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글루텐 주의보

2016.03.17

by VOGUE

    글루텐 주의보

    맛있는 빵과 케이크, 파이와 쿠키를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밀가루 속 단백질, 글루텐. 밀가루 음식이 주식인 대양 건너편 나라들에선 지금 글루텐 공포가 한창이다. 스파게티와 빵 없인 살 수 없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기사를 읽어보시라.

    글루텐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식품이다. 그러므로 미국인의 1/3이 식단에서 글루텐을 없앴다거나 그러려고 노력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글루텐의 주공급원인 밀, 나쁘긴 하지만 밀만큼 나쁘진 않은 호밀과 보리가 들어간 모든 식품을 제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루텐은 지난 세대에 가장 끔찍한 사탄 취급을 당했던 설탕도, 지방도 아니다. 그것은 밀가루 안에 들어 있는 두 가지 주요 단백질이 결합된 100% 단백질이다. 밀이 1만2000년 전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이후로 그렇게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글루텐 때문이다. 왜냐하면 글루텐은 맛있는 효모 빵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루텐은 현재 밀이 악마 취급을 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과 몇 년 전, 빵이나 파스타 등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몸이 아픈 사람들, 즉 글루텐 알레르기 환자가 있는 것이 밝혀졌고, 그들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셀리악병(Celiac Disease·아주 심각한 소화 장애) 진단을 받았다. 셀리악병은 유전되며 치료가 불가능하다. 유일한 해결책은 글루텐이 함유된 식품을 먹지 않는 것이다. 이상한 건 전 세계 인구의 단 1%(100명 중 한 명)만이 실제로 이 셀리악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점도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미국인의 29%(약 9,000만 명)는 왜 여론조사원들에게 자신들이 글루텐을 피하고 있거나 피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일까? 오늘날 미국 인구는 3억1,600만명이다. 우리 중 29%가 글루텐을 먹었을 때 정말 아프다면,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널리 퍼진 전염병 중 하나일 것이다. 고대 아테네의 페스트, 중세의 흑사병, 혹은 런던의 대역병처럼 말이다. 혹시 그 29% 중 28%는 전혀 다른 신체 이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건 아닐까? 그들은 임상적인 의미로 ‘글루텐에 민감한 자’들인가? 그들은 자신의 상상 속 질병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식품을 찾고 있는 심기증 환자일까? 그들은 식이 장애를 앓고 있는가? 비합리적인 밀 공포증? 아니면 단순히 식품 유행, 건강 열풍, 혹은 집단적인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

    글루텐을 피하자는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상징적인 리더들은 신체적인 아름다움이나 운동 기량으로 유명한 카리스마 넘치는 공인들이다. 아름다움의 범주에는 모델들과 우리의 친구인 기네스 팰트로가 있다. 글루텐을 전혀 먹지 않는 운동선수 중에는 테니스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가 있다. 그는 글루텐을 포기하기 전까지 건강상의 문제들이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당신이 글루텐을 먹을 수 없다면 애플파이나 피자를 먹을 수 없다. 바게트, 브리오슈, 크루아상 등도 먹을 수 없다. 팬케이크나 컵케이크, 여섯 겹의 찰스턴 코코넛 케이크도 먹을 수 없다. 통밀에 얹은 파스트라미나 BLT 샌드위치도 금지다. 납작한 국수나 딤섬도 먹을 수 없고, 화이트 트러플을 곁들인 타야린도 금지다. 푸리나 파라타, 어떤 종류의 포카치아도 먹을 수 없다. 탄탄면이나 샤오롱바오도, 초콜릿 칩 쿠키나 생강 쿠키도, 프라이드치킨이나 와플도, 봉골레 스파게티나 카치오 에 페페(cacio e pepe)도, 크로캉부슈(캐러멜을 풀처럼 사용해 슈크림을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은 케이크)나 슈크림도, 푸딩이나 어떤 빵도, 크리스마스 케이크나 오레오도 먹을 수 없다. 이것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음식 중 몇 가지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엄청난 글루텐을 함유하고있다. 글루텐은 이런 음식들이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없이 진정한 행복이 가능할까? 글루텐 없는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대답은 아마 ‘예스’일것이다. 글루텐 박탈이 질병통제센터가 정한 자살 원인 중 하나는 아니니까. 나는 일반 대중을 대신해 나 스스로에게 직접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음식을 모두 포기하기에는 식탐이 너무 많다. 부끄럽게도 나는 1년 전만 해도 글루텐 알레르기를 유당 알레르기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 과장되고, 기껏해야 복통의 원인에 불과하며, 어떤 경우에도 치명적이진 않은,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이상 증세 말이다. 그러나 글루텐은 완전히 다르다. 어떻게 그런 잘못된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실수는 인간이 수천 년 동안 먹어오고, 가치를 부여하고, 숭배까지 하고, 시로도 써온 음식은 적어도 인간의 몸에 적절하며, 심지어 꼭 필요한 것이라는 나의 오랜 믿음에서 비롯됐다. 물론 여기서 내가 얘기하고 있는 음식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빵을 의미한다. 인간들은 6000년 동안, 어쩌면 훨씬 오랫동안 빵을 먹어왔다. 그러나 역사책은 글루텐의 문제점과 의사들이 거의 왕진을 오지 않는 것에 대한 환자들의 불평들로 시끄럽지 않다. 성경(이사야 55:2)에 나오는 질문을 기억하라. “너희는 무슨 이유로 빵이 아닌 것에 돈을 쓰는가? …몸에 좋은 것을 먹어라. 그리고 너희의 영혼이 그 기름짐으로 기뻐하게 하라.”

