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모델견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독’. 준결승까지 오른 여덟 마리 강아지에게 주어진 미션은? 한국 톱 모델들과의 <보그 코리아> 화보 촬영! 아침부터 새벽 2시까지 진행된 슈퍼모델들과 슈퍼 강아지들의 패션 랑데부.

KBS 서바이벌 모델견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독>의 주인공들과 <보그>가 사랑하는 톱 모델들이 만났다! 준결승까지 오른 강아지 여덟 마리에게 주어진 오늘의 미션은 <보그> 화보 촬영을 남다른 인내심과 장기로 무사히 치러내는 것. <보그> 촬영 팀은 일상생활 속에서 여자와 강아지가 함께 있는 풍경을 약간의 유머와 과장을 섞어 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진행 기자는 한 달 전부터 강아지들의 특징과 외모에 어울리는 여덟 가지 컨셉을 정해 각각의 세트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그들과 함께할 톱 모델들을 섭외했다. 이번 화보 미션에서 합격한 네 마리만 결승전에 올라 우승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에, <보그> 화보는 강아지들에게 가장 중요한 촬영이었다.

11월 26일 아침 8시 30분, KBS <슈퍼독> 제작진들은 사진가 조선희 스튜디오에 일찌감치 모여 촬영 동선과 콘티를 꼼꼼히 살폈다. 1층 카페에서는 사진가와 진행 기자, 세트팀이 오늘 촬영의 컨셉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순서를 정하고, 시간을 배분하고 있었다. 잠시 후 헤어와 메이크업 스태프들이 들어왔다. 이미 세트 팀은 1층 주차장과 4층 스튜디오에 첫 번째 컷과 두 번째 컷 준비를 마친 상태(밤샘 준비의 결과)다. 강아지들은 1시간 간격으로 도착하기로 했다.

첫 번째 컨셉은 아프간하운드 ‘페퍼’와 모델 송경아가 미래적인 헤어 살롱에서 헤어에 롤을 돌돌 만 채 우아한 포즈를 취하는 것. 다섯 살인 페퍼는 나풀거리는 긴 털과 우아한 워킹(엉덩이를 좌우로 실룩거리며 걷는 모습이라니!)이 톱 모델들의 런웨이 워킹과 꼭 닮아 있었다(강아지와 마찬가지로 1시간 간격으로 스튜디오에 등장한 톱 모델들도 페퍼의 워킹에 감탄사 연발). 송경아는 촬영 직전, 페퍼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몸을 쓰다듬으며 “우리 잘해서 1등하자!”라고 다짐했고, 페퍼의 견주는 긴 털이 엉킬세라 연신 빗질을 해줬다. 페퍼의 특기는 워킹과 스테이(‘스테이’라고 말하면 동작을 멈춘다)! 화려한 도그 쇼 경력을 자랑하는 페퍼가 윤기 나는 털을 휘날리며 카메라 앞에 섰다. 하지만 조명이 펑펑 터지자 집중력을 잃어버렸고, 자꾸 구석으로 숨으려고 했으며, 카메라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게다가 털에 감아놓은 롤이 불편한지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롤이 튕겨 나가기도 했다. 결론은? 비주얼로는 참가견들 중 최고 점수를 받았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고, 인내심도 낮은 것으로 평가돼 최종 결승에서는 탈락하고 말았다.


두 번째 강아지는 아메리칸 불리종 ‘코만도’. 생닭을 먹으며 값비싼 각종 에센스로 윤기나는 근육질 몸을 만들어온 코만도. 마초맨을 연상시키는 이 강아지는 촬영 전 이현이와 20분간 산책하며 호흡을 맞췄다. 사실 코만도는 별 장기가 없어 <슈퍼독> 심사위원들에게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엄청난 노력 끝에 ‘손’이 들어간 단어만 얘기하면 금세 앞발을 내미는 묘기를 터득했다고. 그날도 ‘손 칼국수’, ‘손 만둣국’, ‘손 수제비’ 등에 반응하며 스태프들과의 높은 친화력을 자랑했다. 다른 참가견들이 스튜디오 컷이었던 데 비해, 코만도는 야외 촬영 컷. 하필이면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비와 눈이 날리는 악조건이었다. 촬영 컨셉은 스튜디오 건물 밖에 마련된 경비행기 모형 앞에서 여자 모델과 남자 강아지가 영화 <카사블랑카>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 세트 팀이 준비한 헬멧이 작아 모델은 에비에이터 고글만 걸친 채 촬영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촬영 전엔 환상의 호흡을 보인 그들이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코만도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며 현이까지 앵글 밖으로 질질 끌려 다니는 상황! 다행히 몇몇 컷들은 건졌기에 탈락 위기에선 벗어났다.

