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컬러와 테크닉 트렌드

헤어 컬러가 대범해지고 있다. 스타일만큼이나 컬러가 중요해진 지금, 멋 좀 부린다는 당신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헤어 컬러와 테크닉 트렌드.

작년 겨울 한국을 찾은 아베다 글로벌 컬러 디렉터 이안 마이클 블랙은 명동 거리에 나섰다가 깜짝 놀랐다. 몇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 여자들의 모발 색상이 확연히 밝아졌고, 의외로 과감한 컬러로 염색한 젊은이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던 것. “몇 년 전과는 염색 수준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사실 몇년 전만 해도 얼룩덜룩 잘못 염색된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이번에 보니 거의 사라졌더군요.” 바야흐로 염색의 시대가 돌아왔다. 현재 국내 염모제 시장은 약 1,300억 규모(유로모니터 기준). 살롱 전문 헤어 브랜드 아모스에서 발표한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을 시발점으로 찾아온 밝은 모발 트렌드가 2013년 정점을 찍으며 올해로 이어질 것이며, 염색 모발의 컬러 팔레트는 더 다채롭게 확장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2013년 한국 리서치 트렌드 인사이트 조사 보고서에서도 2개월 내에 염색을 하겠다고 답한 응답자 중 과반수(58.2%)가 밝은색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2014년 트렌드 컬러는? 적보라, 남색, 핑크, 레드! 미쟝센 브랜드 매니저 양준우 팀장은 작년 아이돌 스타들이 선보인 핑크, 카키, 퍼플 등의 강렬한 컬러가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도록 톤 다운돼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핑크나 브라운 컬러에 애시 톤(회색)이 섞여서 빛이 바랜 듯 오묘한 느낌의 빈티지 스타일로 재해석될 것으로 봅니다.” 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 김달래 차장도 마찬가지. 올봄은 한결 부드럽고 화사한 컬러들이 유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페미닌한 무드와 융합되면서 컬러는 소프트 브라이트 톤, 텍스처는 가벼우면서 우아한 웨이브죠. 물론, 지난 시즌 마니아층이 생겨난 비비드 컬러들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부분적인 포인트로 응용될 것입니다” 이안 마이클 블랙은 컬러만큼 테크닉에도 주목했다. “최근에는 특정 색이 유행한다고 맹목적으로 따라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테크닉적인 부분도 중요해졌어요. 예를 들면 뿌리부터 머리끝까지 자연스럽게 그러데이션한다거나 투톤 염색 등 색다른 염색 방법들 말이죠.” 컬러 테크닉의 선두 주자 토니앤가이의 채수진 디자이너도 그 말에 동의했다. “가령 무겁게 툭 떨어지는 일자 머리는 텍스처나 입체감이 드러나기 힘든데, 멀티컬러로 염색을 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속 모발은 어둡게, 겉 모발은 밝게 염색하면 흐트러졌을 때 생동감이 살아나죠. 또 파트를 나눠 앞은 어둡고 뒤는 밝게 할 수도 있고, 뿌리는 어둡게 시작해 점점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그러데이션을 주거나, 햇빛을 받은 것처럼 엔젤링 부분만 더 밝게 염색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 강한 포인트 컬러로 과감하게 들어갈 수도 있고, 부담스럽다면 컬러의 명도 차를 줄이면 됩니다. 어떻게 하든 훨씬 재미있고 감각적인 스타일이 완성되죠. 자신에게 어울리는 컬러는 하나가 아닙니다. 직업, 평소 스타일과 잘 어우러지고, 염색도 여러 색을 섞어 전체적인 느낌을 연출한다면 오히려 다양한 컬러에 도전할 수 있죠.” 이안 역시 동양인은 노란 피부 때문에 시도해볼 만한 컬러가 한정적이란 생각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작년에 헤어 초크의 등장과 함께 이슈가 된 멀티톤 컬러 테크닉은 올해 더 활기를 띠며 색상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이번 시즌 트렌드 컬러는 적보라, 남색, 핑크, 레드. 이들은 한국인의 어두운 모발과 만나빛이 바랜 듯 빈티지한 느낌으로 유행할 예정이다.

올해 또 한 가지 희소식은 동양인을 위해 개발된 염모제가 늘어났다는 사실. 아베다 교육팀 최정윤 과장은 어떤 색상으로 염색해도 이상하게 붉은 기가 돌아 고민이었다면 아베다, 로레알, 시세이도 등에서 선보인 아시아 전용 염모제에 눈을 돌리라고 조언했다. “흑인들이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짙은 블랙(연탄처럼)이라면 동양인의 모발은 어두운 갈색에 가깝기 때문에 붉은 색소가 많아요. 그래서 아시아용 염모제는 차가운 톤을 강화해서 원치 않는 붉은빛이 돌지 않도록 개발됐죠. 그 결과 컬러 차트 색상과 실제 염색 모발 색상의 싱크로율을 높일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러 차트에서 선택한 색상을 염색했을 때 생각과 너무 다른 경우가 있다면? “그건 모발마다 지니고 있는 멜라닌 색소의 비율이 다르기 때문인데, 그만큼 헤어 디자이너와의 상담이 중요해요. 무엇보다 나와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밝기의 기준이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미용실 어시스턴트 등 주변 사람들의 머리 밝기를 기준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겁니다. 색상도 헤어 차트의 몇 가닥 안 되는 머리카락으론 전체 느낌을 상상하기 어렵죠. 주변에 원하는 모발을 지닌 사람이 없다면 연예인 사진을 참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런 후 자신에게 적당한 컬러를 차트에서 다시 확인하면 실패할 확률이 훨씬 낮아지죠.” 간혹 염색 모발의 물이 빠지면서 전혀 생각지 못한 색깔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다. “붉은빛에서 물이 빠지면 오렌지, 마지막은 노란빛이 돕니다. 반면에 차가운 톤인 애시(잿빛) 브라운은 카키(녹색), 노랑으로 바뀌죠. 그러니 붉은빛이 도는 건 죽어도 싫다면, 무조건 차가운 톤으로 염색하면 됩니다.”

이처럼 과감한 헤어 컬러를 원하는 이들이 대폭 늘어난 데는 염색을 해도 모발이 크게 상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90년대, 2002년 염색이 붐이었던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의 염모제와 케어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색상을 밝게 할수록 모발이 지푸라기처럼 변하던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너무 자주만 하지 않는다면 손상이 거의 없는 단계까지 발전한 것.

이와 더불어 홈 케어의 중요성도 커졌다. “이론적으로 모발을 밝게하는 요소는 물, 자외선, 바람입니다. 이 세 가지에 많이 노출될수록 탈색이 빠르죠. 여름철 바닷가나 수영장에 다녀오면 모발이 밝아진 걸 느꼈을 거예요. 염색 모발용 샴푸는 꼭 장만하도록 하고, 자외선, 열 차단 성분이 들어간 헤어 제품도 도움이 됩니다.” 헤어 스타일만큼이나 컬러가 중요해진 지금이야말로 염색을 시도할 때. 올봄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하고 싶다면 머리 색깔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