    글루텐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글루텐은 ‘글루(접착제)’에 해당하는 라틴어다. 글루터너스(glutinous)는 “끈적끈적한, 점착성의, 신축성 있는, 점성 있는”이란 뜻, 글러터너스(gluttonous)는 “식탁에서 탐욕스럽거나 만족을 모르는”이라는 뜻인데, 후자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사실, 글루텐만큼 흔한 것도, 혹은 천연 성분으로 이뤄진 것도 없을 것이다. 하얀 다용도 밀가루는 대부분 탄수화물이고, 약 10%가 단백질이다. 밀가루에 함유된 두 가지 주요 단백질은 글리아딘(gliadin)과 글루테닌(glutenin)이다. 이 두 가지는 물과 함께 섞이면서 글루텐을 형성하는데, 가령 밀가루 반죽을 할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

    더 오래, 더 열성적으로 섞고 치댈수록 더 많은 글루텐이 형성되고, 더 많은 글루텐 분자들이 신축성 있는 망을 만들어 반죽이 더 부드럽고, 더 탄력 있고, 더 잘 늘어나게 된다. 그 결과 끊어지지 않고 늘어났다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반죽을 너무 오래 치대면 글루텐이 부서져 반죽이 축 늘어진다. 밀가루를 치대는 과정에서 공기가 들어가면 작은 기포들이 생기는데, 심플한 빵을 만들 계획이라면 소금과 이스트도 넣을 것이다. 그리고 이스트가 살아 움직이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 결과 풍선처럼 기포들이 부풀고 반죽이 팽창한다. 뜨거운 오븐에 반죽을 구우면 기포들이 더 팽창하며, 완전히 구워지고 전분이 부드럽게 굳으면 기포들도 그 상태로 굳는다. 글루텐은 이 기포들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해준다. 글루텐이 없으면 기포는 그냥 터져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글루텐의 기적이다.

    셀리악병을 앓는 사람들에겐 글리아딘이 문제다. 빵 속의 글리아딘이 위장을 통과하면 영양소를 흡수하는 동시에 음식을 계속 움직이게하는, 소장 벽을 덮고 있는 융모들을 점차 파괴하는 염증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이것이 복부 팽만과 온갖 종류의 소화 및 배설 문제를 야기하고, 몸에서 비타민과 미네랄을 박탈하며, 피로, 운동 실조(팔다리의 불안정), 골다공증, 그리고 심지어 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증세들이 셀리악병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통의 경우처럼 그 원인은 다양하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셀리악병에 걸린 몇몇 사람들은 뚜렷한 증세가 전혀 없기도 하다는 것. 그들이 먹은 와플과 프렌치토스트에 들어 있는 글리아딘이 조용히 그들의 융모를 먹어치워도 말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피해망상에 걸리기 쉽다. 확실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융모를 아주 가까이서 볼 필요가 있다. 조직 검사를 통해서든 작은 비디오카메라가 내재된 1인치짜리 캡슐을 삼켜서든 말이다. 일반적인 알레르기처럼 셀리악병도 몸이 항체들을 동원해 글루텐에 반응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이런 항체들에 대한 테스트가 모든 걸 말해주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 8월 1일 핀란드의 한 생명공학 회사가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피 한 방울로 검사할 수 있는 자가 테스트 기구를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이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다.

