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패션 창공의 샛별로 떠오른 마리 카트란주와 ‘보그닷컴’의 대화

2016.03.17

by VOGUE

    패션 창공의 샛별로 떠오른 마리 카트란주와 ‘보그닷컴’의 대화

    지난 9월, 2014 S/S 패션쇼를 마치고 저널리스트들의 찬반 평론을 혹독히 치른 마리 카트란주는 지금 전세계를 돌며 트렁크 쇼를 열고 있다. 아울러 이런저런 페어에 참석하거나 매장 방문 등 정신 없이 바쁘다. 게다가 자신을 쏙 빼 닮은 웹사이트도 공개했다. ‘마리 카트란주 닷컴’에는 컬렉션들은 물론, 여러 프로젝트들과 그녀의 생각들을 따라갈 수 있는 여정이 펼쳐진다. 새로운 전성기를 열고 있는 마리 카트란주를 ‘보그닷컴’이 런던 현지에서 만났다.

    VOGUE ‘마리 카트란주’라는 브랜드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나?

    Mary Katrantzou(이하 MK) 하나의 디자인 미학에 얽매이는 게 싫다. 그러다보니 일차원적으로 외관상 드러나는 결과물을 뛰어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사람들의 기대를 깨고 싶은 욕망! 그런 면에서 2013 F/W 컬렉션은 꽤 만족스러웠다. 프린트가 꼭 컬러여야 한다는 생각을 뒤엎고, 흑백으로 아름다운 프린트를 완성했다. 대신 실루엣을 견고하게 했다. 꽤 흥미진진한 작업이었다.

    VOGUE 컬렉션은 어떤 방식으로 전개시키나?

    MK 내 생각의 중심은 나를 자극하는 여러 요소들을 적절히 잘 교배하는 것이다. 혹시 식물들의 교잡 수분에 대해 들어봤나? 서로 다른 종끼리 자연적으로든 인공적으로든 교잡하는 것을 말한다. 내 작업도 비슷하다. 내 컬렉션은 프린트, 텍스타일, 그리고 형태라는 세 종간의 교합이 중요하다. 2014 S/S 컬렉션에는 마리 카트란주, 하면 떠오르는 특징들을 확대해석하기 위해 끝까지 한번 밀어 부쳤다. 내 나름의 표현의 자유랄까? 하하! 사람들의 기대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VOGUE 그래서 2014 S/S 컬렉션이 좀 과하다는 평도 있었다. 또 몇몇 평론가들은 당신이 이제 컴퓨터를 끄고 ‘작업’할 때라고 지적한다. 처음 당신의 디지털 프린트를 보고 분석하고 평론하고 머리를 갸우뚱거리던 세상은 어느새 디지털 프린트 천지다.

    MK 컴퓨터는 그저 도구일 뿐이다. 나만의 노하우는 그 재산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나는 브러시로 물감을 칠하듯 마우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또 내 디자인은 ‘컴퓨터 생성 이미지(Computer-Generated Design)’가 아닌, 여러 프린트들을 왜곡하거나 늘리거나 조각한 뒤 맞춘 완성본이다. 육안으로는 불가능한 면이 있기에 컴퓨터를 이용할 뿐이다. 컴퓨터 없이 작업한다면 이전 세대 디자이너들이 그랬듯, 나 역시 제한된 컬러 팔레트에 묶일 테고, 장식적인 면만 강조하고 있을 것이다. 화가에게 캔버스가 작업의 시작이듯, 나에겐 텍스타일이 그렇다. 그러니 내 디자인은 오직 프린트에 집중한 게 아니라 텍스타일과 형태의 혁신이기도 하다. 또 이야기의 시점이 중요하니 테마를 정하는 것이다. 마리 카트란주만의 관점으로 풀어나가는 테마 말이다.

    브로그, 운동화, 이브닝 슈즈 등 다양한 신발 무늬와 화려한 비즈 장식으로 자신의 장기를 한껏 끌어올린 마리 카트란주의 2014 봄 컬렉션.

    VOGUE 컴퓨터 생성 이미지라는 용어가 패션 사전 안에 들어온 데는 당신의 역할이 크다. 그런데도 ‘디지털’ 보다 ‘혁신’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하는 것처럼 들린다.

