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신드롬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과 하늘을 나는 황금박쥐의 공통점은? 둘 다 주위의 빛을 흡수한 듯 광채를 발산한다는 것! 올봄 패션을 찾아온 퓨처리즘과 꾸뛰르적 디테일을 버무린 메탈 신드롬!



어릴 적 황금박쥐 캐릭터는 늘 반짝이 옷만 입고 다녔다. 주변의 빛을 흡수한 듯 발광체처럼 빛나던 그 의상은 열광적인 히어로 캐릭터의 코스프레가 아니고선 시도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 늠름하던 황금박쥐도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었을 법한 2014년 봄. 히어로들의 테마 의상이자 60년대 파코 라반, 피에르 가르뎅, 꾸레주의 퓨처리즘 쇼에 단골로 등장했던 메탈릭 룩이 다시 돌아왔다.

온통 무채색 일색인 여자들의 드레스 룸을 환하게 밝힐 올봄 메탈리즘 유행은 뉴욕, 밀라노를 거쳐 특히 파리에서 폭죽처럼 터졌다. 모처럼 돌아온 찬란한 유행을 찬양이라도 하듯, 클로에는 대형 금빛 조명 기구로 쇼장을 환하게 밝혔고, 드리스 반 노튼은 거대한 금빛 병풍을 무대 전면에 내세워 메탈릭 유행을 대대적으로 선포했다. 이 반짝이는 유행을 두 손 들어 환영한 디자이너는 뜻밖에도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 그는 쇼에서 스팽글로 도배한 마담 그레풍 의상들에다 모델들 얼굴에 반짝이는 비즈까지 잔뜩 붙여 메탈릭 마스크 메이크업을 시도했다. 히피풍 로커 피가 흐르는 에디 슬리먼은 블링블링한 비즈 장식 재킷이나 자카드 드레스를 입은 생로랑 걸들을 등장시켰고, 라프 시몬스도 디올 쇼에서 무려 29벌이나 되는 메탈릭 브로케이드 의상들을 드라마틱하게 선보였다.

또 발맹의 루스테잉은 스와로브스키로 장식한 화려한 밴드를 체인으로 엮은 미니 드레스를 완성했고, 드리스 반 노튼의 쿠킹 포일 같은 메탈 프릴 드레스들은 무대의상처럼 특별해 보였다. 크리스털과 자카드, 스팽글을 반투명 소재와 함께 사용한 로샤의 공주 드레스, 진짜 황금박쥐 날개 같은 하이더 아커만의 골드 셔츠 드레스, 선물 포장지로 완성된 듯한 랑방의 아코디언 주름 드레스들까지, 파리 디자이너들은 1시간마다 반짝이는 에펠탑처럼 봄 컬렉션을 통해 파리의 낮과 밤을 환하게 밝혔다.

밀라노도 반짝거리긴 마찬가지. 파코 라반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펜디의 메탈릭한 미니 드레스, 돌체앤가바나의 황제 얼굴 동전들이 촘촘하게 장식된 원피스와 메탈 코사지 장식 코트, 구찌의 카멜레온 같은 실크 드레스, 에밀리오 푸치의 은색 복서 후드 가운, 로베르토 카발리의 악어가죽 재킷과 메탈릭 코팅 뱀피 팬츠 등 메탈리즘의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또 뉴욕 프로엔자 스쿨러의 마담 그레풍 플리츠 드레스, 알투자라의 글래머러스한 드레스, 제이슨 우의 90년대 스타일 미니멀 드레스 위에도 메탈릭한 반짝임이 자리 잡았다.

흰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이지만, 봄을 여는 라메, 브로케이드, 플라스틱, 비즈, 스팽글의 메탈리즘 유행은 현재진행형. 그러니 성급한 봄 처녀들이 회색 도시와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반짝이 옷들을 자랑하더라도 황당해하지 마시길! 분명 히어로 코스프레나 밤무대 댄서가 아닌, 최신 유행으로 쫙 빼입은 얼리어답터들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