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고 심플한 시계

피자에만 기름기를 쫙 뺀 ‘울트라 씬’이 있는 게 아니다. 태블릿 PC부터 노트북, 아이패드 등 온 세상이 ‘울트라 씬’을 외치는 지금, 시계 역시 얇고 심플한 게 대세다.

1 무브먼트 브리지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피아제의 두께 4mm ‘알티플라노’. 2 예거 르쿨트르의 핸드 와인딩 시계 ‘울트라 씬 주빌리’. 3 반클리프 아펠의 옐로 골드 다이얼 시계 ‘피에르 아펠’. 4 쇼파드의 오토매틱 시계 ‘L.U.C XP’. 5 바쉐론 콘스탄틴의 18K 로즈 골드 시계 ‘히스토릭 울트라 파인 1968’.

그동안 우리 여자들은 다양한 스타일링을 학습했다. 특히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목걸이부터 큼지막한 귀고리와 알사탕 같은 반지는 물론, 셀러브레이션 링까지 액세서리 스타일링은 유난히 변화무쌍했다. 요즘 액세서리 스타일링의 대세는 장식이 별로 없는 반지와 얇은 팔찌 하나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 이런 간결한 트렌드에 힘 입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게 시계다. 사실 액세서리는 다양한 디테일의 옷을 통일감 있게 정리 정돈하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 가운데 시계는 캐주얼한 옷에 격식을 더할 수 있고, 백이나 슈즈가 줄 수 없는 고급스러움을 선사한다.

최근 예거 르쿨트르는 초경량 시계 ‘울트라 씬 주빌리’를 선보였다. 이름처럼 케이스 두께 4.05mm로 아주 가볍고 날렵한 디자인이 특징. 울트라 씬 주빌리보다 좀더 얇은 파텍 필립의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는 케이스 두께가 3.88mm다. 또 섬세한 다이아몬드 세팅의 피아제 ‘알티플라노’도 5mm가 채 되지 않는다. 이처럼 요즘 시계 디자인의 경향은 종잇장처럼 얇은 케이스가 특징이다. 한동안 화려하고 비대해진 주얼리 디자인이 거품을 싹 뺐듯 시계 역시 심플해지고 있는 것.

물론 복잡한 컴플리케이션 시계가 순간적으로 시선을 끄는 건 사실이다. 반면에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고 가벼운 시계는 볼수록 은근한 매력에 빠져들기 쉽다. 초박형·초경량이라는 제한된 공간임에도 시간을 체크하는 데 필요한 기능은 빠짐없이 탑재돼 있으니 전혀 불편하지 않다. “요즘엔 남자들도 얇은 시계를 선호합니다.” 예거 르쿨트르 하우스는 가벼움과 실용성을 인기 비결의 첫 번째로 꼽는다. “기계식 시계가 패셔너블한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크고 두꺼운 케이스는 드레스 셔츠를 입을 때 불편합니다.” 게다가 이런 시계들은 클래식하고 점잖은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도 그만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히스토릭 울트라 파인 1968(역사적인 모델을 재해석해 출시한 컬렉션)’ 역시 얇고 간결하다. 18K 로즈 골드의 정사각형 다이얼에 심플한 인덱스로 장식된,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이 우아한 디자인. “기능이 많아지다 보면 두꺼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1968년에 첫 출시된 모델(6.52mm)보다 더 얇게 만들어졌어요(5.5mm).”

얇고 가벼운 시계는 요즘 엔트리 아이템으로도 인기다. 여기에 좀더 클래식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남자나 여자들은 로즈 골드 케이스를 원한다고 예거 르쿨트르 측은 전한다. 울트라 씬 주빌리와 함께 바쉐론 콘스탄틴의 ‘피에르 아펠’은 여자 고객들이 더 많이 찾는다. 게다가 이런 시계는 손목이 가는 여성들에게 특히 잘 어울린다. “여자들은 반드시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를 착용하진 않습니다. 보석처럼 활용하는 경우도 많죠.” 게다가 수천만 원대의 고가에도 불구, 젊은 고객층이 점차 많이 찾는 추세다. 이는 시계에 대한 투자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미니멀한 룩에 연출한 클래식한 시계는 아주 근사하죠. 파인 워치도 가끔 고리타분할 때가 있으니까요.” 어느 파인 워치 마니아는 다이아몬드가 가득 박힌 까르띠에나 로저 드뷔와 심플한 바쉐론 콘스탄틴을 번갈아 착용한다. 그녀는 이 시계를 심플한 의상과 즐기되 이국적인 가죽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하라고 조언한다. “여자들은 값비싼 주얼리로 치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계야말로 세상 사람들에게 아주 진지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들려주는 당신 자신의 이야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