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 관리 점검하기

희고 고른 치아와 상쾌한 치약 냄새. 예쁜 얼굴과 날씬한 몸매 못지않은 호감의 조건이다. 연말연시를 알리는 12월, 그동안 입속 관리는 잘해왔는지 점검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시기가 또 있을까?



내겐 두 종류의 파우치가 있다. 콤팩트 파우더, 뷰러,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립밤, 핸드크림이 들어 있는 뷰티 파우치와 치약, 칫솔, 치간 칫솔, 치실, 혀 클리너, 자일리톨껌이 들어 있는 덴탈 파우치! 따지고 보면 칫솔질에 집착해온지 올해로 10년 차에 접어든다. 앞니 좌우로 난 송곳니와 덧니를 뽑고, 교정을 시작하면서 희고 고른 치아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이상형의 1순위조차 치열이 고른 남자였다. 우리 집 욕실엔 클렌저의 개수만큼이나 요일별 치약이 자리하고, 아침용 일반 칫솔과 저녁용 전동 칫솔이 구분돼 있으며, 최근 그 옆엔 구강 세정기라는 입속 관리 최신 제품이 추가됐다. 집들이 온 친구들이 입을 모아 “웬만한 치과 저리 가라 할 정도”라며 감탄할 만큼 준비물은 완벽하지만, 문득 치아 구석구석 제대로 닦고 또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누구보다 꼼꼼히 닦고 있다 자부했지만, 정작 칫솔질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분이 안 될 때가 부지기수(타이머로 측정해보니 고작 38초에 불과했다). 피부 관리나 메이크업은 최신 트렌드에 뒤처질세라 이런저런 시도를 해왔지만, 정작 칫솔질은 10년 째 비슷한 패턴으로 정체돼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실제로 대한치주과학회에 따르면 비교적 자주 칫솔질하고, 또 스스로 잘 닦는다고 자부하는 이들의 44% 이상이 치과 검진에서 플라크가 발견되고 있단다. 코트 여러 벌이 있는 것보다 질 좋은 소재로 완벽하게 재단된 코트 하나가 더 실용적인 것처럼, 양보다 질이 중요한 건 입속 관리도 마찬가지인 셈. 치과 전문의들을 만나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입속 관리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Q 칫솔질,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 걸까? 하루 세 번, 3분씩 하면 되나?

A 하루 최소 두 번은 구석구석 이를 닦아야 한다. 거울을 보면서 이를 구석구석 잘 닦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닦아야 한다. 칫솔질은 2분 정도면 충분하고, 이를 닦을 때 일정한 순서를 정해 입안의 구역을 순서대로 닦아야 놓치는 곳 없이 잘 닦을 수 있다. 참고로 미국치주과의사회, 일본치주과의사회에서는 하루 두 번 2분간의 칫솔질을 권장한다.

Q 요즘 대형 마트 생활용품 코너엔 치실, 치간 칫솔, 혀 클리너 등 입속 관련 제품들이 즐비하다. 이 모든 게 꼭 필요할까?

A 치실이나 치간 칫솔은 꼭 필요하고, 혀 클리너나 리스테린, 가그린 같은 구강 세정제는 사용하면 입속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혀 클리너는 본인이 구취로 고민한다면 꼭 사용하는 것이 좋다. 칫솔로도 충분히 혀를 닦을 수 있지만, 목구멍 안쪽 혓바닥을 칫솔로 닦다 보면 구역질이 나기 쉽고, 실제로 목구멍 안쪽 혓바닥에 지저분한 때(설태)가 많아 알고 보면 그 부위를 잘 닦는 것이 올바른 칫솔질의 관건! 치실은 잇몸이 건강한 편이라면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사용할 것을 권한다. 이 사이는 일반 칫솔, 전동 칫솔, 미세모 칫솔 등 어떤 칫솔을 써도 닦이지 않아 마치 ‘비무장지대’와 같다. 만일 잇몸병(치주염)이 있거나 잇몸이 약하다면 치간 칫솔을 사용하는데, 치약을 완벽히 헹궈내지 않은 상태에서 하면 치아가 마모될 수 있음을 주의하자. 항균 기능의 구강 세정제는 바쁜 일상에서 이를 구석구석 닦지 못한 경우, 혹은 잦은 충치 치료로 이를 부분적으로 때웠다거나 임플란트 시술자라면 꼭 사용하길 권한다. 미국치주과의사회에서 구강 위생 상태를 파악하는 설문 항목에 구강 세정제 사용 여부가 있을 정도다.