    겉만 번드르르한 이론 공부는 그만두자. 이제 우리의 손을 더럽힐 시간이다. 먼저 우리는 글루텐이 정확히 어떻게 생겼고, 어떤 느낌인지 알아야 한다. 봉지나 상자에 담긴 가루 글루텐을 살 수 있지만, 내찬장에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에 나온 방법대로 직접 밀가루에서 그것을 추출했다. 먼저 전기 믹서 볼에 킹 아더 브레드 밀가루 두 컵을 넣고 물 2/3컵을 부은 다음 단단하고 부드러운 반죽이 될 때까지 믹서를 천천히 돌렸다. 그런 다음 많은 물(볼의 1/4)을 붓고 믹서를 켜둔 채 저녁을 먹었다. 나중에 보니 볼 안에는 우유 같은 묽은 액체가 가득했다. 그것을 따르자 흉측하고 칙칙한 색의 질척한 물질이 남았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예상했던 것만큼 끈적거리지 않았다. 그것을 볼에서 잡아당기자 2피트 정도까지 아주 잘 늘어났다. 이것이 글루텐이다. 세상 산해진미의 절반을 만들어내는(동시에 세상의 1%에겐 독인) 물질 말이다.

    나는 글루텐 없이도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했다. 나는 홀 푸즈 마켓에 연락을 취했고 홀 푸즈가 제공하는 몇 가지 특별한 것 중 GF(Gluten-Free, 글루텐이 없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홀 푸즈의 GF 제품 리스트를 보내준 로빈 켈리, 마이클 시나트라와 얘기를 나눴다. 로빈은 내게 유니언 스퀘어에 위치한 홀 푸즈 마켓에서 파는 밀가루, 빵, 크래커 샘플들을 보내주기도 했다. 그들의 GF 총 목록은 2,132개 품목들로 이뤄져 있었는데, 세로로 두 칸씩 나뉜 종이에 26페이지 분량이나 되었다! 몇 가지는 내가 먹지 않는 것들(기저귀 크림, 탈취제, 스타일링 젤, 그리고 수십 가지 비누, 립밤, 비타민, 영양제 등)이었다. 그리고 몇 가지는 보통은 밀가루가 들어가지만 반드시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식품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리스트에 있는 몇 가지는 10~20년 전 에 내가 ‘건강식품’으로 불렀을 만한 식품들의 GF 버전들이었다. 그러니까 누군가 셀리악병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영원히 풀과 씨앗, 케일 같은 것만 먹어야 하는 형벌에 처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2,132가지 품목 중 절반가량은 밀, 보리, 혹은 통밀과는 상관없는 식품들이었다. 고기(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의 살코기)와 감자(여기에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곁들여), 상냥한 곡물들(옥수수에서 퀴노아까지), 우유와 크림, 그것으로 만든 모든 나라의 치즈 등등. 이것들만 먹으면 글루텐을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가장 걱정되는 것은 기본적인 양식인 빵과 달콤하고 맛 좋은 그 모든 것들이었다. 나는 이미 아주 평범한 시도를 해보았다. 일주일 전에 GF 냉동 파스타들을 몇 가지 구입했는데, 그 어떤 제품도 역겹지 않았다. 모든 것이 매콤한 양념과 소스에 좌우됐다. 면의 맛과 심지어 질감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동네 식료품점에서 테이트 초콜릿 칩 쿠키의 GF 버전과 일반 버전을 팔고 있는 걸 알았다. 내 판단으로는 GF 버전과 일반 버전이 거의 똑같았다. 다만 나는 쌀가루 맛보다는 밀가루 맛이 더 좋았다. 내가 세계인의 절반이 먹고 있는 쌀을 먹고 성장했다면 달랐을 것이다. 쌀가루에 부족한 씹는 맛은 크산탄 검(식품 재료를 걸쭉하게 하는 데 쓰이는 화학물질)과 충분한 양의 백설탕과 황설탕이 대신했다. 홀 푸즈의 제빵 제과 리스트에는 약 150가지 빵과 크래커가 포함돼 있었다.

    나는 재빨리 유니언 스퀘어의 홀 푸즈 마켓에서 20가지를 찾아냈고, 충동적으로 5가지 GF 디저트도 더 구입했다. 여기에는 안에 부드럽고 끈끈한 초콜릿이 들어 있고, 겉은 아주 얇고 바삭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울퉁불퉁한 진한 갈색 쿠키가 포함돼 있었다. 전체적으로 아주 맛있었다. 아마 오리지널 버전에도 밀가루가 많이 함유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집에 오는 길에 작은 셀로판 봉지에든 그 쿠키를 모두 먹어치웠다. 폭로하자면 사실 그 봉지는 작지 않았다.

