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풀이해본 2014년 봄여름 패션 위크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로 이어지는 길고 긴 패션 위크를 분석하는 또 하나의 방법. 숫자로 풀이해본 2014년 봄여름 패션 위크 이모저모!



2 패션 피플들의 로망, 프런트 로! 가장 어린 나이로 영광의 자리에 앉은 관객은 빅토리아 베컴 쇼를 방문한 두살짜리 하퍼 베컴이다. 아빠 데이비드 베컴의 무릎에 앉아 엄마의 쇼를 지켜보는 깜찍한 광경을 연출한 베컴 패밀리. 그런가 하면, 니나 리치 쇼 도중에는 런웨이 위에 반라의 여인 두 명이 난입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파리에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페미니스트 단체 ‘Femen’의 멤버들. “모델들은 매춘부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몸에 적고 무대에 뛰어든 이들은 가드들에게 질질 끌려 나갔지만, 일순 쇼 흐름을 끊어놓았다.



7 문화 충돌이란 주제의 컬렉션을 준비한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 런웨이에서 ‘충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7중 추돌 사고 현장을 재현했다. 처참한 모습으로 구겨지고 포개진 빈티지 재규어, 벤츠, BMW 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똑같이 값비싼 자동차를 활용했지만, 오프닝 세레모니 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노랑 람보르기니, 흰색 포르쉐 등 20대의 산뜻한 차량이 주차된 무대에서 첫 런웨이 쇼를 선보였다.



10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카라 델레바인이 선 무대는 전부 10개. 마크 제이콥스, 멀버리, 탑샵, 버버리, 자일스, 피터 필로토, 펜디, 스텔라 맥카트니, 샤넬, 발렌티노까지. 그녀도 이제 런웨이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슈퍼스타가 된 것이다. 반면, 같은 런던 출신인 에디 캠벨은 파리에서만 무려 13개 런웨이를 워킹했다. 디올, 스텔라 맥카트니, 지방시, 사카이, 생로랑, 샤넬, 발렌티노, 알렉산더 맥퀸, 루이 비통, 비오네, 랑방, 발맹, 발렌시아가까지. 빅 쇼에 죄다 캐스팅된 에디는 한 달 동안 총 22개 브랜드와 함께했다.



12 꼼데가르쏭 쇼에선 재즈, 클래식, 불꽃 소리, 프레드 아스테어의 영화 사운드트랙의 한 토막이 배경 음향으로 활용됐다. 특징적인 선율 사이사이,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한 적막은 모두 12번! 이것은 룩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주제로 완성됐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동시에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한편, 지방시 백스테이지에서는 팻 맥그래스 팀이 라인스톤과 시퀸을 그물 위에 촘촘히 엮는 방식으로 마스크를 만드는 데만 12시간이 걸렸다. 물론 미드햄 키르초프의 빨강과 노랑 가발을 만들기 위해 13일(312시간!)이 걸린 것에 비하면 놀랄 일은 아니다.



17 미국의 엘 맥, 스페인의 메사, 캐나다의 가브리엘 스펙터, 콜롬비아의 스팅크피시, 프랑스의 피에르 모르네, 미국에서 작업하는 프랑스 출신 잔느 톨란트까지. 미우치아 프라다는 젊은 아티스트 여섯 명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쇼장에는 그들의 작품 17점이 벽면을 한가득 채웠다(쇼가 시작되기 전, 프라다 인스타그램은 그들이 밤새 작업하는 광경을 하나둘씩 티저 영상으로 공개했다!). 그렇다면 프라다 여사가 선보인 매력적인 41벌의 룩 중에 이 작품들을 직접 패턴에 활용한 옷은? 22벌!



24 90년대 패션 선구자 헬무트 랭이 떠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디자이너 니콜과 마이클 콜로보스 부부. 검정, 분홍, 흰색의 제한된 컬러 팔레트를 사용한 내년 봄 컬렉션은 90년대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던 브랜드의 유산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훌륭하게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튼, 가죽, 오간자, 저지 등 두 사람이 이번 컬렉션을 위해 사 용한 원단의 종류는? 극도로 미니멀한 쇼라는 점을 떠올리면 의외의 숫자. 무려 24가지!