세 번째로 촬영장을 찾은 포메라니안 ‘초롱이’. 방송 당일이면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인기 최고견 초롱이는 아홉 살로 참가견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강아지다. 하지만 동그란 눈, 깜찍한 외모, 앙증맞은 사이즈로 세트 팀이 준비한 한사토이 인형보다 더 인형 같은 모습. 여기저기서 이름을 부르자 자그마한 발로 스튜디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재롱잔치를 벌였다. 촬영 파트너인 모델 윤소정은 초롱이를 보자 감탄사를 내뱉었다. “화면보다 훨씬 귀엽네요. 정말 인형 같아요. 움직이지 않으면 인형으로 착각하겠어요!” 촬영 컨셉은 컨테이너에서 쏟아진 한사토이 동물 인형들 사이에서 인형처럼 정지 동작을 취하는 것. 특히 종이 박스 안에서 오랫동안 포즈를 취해야 했는데, 셔터를 누를 때마다 터지는 조명 때문에 쉽기만 한 촬영은 아니었다. 어쨌든 인형 같은 외모 그 자체로 촬영 컨셉의 주인공으로는 합격. 그동안의 미션에서는 사회성 부족으로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만큼은 모델견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네 번째 강아지는 마리노이즈종 ‘JJ’. 훈련 대회 출전을 목표로 길러졌던 ‘JJ’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 다져진 탄탄한 체력과 왕성한 에너지가 장점.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로 모델 최소라를 두려움에 떨게 했지만 절도 있는 행동과 견주의 말을 정확하게 인식해내는 특기로 스태프들의 마음을 녹였다. 오디션에 참가한 다른 개들과는 달리 훈련이 몸에 밴 ‘JJ’에게 주어진 촬영 컨셉은 바이커족 주인과 어울린 바이커 강아지. 할리 데이비슨에 올라타는 높은 난이도의 포즈를 완벽하게 해냈고, 사진가가 원하는 정확한 높이의 점프 실력과 ‘기다려’ 등의 절제된 행동으로 스태프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결과는? 완벽한 미션 수행에도 불구하고 비주얼을 우선시하는 패션 화보와는 맞지 않는다는 평으로 아쉽게 탈락했다.

안성에서 올라온 보더콜리 믹스견 ‘수근이’는 원래는 세 번째로 촬영할 계획이었지만, 컨셉이 바뀌어 무려 9시간 동안이나 기다려야 했다. 솔직히 외모가 출중한 다른 견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점심을 대충 때운 스태프들을 위해 수근이가 직접 밭에서 캔 고구마 간식으로 인기 급상승. 다만 모델 한혜진이 털 알레르기가 있어 다른 모델들과는 달리 미리 호흡을 맞추기는 힘들었다. 수수한 외모의 시골 청년 같은 수근이의 특기는 여러 단어를 척척 알아듣는 것. “인형 손잡고 와”라고 말하면 인형의 손 부분을 물고 오는 영리한 강아지로, 믹스견을 대표해 준결승까지 올라왔다. 게다가 촬영 컨셉이 정해진 날부터 수근이는 맹연습에 돌입, 결국 앞발로 칫솔을 들고 양치질하는 고난도 포즈(불가능하다고 생각해 모델이 칫솔을 들고 수근이의 이빨을 닦아주는 컷으로 교체할 예정이었다)를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견주가 숫자 10까지 셀 동안 입에는 칫솔을 물고 한쪽 발을 칫솔 위에 올리는 포즈를 완벽하게 해낸 것! 이 장면을 본 모든 스태프들은 탄성과 함께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돌발 상황 없이 가장 완벽하게 미션을 수행한 수근이가 1등을 차지한 건 당연했다.