    우리는 부엌으로 돌아와 베이킹을 시작했다. 믹스로 만든 바나나 브레드는 뻑뻑하고 약간 썼다. 이 믹스에는 글루텐 맛을 흉내 내기 위해 크산탄 검이 첨가돼 있었다. 그러나 이런 희망은 헛된 것이었다. 크산탄의 씁쓸한 맛은 과하게 들어 있는 싸구려 시나몬으로도 가려지지 않았다. 홀 푸즈는 GF 밀가루도 몇 가지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것도 빵 레시피에 일반 밀가루 대신 그들의 제품을 사용해도 좋다고 주장하지 않았는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우리는 운 좋게도 동네 홀 푸즈에서 취급하지 않는 밀가루를 구할 수 있었다. 지난여름 나파 밸리에 있는 프렌치 론드리(French Laundry)를 방문했을 때, 토머스 켈러와 그의 연구 개발 셰프였던 레나 곽이 개발한 GF 밀가루인 Cup4Cup 한 봉지를 선물 받은 것이다. 나는 일반 빵 레시피에 그것을 사용했다. 완성된 GF 브레드는 작았지만 윤이 나고 바삭했으며, 갈색에다 아름다웠다. 식감은 쫄깃했고 셀수 없이 많은 작은 기포들이 있었다. 그러나 맛은 별로였다. 다시 시도한다면 더 큰 기포들이 많이 생기도록 이스트와 탄산수를 더 첨가해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글루텐 없이 건강한 식생활을 시도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일 수 있다. 그래서 셀리악병에 걸린 1%를 제외한 사람들이 그러려고 애쓰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나는 글루텐 없는 생활을 두 번 시도해본 적이 있다. 각각 2주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프랑스의 몬티냑 다이어트, 그리고 미국에서 시작된 앳킨스 다이어트를 시험했다. 탄수화물 없는 식단은 밀가루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거의 확실하게 글루텐 프리에 가깝다. 그러나 GF 다이어트는 설탕과 옥수수처럼 여전히 탄수화물이 가득할 수 있다. 내가 새로운 사람처럼 느껴졌을까?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날씬해지려고 노력했고, 하루에 5~10번(어쩌면 그 이상)씩 체중을 쟀다. 나는 탄수화물 없이도 충분히 잘 먹었다. 그러나 빵의 대체품을 찾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 역시 앳킨스 다이어트를 과도한 양의 고기와 지방을 섭취할 수 있는 자격증처럼 사용했던 것이다.

    다만, 셀리악병 같은 진짜 음식 알레르기와 질병은 매우 위험하다. 그리고 그런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우리는 이해하고 동정해야 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잡식동물이다. 조물주는 우리에게 다목적용 치아와 소화기, 그리고 다목적용 밀가루를 주었다. 특정 식품이나 식품군을 비이성적으로 피하는 사람은 음식 공포증 환자다. 어떤 병이나 이상 증세를 앓고 있다고 쉽게 믿는 사람은 심기병 환자로 불린다. 바삭한 바게트와 크루아상을 불필요할 정도로 피하는 사람은 불쾌하거나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냥 아픈 척하는 사람은 병 환자다. 그들은 디너파티를 망치고, 유쾌한 기분을 망치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다소 건강하다는 생각(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실제로 몸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그들을 고문한다.

    음식 공포증 환자들은 오랫동안 나의 적이었다. 의학 보고서들은 전적으로 내 편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셀리악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이 밀을 먹으면 아프다고(혹은그냥 불편하다고) 느끼는 다른 타당한 이유들을 설명한 글들-대부분 지난 5년 동안 발표된-을 모아봤다. 그들은 밀에 일반적인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고, 혹은 글루텐에 민감하지만 장벽이 손상되지 않아서 완전히 진행된 셀리악병 진단은 받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셀리악병과 겹치는 증세인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바로 어제 나는 ‘그것은 식이 장애인가, 위장 장애인가, 아니며 둘 다인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이메일로 받았다. 그들의 결론은? 둘 다였다.

    그렇다면 단순히 자신이 셀리악병에 걸린 것이라고 상상하면서 글루텐이 올해 유행하는 음식 공포증이라는 이유만으로 식단에서 밀을 제외시키는 사람들은 어떤가? 설탕물의 위약 효과가 병을 고칠 수 있다면, 빵이나 컵케이크도 기네스 팰트로와 마일리 사이러스처럼 되고 싶은 누군가를 실제로 아프게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완벽한 빵 한 조각을 먹고 나서 아픈 것 같다고 말한다면 과연 누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에디터
    글 / 제프리 스타인가르텐(Jeffrey Steingarten)
    포토그래퍼
    ERIC B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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