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포르노

핥을 듯이 바짝 다가간 클로즈업, 흐를 듯이 배어 나오는 육즙, 그리고 입안 가득 터지는 탄식.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온라인 먹방 드라마 <출출한 여자>가 새 장르를 완성해 열어젖혔다. 음식 포르노다.



1월 1일, ‘먹방 전설’들을 낳고 있는 <식샤를 합시다> 파주 세트에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 신의 주인공은 비빔밥. <식샤를 합시다>는 음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미니집(미니 지미집)을 출동시켰다. 유압식 관절에 실려 유연한 시선으로 바짝 다가가 핥을 듯 음식의 요모조모를 탐닉하는 음식 전용 접사 장비다. “카메라가 트라이포트에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좀더 능동적으로 음식을 쫓아가는 거죠. 그 음식을 떠서, 누군가의 입으로 쏙 들어가고 그 입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장면까지 기민하게 쫓습니다.” 이창재 촬영감독의 카메라 워킹은 갓 나온 음식을 탐하는 눈동자가 이리저리 그 음식을 스캔하는 욕망의 눈빛 그대로다. “촬영한 소스는 후반 작업을 통해 음식 맛을 살리기 위해 화면의 색감을 올리거나 톤을 조정하는 등 가공을 거치죠. 후반 작업 역시 꽤 공을 들이는 부분이라 밤을 새우기 일쑤예요.” 그 못지않게 밤을 새우기 일쑤인 박준화 PD는 음식의 소리를 더 윤택하게 하기 위해 베테랑 음향감독도 섭외했다. 음식 촬영 때마다 길게는 몇 시간이고 맛나는 화면이 나올 때까지 두꺼운 패딩으로 감싼 수십 명이 음식 하나 붙들고 촬영을 계속한다. <꽃보다 남자> <궁> 등 드라마 경력이 셀 수 없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고영옥은 세트 촬영은 물론, 식당 로케이션 촬영에서도 음식을 때 빼고 광내준다. 앞뒤로, 부감으로, 그리고 미니집의 활달한 화면으로 풍부하게 촬영된 먹방 신은 맛있는 음식을 허겁지겁 흡입하는 듯한 빠른 편집으로 맛을 전달한다. “그 식당 어디예요?” 하는 질문과 “이수경이랑 윤두준이랑 잘되나요?” “묻지마 폭행범이 정말 구대영(윤두준)이에요?” 하는 질문을 골고루 받고 있을 박준화 PD는 비빔밥의 맛난 화면을 모두 이끌어내고 홀가분하게 “컷”을 외쳤다. 이수경과 윤두준은 비빔밥을 가득 담은 화면 밖에서까지 한 양푼 가득한 그것을 내내 맛깔나게 먹고 있었다.

<출출한 여자> 역시 유튜브, 네이버캐스트,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온라인에 공개되며 화제를 일으킨 드라마다. 홍콩의 식료품 전문 업체 ‘이금기’의 스폰싱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굴소스며 두반장소스에 대한 구매 욕구를 고취시킨다. <출출한 여자>의 음식은 내러티브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식샤를 합시다>처럼 식욕을 넘어선 식탐이 느껴지는 연출은 뒤로 미뤘다. “뒤에서 레시피를 따로 보여주니까요. 음식을 모티브로 한 콘텐츠에 대한 기획은 2012년 말부터 하고 싶어서 기회를 보던 중에 마침 제안이 와서 바로 수락했어요. <식객> 같은 드라마나 만화, <역전! 야매요리> <오무라이스 잼잼> 같은 웹툰, ‘하정우 먹방’ 같은 콘텐츠들을 통해 음식이 중요한 키워드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느꼈으니까요.” 윤성호, 이병헌, 이랑, 박현진, 달재, 다섯 명의 감독들이 참여해 여섯 편의 맛을 만든 이 옴니버스 드라마를 기획한 윤성호 감독은 <그놈 목소리> <그림자 살인> 조감독 출신으로 호주 르 꼬르동 블루를 수료한 윤세영 조감독을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끌어들였다. 덕분에 <출출한 여자>의 시즐이 식욕의 잠재 욕구를 들끓게 했다.