Q 칫솔질만 잘하면 스케일링할 필요가 없나?

A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스! 정말 칫솔질만 잘해도 스케일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이를 잘 닦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본다. 당신을 포함한 모두가 매일 이는 닦지만 완벽한 칫솔질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잇몸병이 있다면 특히 아무리 꼼꼼히 칫솔질해도 잇몸 안쪽을 완벽히 닦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냥 오늘부터 이렇게 생각하자. 스케일링은 정기검진의 의미라고. 무상 의료를 실시 중인 유럽에서는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치과 방문을 하지 않으면 치과 치료에 의료보험을 적용해주지 않는다. 즉, 정기검진을 통해 오히려 조기에 치과 치료를 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치과 진료비 발생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Q 몇년째 같은 치약만 쓰는 사람들이 많다. 치약을 고를 때 눈여겨봐야 할 점은?

A 지금 사용 중인 치약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바꿔야 할 필요는 없다. 치약은 샴푸나 비누처럼 세정제 개념이라 자신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특별한 상황에서는 기능성이 첨가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령 이가 시린 경우에는 센소다인치약 같은 시린 이 치료 성분이 들어 있는 치약을 사용하고, 치아가 많이 파인 경우에도 센소다인치약처럼 연마제가 아예 없거나 죽염치약같이 연마제가 소량 들어 있는 치약을 사용하면 치아 마모를 줄일 수 있다. 치아에 착색이 잘된다면 미백 전용 치약이 도움이 되지만, 연마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 치아가 시리고 마모가 심해질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Q 치과에서만 접할 수 있던 구강 세정기가 주목받고 있다. 올바른 사용법과 주의 사항을 짚어준다면?

A 워터픽사의 ‘워터픽’이나 필립스사의 ‘에어플로스’ 등 소위 물 분사기는 치아 표면의 세균막을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세균막의 두께를 줄이고 세균막 안의 독소와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해 구강 위생에 도움을 준다. 현재 교정 중이거나 입속에 씌워놓은 것(브리지 치료나 임플란트)이 많은 경우 특히 유용하다.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특별한 주의 사항은 없지만, 심장판막 이상 등 세균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Q 자일리톨 성분을 함유한 껌을 씹으면 정말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되나?

A 의외로 사실이다. 자일리톨은 세균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당분으로, 그 대신 자일리톨을 먹은 충치 균은 죽게 된다. 단, 자일리톨을 고농도(6g 이상)로 함유해야 효과적이며 껌을 씹는 건 충치 관리를 위한 추가 노력일 뿐, 칫솔질 대용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Q 안과 의사들은 정작 본인들은 라식 수술을 하지 않고 안경을 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실제 치과 전문의들은 입속 관리를 위해 어떤 제품들을 사용하는지 궁금하다.

A 치약과 칫솔은 장 볼 때 싸게 파는 것을 구입한다. 구체적 브랜드를 제시하면 칫솔은 ‘2080’, 치약은 페리오 ‘케비티케어’를 쓴다. 혀 클리너는 ‘위 덴트’라는 치과 기자재 회사에서 받은 걸 쓰고(마트나 약국에서 어떤 제품을 구입해도 효과는 비슷하다), 치간 칫솔은 워터픽사의 전동 치간 칫솔 ‘워터픽 플로서,’ 구강 세정제는 리스테린 제품을 좋아한다.

Q 마지막으로 ‘이건 잊지 마라’ 식의 ‘입속 관리 노하우’를 제안한다면?

A 사실 ‘이거다’ 하는 노하우는 없다. 꾸준히 칫솔질을 잘하고, 치실을 가까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 가지 더. 구강 건강을 위해 돈을 투자할 생각이 있다면,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건 정기적인 스케일링만 한 게 없다. 동네마다 시세는 다르겠지만, 최소 1년에 1만3,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오히려 ‘이건 하지 마라’ 하고 당부하고 싶은 건 잇몸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따로 약을 챙겨 먹는 것. 이것만은 발 벗고 나서서 말리고 싶다. 분명히 말하지만 효과 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