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스마트폰 애티튜드

2016.03.17

by VOGUE

    스마트폰 애티튜드

    스마트폰이 패션에서 신종 액세서리가 된 지는 꽤 됐다. 바야흐로 패션의 중심에서, 스타일과 애티튜드를 완성하는 도구로서의 스마트폰 풍경을 들여다봤다.

    “헬로?” “모시모시?” “알로?” “쁘론또?” “여보세요?” 바벨탑을 무너뜨린 온 세상의 방언으로 전화 통화를 하는 스마트폰 TV 광고의 한 대목? 찍고 찍히는 패션 게임이 펼쳐지는 패션 중심지에서 들리는 소음이다. 온 민족이 패션이라는 용광로 안에서 ‘위 아 더 월드’가 되는 곳. 여기는 패션 위크 주변의 길거리다. 사실 요즘 패션은 이 지역에서 특이하고 멋지게 옷을 입는 사람들 위주로 돌아간다. 그걸 카메라로 찍은 결과물이 새로운 유행이 되면서 하이패션 브랜드에 영감을 주고, SPA 브랜드들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찍고 찍힌다’라는 어딘지 공격적인 문장은 패션쇼 주변에서 카메라를 든 사람과 카메라 앞에 선 사람 사이에 통용되는 언어다. 그 광경을 보자니 정치나 경제 쪽에서 유행하는 말들이 떠오를 정도다. 공생발전, 동반성장, 상생, 혹은 악어와 악어새 등등. 찍고 찍히는 인산인해 속에 찍는 사람이 카메라를 들었다면, 찍히는 사람이 쥔 물건은 스마트폰이다. 중독의 대상이자 21세기 광고를 독식한 하이테크 기기 말이다. 덕분에 패션 스트리트 사진에서 멋쟁이들은 클러치나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의 커피를 놓는 한이 있어도, 스마트폰만은 손에서 놓친 적이 없다.

    그런데, 그게 하나의 ‘룩’이 됐다면? 사실 이 거리에서 몇몇 사람들은 초대장과 스마트폰만 쥐고 돌아다닌다(따로 가방이 필요 없는 편집장이나 메모가 필요 없는 스타일리스트들!). 패션쇼에서 나올 때는 역시나 스마트폰뿐. 누가 누가 더 기발하게 스마트폰을 꾸몄느냐, 역시 사진가들에겐 먹음직스러운 포획의 대상이다. 꼴레뜨 같은 전 세계 멋쟁이들의 소굴에 가면 패션 소품 뺨치는 스마트폰 케이스가 하루가 멀다고 신상품 진열대에 놓인다. 심지어 패러디에 목숨 거는 비주류 브랜드들 역시 하이패션을 응용해 그럴듯한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들어 판다(한때 샤넬 네일 에나멜의 직사각형 패키지를 그대로 본떠 만든 게 유행할 정도).

    그리하여 스마트폰을 드는 태도마저 덩달아 근사해 보이게 됐다. 찍히는 사람은 모델이 아닌 이상 군중 속에서 딱히 포즈를 취하기 애매한데다, 사진가들이 정직한 포트레이트풍 사진보다 휙 지나치는 결정적 순간을 찍어대는 게 유행이 되면서부터 그들의 앵글에 스마트폰을 든 여자들이 걸려들었다. “시선을 액정 화면을 향해 아래로 처박거나 누군가와 통화하며 아수라장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포착되기 시작했죠”라고 어느 사진가는 전한다. 아울러 자신들이 찍은 스마트폰 룩에도 보기 좋은 포즈가 따로 있다고 덧붙인다. “이를테면 팔이 꺾이는 각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그건 스튜디오 안에서 모델들의 ‘꺾는 포즈’와 비슷한 맥락이죠.” 아울러 귀에 대고 통화할 때 팔꿈치가 몸으로 밀착되면서 실루엣이 좁고 날씬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 “한쪽 귀와 어깨 사이에 스마트폰을 끼운 채 양손으론 다른 일을 해야 하기에 고개를 한쪽으로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데, 그 각도가 전체적인 룩에 ‘에지’를 줍니다.”

    게다가 요새는 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두세 개씩 소지하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한 손으로 두 개씩 들고 통화하거나 검색하는 묘기를 보이는 패션 기인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코믹한 ‘시추에이션’은 따로 있다. 무차별적으로 자행되는 스트리트 사진가들의 카메라 공격에 역공을 가하는 무기로 스마트폰이 쓰인다는 것. “찍히는 걸 ‘업’으로 삼는 몇몇 패션 피플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를 향해 깜찍하게 역공을 가하죠.” 설마, 찍히는 게 지겨워 스마트폰을 사진가들을 향해 집어 던질 리 만무할 텐데? “포즈를 취하려다 말고,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셔터를 누르는 사진가 무리의 풍경을 오히려 그들이 찍는 것. 찍고 찍히는 패션 경기의 백중세는 바로 그때 이뤄지죠.”

    이렇듯 스마트폰은 디지털카메라를 대신해 촬영 기구가 됐지만, 패션을 둘러싼 풍경에선 하나의 ‘룩’이나 ‘애티튜드’, 혹은 ‘스타일’을 완성하는 소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결국 패션에서 스마트폰이란? 누구에겐 패션쇼 현장을 즉석에서 기록하는 장치. 다른 누구에겐 침을 질질 흘리며 한 컷이라도 더 찍기 위해 진을 친 스트리트 카메라맨들을 헤집고 빠져 나올 때 딴청 피우기 좋은 물건. 하지만 스마트폰의 진짜 역할은 따로 있다. 별의별 나라말로 오가는 통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목만 통역하면 “어디야?”다. 그러니까, 이 쇼장에서 다음 쇼장으로 자신을 운반하는 운전기사를 찾는 ‘무전기’라는 것.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신광호
      포토그래퍼
      KOO YOUNG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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