    MK 맞다. 정말 많은 디자이너들이 ‘컴퓨터 생성 이미지’를 만든다. 하지만 난 아니다. 나에게 디지털은 도구이고 혁신은 방향이다. 비닐, 진공 성형해서 완성한 플라스틱, 스외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뒤덮인 메시 소재, 엠보싱 처리된 가죽, 직접 제작한 브로케이드나 니트 자카드 등 다양한 소재 위에 프린트한다. 혁신적인 텍스타일과 형태 위에 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다. 나는 여자들이 컬러와 패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미학을 표현하는 옷을 입기를 원한다. 내 방식대로 여자들을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방법이다.

    VOGUE 인스타그램을 봐도 그렇고, 영국 패션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당신은 전세계에 다니지 않은 곳이 없다. 트렁크 쇼를 도시마다 여는데, 최근엔 어디를 다녀왔나?

    MK 최근에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을 다녀왔다. 그 곳에서 ‘마리 카트란주’ 브랜드가 확장하는 것을 직접 목격할 수 있어 정말 환상적이었다. 원래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회사 규모가 작을 때는 스튜디오를 떠날 수 없어 포기해야 했다. 하하! 올해는 특별히 패션 비즈니스에 주목하기로 하고 트렁크 쇼도 많이 기획했으며 마켓에 대한 이해도 넓히고 있다. 사람들이 내 옷에서 원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다음 컬렉션을 위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 2014년에 기대가 크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으니 기대해달라.

    VOGUE 여러 지역에서 여는 수많은 트렁크 쇼를 통해 얻는 것도 많겠지만, 배우는 것도 많을 것 같다.

    MK 매장이나 도시마다 바잉하는 방식이 아주 다양하다. 트렁크 쇼를 열다 보면 생생한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고객들의 요구가 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게다가 여러 도시들을 방문하다 보니 연령, 직업, 사이즈 등 ‘마리 카트란주’ 고객층이 정말이지 방대하고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어 무척 흥미롭다. 도시마다 다른 취향을 접하기도 하는데, 사이즈를 측정해 표기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마리 카트란주의 온라인 커머스 런칭 파티에 참석한 셀럽들. 뿐만 아니라 마리 카트란주의 의상은 리한나, 안나 델로 루쏘, 엘레나 페르미노바, 캐롤리나 쿠르코바 등 패피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VOGUE 우리는 당신의 컬렉션을 캣워크를 통해 봤고 고객들은 곧 매장에서 만난다. 그 둘을 잇는 중간 단계에 바이어가 있다. 이번 시즌 선보인 르사쥬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어땠나?

    MK 바이어들은 내가 매 시즌 새로운 것에 도전하도록 후원하는 고마운 지지자들이다. 사실 늘 새로운 아이디어와 컨셉을 디자인하고 고객들을 흥분시킨다는 것 자제가 도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 르사쥬와의 협업은 무척 흥분됐다. 더 과감해진 이브닝 웨어에는 장식적인 면이 도드라졌는데, 전체적인 형태에 초점을 맞추던 예전과 달리 르사쥬의 장인 정신에 중점을 둔 채 부각시켰다. 고객의 기대는 날로 높아지고,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여기에는 바이어의 역할이 크다.

    VOGUE 소문에 의하면, 마리 카트란주 컬렉션은 매장에 가장 빨리 진열되는 브랜드 중 하나라고 들었다. 또 중견 디자이너들도 쩔쩔 매는 유통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비즈니스 센스가 보통이 아니라고 들었다.

    MK 패션계에서 시간을 잘 지키는 건 아주 중요하다. 한 시즌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 패션 안에는 정확하고 체계적인 흐름이 있어서다. 모든 단계가 서로 맞물려 있으니 디자인과 제작과 유통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이번 시즌부터 리조트 컬렉션을 시작했다. 2013 F/W에서 2014 S/S로 넘어가는 간극을 들여다보고 고객에게 좀더 입을 수 있는 옷을 선보이는 또 하나의 단계다. 캣워크부터 매장까지 바라보는 시선이 하나 더 늘었다.

    VOGUE 화려한 캣워크 쇼가 끝나면 무대 뒤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나?

