졸중, 혈관 질환, 당뇨병등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