성욕만큼 거침없는 욕구가 식욕이다. 그래서 이전의 영화나 드라마도 음식을 훅으로 애용해왔다. 이해준 감독의 <김씨 표류기>(2009)에서 여자 김씨(정려원)가 ‘진짜루’에서 배달시켜준 짜장면은 남자 김씨(정재영)의 농경 의지를 매우 강렬하게 위협하는 것이어야 했다. 그리하여 오리배를 타고 도착한 짜장면은 극장의 화면을 꽉 채우며 몇 초간 클로즈업돼야 했다. 스크린을 보고 있는 당신도 그 짜장면을 먹고 싶게 만들어야 하니까. <황해>(2010)는 또 어땠나. 조선족 예비 살인자 김구남(하정우)이 조촐한 밥상이 만한전석인 양 입안에 우겨 넣던 모습이나 ‘논현동 99-1’ 앞 편의점에서 핫바를 뜯던 모습이 그의 갈구를 그대로 전달하며 관객들에 의해 ‘움짤’화되어 유통되고 뒤이어 ‘먹방 전설’이 됐다. 잔잔한 화제를 일으킨 일본의 다큐멘터리 <스시 장인: 지로의 꿈>(2012) 같은 영화는 예술영화로 포장한 ‘식욕 자극제’다. 도쿄의 미슐랭 스리스타 초밥집, ‘스키야바시 지로’의 오노 지로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참치의 시뻘건 살코기 초밥을 비추는 클로즈업 아래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 일명 ‘엘비라 마디간’을 우아하게 흘린다. 그리고 그 앞엔 일본 최고의 음식 칼럼니스트가 본데없이 군침을 흘리며 섰다.

<아빠! 어디가?>나 <해피선데이> <해피투게더> 등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들까지 가세해 온 나라가 먹방에 열을 올리는 사이, 올리브TV의 음식 프로그램들도 이에 질세라 더 강렬한 식욕을 이끌어내야 했다. 1월 11일부터 방송 중인 <2014 테이스티 로드> 최정화 PD는 한 회 방송을 위해 한 식당에 세 번씩 간다. “한 번은 답사를 위해, 한 번은 음식 촬영을 위해, 그리고 마지막 한 번은 박수진·김성은 MC의 본 촬영을 위해서예요. 답사 때는 음식의 조리 과정을 지켜보고 찬찬히 맛을 보며 그 음식이 가진 맛의 포인트가 무엇인지 공부해요. 두 번째 방문 때는 음식만 촬영해요. 식당 한 곳 음식 촬영을 하는 데 보통 두세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럴 때는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해줄 그릇을 준비해가는 것은 기본이고, 5년을 하다 보니 이젠 전문 푸드 스타일리스트 못지않게 된 스태프가 음식 스타일링을 도맡기도 해요. 식품 CF 못지않게 공을 들여야 하죠. 마지막 촬영 때는 MC들이 맛있게 먹방을 찍어주기만 하면 되고.”

식욕은 강력한 콘텐츠가 됐다. 아프리카TV에서 누군가 컴컴한 방에 앉아 모니터 불빛에 의존해 밥을 먹는 모습을 송출했을 때, ‘먹방’이라는 콘텐츠가 생겨났다. 그것은 ‘음식 포르노’가 미미한 존재감으로 탄생한 태초의 순간이었다. <식샤를 합시다>와 <출출한 여자>의 등장이 곧 먹방 이후의 ‘음식 포르노’라는 말을 연상시키는 것은 식욕을 자극하기 위한 연출 기법과 의도가 더 정교하고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포르노는 그저 열심히 축축한 음부를 클로즈업해 보여주고, 연극적으로 소란스러운 교성이나 삐걱대는 침대 스프링 소리를 들려주는 것만 잘하면 본분을 다한다. 음식 포르노에서도 대상이 된 음식의 맛을 전달하려 과장하고 확대 해석하는 연출이 활용된다. 끈적이는 땀 대신 맑은 침이 줄줄 흐르는 음식 포르노라는 장르가 활짝 열렸다. 이제껏 콘텐츠들이 음식 코드를 훅으로 활용했던 것과 다르게, 음식 포르노는 음식을 의도 그 자체로 배치한다. 포르노가 좀더 효과적으로 성욕을 자극하기 위해 영상언어를 숙련한 것처럼, 먹방으로 시작된 음식 포르노는 영상언어와 장치를 갈고닦았다.

오래전 어느 남자는 <터보레이터>와 함께 섹스하길 좋아했다. 대뜸 오토바이 위에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같은 가슴과 엉덩이를 가진 여자를 뒤집어놓고 강간하는 장면의 어느 대목에서 성욕을 느껴야 하는 것인지를 고민하는 여자 옆에 남자는 기묘한 표정으로 벌겋게 섰다. <식샤를 합시다> 화면에 가득 지방이 촘촘히 낀 꽃등심이 촉촉하게 구워져 활짝 열린 입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올 때, 여자는 뒤늦게 그때 그 남자의 그 기묘한 표정을 이해한다. <식샤를 합시다>의 그 촉촉한 고깃덩어리 앞에 <터보레이터>를 보던 그 남자와 같은 기묘한 표정을 하고 여자가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