    MK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먼지가 촥 가라앉으면 그제서야 좀 숨통이 트인다. 그때까지는 정상이 아니다. 하하! 솔직히 말하면, 잠시도 쉬지 못하고 바로 다음 컬렉션 준비에 돌입한다. 9월에 선보이는 봄 컬렉션부터 2월에 선보이는 가을 컬렉션까지의 기간은 정말 너무 짧다. 관건은 디자인 작업을 위한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 완벽을 추구하기에 시간을 충분히 두고 디자인한다.

    VOGUE 패션계의 요구는 끝이 없다. 톰 포드 같은 완벽주의자나 존 갈리아노 같은 천재도 무한한 요구 앞에 한번씩 무릎 끓을 정도다. 지치치 않게 자신을 조절하는 노하우가 있나?

    MK 내가 아는 패션은 늘 마찬가지다. 언제나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요구한다는 것! 그게 디자이너로서 매 시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멈추고 안주하기보다 앞으로 전진하고 도전하는 것을 택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개발하고 싶은 것도 많다!

    얼마 전 새롭게 오픈한 마리 카트란주의 공식 웹사이트. 감각적인 디자인을 배경으로 마리 카트란주의 모든 것을 감상할 수 있다. www.marykatrantzou.com

    VOGUE 옷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일 계획도 있나?

    MK 내 작업 특성상, 프린트를 다양한 표면 위에 입히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그 작업은 극도로 신중하고 정확히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콜라보레이션에 포커스를 두었다. 롱샴 가방이나 몽클레어 패딩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는 일이 즐겁다. 여기서 배운 노하우를 통해 천천히 컬렉션을 확장하고 싶다. 2014 S/S 컬렉션에서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와의 협업을 통해 처음으로 나만의 구두를 소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다음은 가방 라인을 중비 중이니 기대해도 좋다. 아, 예상했겠지만 나는 건축에도 관심이 많다. 옷에 건축을 프린트로 입혔고, 옷의 형태를 고민하며 건설하기도 했다. 나만의 방식으로 인테리어에도 도전하고 싶다.

    VOGUE 얼마 전 론칭한 ‘마리 카트란주 닷컴’ 역시 무척 흥미롭다. 인터넷 파워는 나날이 막강해지는 요즘, 혁신을 좋아하는 당신에게 인터넷이란 어떤 의미인가?

    MK 인터넷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컨셉을 론칭하는 놀라운 플랫폼이자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완벽한 놀이터! 패션 세상은 이미 인터넷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친분을 쌓은지 오래다. 모두가 실험 중이지만, 이-커머스(인터넷 쇼핑)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이기에 우리도 준비 과정을 거쳐 이-숍을 런칭했다. 소셜 미디어는 즉각적이고 자유로운 또 다른 플랫폼이다. SNS는 쉽고 빠르게 정보를 접할 수 있어 브랜드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도구다. 여기서 착안해 나는 구글 플러스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요즘은 누구나 디지털 마케팅 담당을 따로 두는데 나 역시 담당 부서가 따로 있다.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소리가 흥미로울 뿐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다. 이 모든 환경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건설하는 첫 단계다.

    VOGUE ‘마리 카트란주 닷컴’ 론칭과 함께 당신은 애플 스토어에서 대담을 가졌다.

    MK 애플 스토어의 대담은 나 역시 흥미로웠다. 대중들의 패션에 대한 관심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패션 지식이 아주 해박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지 몰랐다.

    VOGUE 마지막으로 지금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있나?

    MK 하하, 비밀이다! 캣워크 쇼를 한달 앞두고 있다. 나를 비롯한 전체 팀이 짜여진 스케줄에 맞춰 착실히 움직이고 있으니 결과를 기대해도 좋다. 이번에도 역시 새로운 것을 준비 중이다.

    Website www.marykatrantzou.com

    에디터
    디지털 에디터 / 소지현(SO, JI HYUN)
    포토그래퍼
    KIM WESTON ARNOLD, JAMES COCHRANE
    스탭
    취재 / 여인해(패션 칼럼니스트), 아트워크 / 오수지(Oh, Su Jee)
    기타
    Courtesy of Mary Katrantz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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