여섯 번째 강아지는 깜찍한 뉴스보이캡을 쓰고 등장한 휘핏종 ‘루써’. 이탤리언 하운드의 피가 흐르는 휘핏종은 경주견으로 유명한데, 루써 또한 날렵한 실루엣과 길고 가는 다리로 우아함을 뽐냈다. 말하자면 루써는 늘씬한 자태와 온순한 눈빛, 고급스러운 털 색깔로 화보 미션에선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미션은 국가 대표 농구 선수 출신인 모델 이혜정과 마루운동을 함께 하는 컨셉이었다. 하지만 외모는 외모일 뿐. 루써의 점프는 서툴렀고, 뜀틀에서 뛰어내리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모델은 다양한 포즈로 루써에게 신호를 보냈지만 특별한 장기가 없는 루써는 점점 지쳐갔다. 적당한 컷을 건지지 못한 촬영팀은 뜀틀에서 뛰어내리는 컷만 사용해 합성하기로 결정. 결국 모델견으로서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기에 아름다운 루써는 아쉽게 탈락됐다.

일곱 번째는 수근이의 라이벌인 잭 러셀 테리어종 ‘이치’ 차례. 만능 재주꾼인 이치는 물구나무서기, 두발로 걷기, 뱅글뱅글 돌기, 두발을 가지런히 모아 서 있기 등 다양한 재주를 지닌 강아지다. 그래서 다른 참가견들에 비해 좀더 어려운 포즈를 요구하기로 했다. 촬영 컨셉은 모델 김원경과 우아한 만찬을 즐기는 강아지. 촬영을 위해 이치는 포크를 물고 두 발로 서 있는 포즈를 취해야 했다. 결과는? 포크가 무거워 버터 스프레드로 대체했지만 무거운 은식기를 입에 물고 서 있는 포즈를 완벽하게 수행. 또 모델과 똑같이 ‘두 발로 기도하기’ 포즈도 잘해내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모델견으로서남다른 재능을 가진 이치가 합격한 것도 당연한 일.


마지막으로 저 멀리 경상남도 양산에서 올라온 ‘럭키’. 통통한 체구, 짧은 다리, 한쪽 눈에만 있는 반점이 매력적인 불테리어종으로 패션 화보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강아지다. 럭키 역시 이미 인터넷상에서 하루하루 생활이 공개되는 스타견. 그동안 심사에서는 배 위에 두루마리 휴지 10개를 올리는 묘기로 <슈퍼독>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의 관심을 듬뿍 받았다. 하지만 촬영 당일 몇 시간 동안 전용 케이지에 갇힌 채 KTX를 타고 촬영장에 온 럭키는 불쌍하게도 스튜디오 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다. 견주는 촬영을 기다리는 내내 럭키의 몸을 쓰다듬으며 격려해줬고 모델 박세라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럭키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화보 컨셉은 럭키의 남다른 외모(한쪽 눈의 검은 점을 ‘멍든 눈’으로 해석)에서 영감을 받은 복싱. 샌드백을 가운데 두고 여자와 강아지가 링 위에서 한판 승부를 펼치는 컨셉을 원했지만, 럭키는 두 발을 샌드백 위에 올려놓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어느새 시간은 새벽 1시, 더 이상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결국 한쪽 발을 샌드백에 올린 컷만 겨우 연출하곤 촬영을 접어야 했다. 견주는 당일 올라와 컨디션 관리를 해주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지만, 낯선 스튜디오 환경에서 돌발 행동 없이 얌전히 촬영에 임해준 럭키에게 스태프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럭키 역시 이날 모델견으로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에 아쉽게 탈락됐다.

이날 화보 촬영은 아침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진행됐다. 투입된 인원만 50여 명. 세트를 바꿔가며 해야 했기에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났고, 강아지들에게도, 사람들에게도 너무 힘든 촬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에, 네 마리는 탈락해야 했지만, 그들 모두 이번 촬영의 멋진 컨트리뷰터였다. 조명이 번쩍거리고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하며 낯선 사람들로 우글거리는 지옥 같은 환경에서도 이처럼 멋진 컷을 선사해준 강아지들, 사랑스러운 반려견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켜본 견주들, 인내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촬영에 임해준 톱 모델들, 장장 17시간 동안 함께한 스태프들… 그들에게 ‘촬영을 또다시 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No’라고 답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두 미션을 훌륭히 완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