38.5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던 지난여름, 내 작업실은 상상도 못할 만큼 더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누드와 가벼움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백스테이지에서 아직도 그 더위를 잊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한 J.W. 앤더슨. 도대체 얼마나 더웠길래? 작업실의 최고 온도는 38.5°C. 그래서일까? 33벌의 룩 중에 투명 소재로 가슴이 훤히 비쳐 보인 옷이 7벌, 어깨와 쇄골을 드러낸 건 11벌, 허리가 나온 건 5벌, 나머지 10벌에서는 다리와 등을 시원하게 공개했다.



52 매 시즌 더 젊고, 더 새로워지는 베르사체. 이번 쇼의 사운드트랙은 요즘 최고로 잘나가는 래퍼 드레이크에게 맡겨졌다. 드레이크와 피처링을 맡은 미고스가 이 곡에서 ‘베르사체’라는 단어를 언급한 횟수는 52번. 지난 시즌 레이디 가가가 만든 ‘Versace’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직접적이다. 게다가 런웨이 룩에는 베르사체 로고가 자그마치 91번이나 등장했다. 시청각을 총동원해 관객들을 세뇌시키려는 의도였다면, 일단 성공!



72 마크 제이콥스는 지난 16년간, 루이 비통에서 선보인 32번의 쇼를 총망라해, 그야말로 대미를 장식하기에 딱 어울리는 쇼를 발표했다. 2012년 봄 컬렉션에 등장한 회전목마 역시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17분 남짓 진행된 쇼에서 분수대 옆 작은 회전목마가 회전한 횟수는 정확히 72바퀴. 이 숫자는 샤넬 쇼에서도 의미가 있다. 바로 무대 위에 오른 모델들의 숫자! 총 89벌의 룩을 보여주기 위해 72명 모델들이 무대에 섰고, 그 가운데 17명만 두 벌씩 입었다. 좀더 상세히 살펴볼까? 72명의 모델 중 플래티넘 블론드와 새까만 머리는 각각 27명, 갈색 머리는 18명.



668 늘씬한 모델들 대신 단단한 체격의 남녀 대학생들을 무대에 세운 릭 오웬스. 볼티모어, 워싱턴 DC, 뉴저지, 그리고 뉴욕에서 초빙한 대학 스테핑 댄스 팀 멤버들은 독특한 춤으로 릭 오웬스 쇼를 파리 패션 위크에서 단연 돋보이게 만들었다. 4개 댄스 팀에서 모인 40여 명의 댄서들은 11분 44초 동안 진행된 쇼에서 각각 668번의 스텝을 밟았단다. 어느 한 명도 발이 꼬이거나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계산해보면 총 2만 6,720(40X668)번의 스텝이 있었던 셈.



1,188 파솔리니 감독이 제작한 70년 영화 <메데아>의 주인공 마리아 칼라스를 뮤즈로 삼은 발렌티노의 그라지아 치우리와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 두 사람은 모델들에게 마리아 칼라스 같은 고전적인 우아함을 더하기 위해 앤티크한 금장 장식 헤어밴드를 준비했다. 이 헤어밴드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금장 장식은 몇 개일까? 72벌 룩을 선보이기 위해 무대에 오른 모델은 44명. 그리고 헤어밴드 하나에 올라간 장식은 27개. 결국 이번 컬렉션을 위해 1,188(44X27)개가 필요했다.



28,000 유난히 달콤하고 낭만적이었던 버버리 프로섬 쇼. 이제 하우스의 총괄 CEO가 된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패션쇼를 위해 염두에 둔 건 ‘잉글리시 로즈’. 장미 재배사 데이비드 오스틴이 만든 새로운 종의 장미를 뜻하는 동시에, 부드럽고 연약한 전형적인 영국 여인상을 의미했다. 그리고 모델들이 피날레를 위해 무대에 등장하자 맑은 가을 하늘이 투영되는 유리 천장에서 분홍과 노랑 장미 꽃잎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렇다면 꽃잎들이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연출하기 위해 준비한 장미 꽃잎은? 3,000송이 정도였으니 대략 2만8,000장!



31,108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 ‘스트리트피퍼(streetpeeper.com)’의 주인이자, 미국 ‘보그닷컴’을 위해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찍는 필 오(Phil Oh). 이번 시즌에도 뉴욕부터 파리까지 종횡무진한 그가 뷰파인더에 담은 사진은 총 3만1,108장! 발렌시아가 드레스에 톰 포드의 골드 글래디 에이터 힐을 신은 안나 델로 루쏘부터 푸쉬버튼의 곰돌이 패턴 재킷에 톰브라운 가방을 든 김나영, 펜디 룩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려입은 탈룰라 할레치(아만다 할레치의 딸)까지, 동시대 모든 패피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