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세서리의 승패를 쥔 디자이너들

베일 뒤에 가려 있던 브랜드 히트 백의 숨은 주인공인 액세서리 디자이너들. 브랜드의 생명줄인 액세서리의 승패를 쥐고 있는 그들이 지금 주목받고 있다.



미리암 샤퍼, 엘레나 기셀리니, 대런 스파지아니. 패션계 구석구석 소소한 이야기까지 꿰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에게 이 이름들을 불러주고 반응을 기다려보자. 만약 라리앗, 나이팅게일과 판도라, PS1이란 이름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면, 그들에게 ‘패션(정보)왕’이란 명예를 수여해도 아깝지 않다. 낯설기만 한 이름들은 바로 지난 10년을 지배한 당대의 히트 백들(각각 발렌시아가, 지방시, 프로엔자 스쿨러)을 디자인한 주인공들이니까.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 이름을 외우기도 벅찬데, 이제는 핸드백 디자이너 이름까지 알 필요까지 있냐고? 하지만 런웨이에 오르는 근사한 쇼피스 의상들보다 고객들에게 더 친숙한 건 매장에서 만나는 핸드백이다. 그러니 남들보다 한발 앞선 감각과 심미안을 소유한 액세서리 디자이너들의 행보에 따라 브랜드의 흥망성쇠도 좌우되기 마련. 자연히 액세서리 디자이너들의 주가 또한 치솟을 수밖에 없다.



니콜라스 게스키에르가 마크 제이콥스를 대신해 루이 비통을 맡게 될지 알 수 없던 지난해 9월 말, 루이 비통은 어느 핸드백 디자이너의 영입 소식을 언론에 발표했다. 프로엔자 스쿨러에서 연달아 히트 백을 선보였던 대런 스파지아니(Darren Spaziani)가 루이 비통의 액세서리 총괄 디렉터로 임명된 것. 인사를 진두지휘한 루이 비통 부사장이자 베르나르 아르노 LVMH 그룹 회장 딸인 델핀 아르노는 새로운 디자이너에 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퍼부었다. “지금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디자이너입니다. 그의 현대적 비전과 위대한 프로페셔널리즘을 루이 비통에서 만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가 루이 비통의 초고가 핸드백 라인을 완전히 뜯어고칠 계획이라는 소문도 이미 퍼진 상태다.



한편 LVMH 소속 에밀리오 푸치 역시 액세서리 디자이너 영입에 대한 소식을 언론에 배포했다. 리카르도 티시와 함께 지방시 공전의 히트 백 제조기였던 엘레나 기셀리니(Elena Ghisellini)가 이제 푸치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피터 던다스와 함께 백을 디자인한다는 것. 이미 자신의 이름을 딴 핸드백 라인도 선보이는 그녀가 푸치에서 또 어떤 놀라운 히트 백을 선보일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한편 지금 여성들이 가장 원하는 백들을 보유한 셀린 하우스에도 변화가 생겼다. 피비 파일로의 빈틈없는 디렉션 아래 액세서리를 이끌던 아눅 두랑토-로페르(Anouck Duranteau-Loeper)가 셀린을 떠나 이번엔 파코 라반에 정착한 것. 발렌시아가 출신으로 파코라반을 이끌게 된 젊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줄리앙 도세나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게 분명하니, 다음 시즌 파코 라반 백을 특히 주목해서 볼 것!



물론 액세서리 디자이너들의 영입은 핸드백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라프 시몬스는 새로운 액세서리 디자이너를 디올 하우스로 끌어들였다. 지난해까지 세르지오로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한 프란체스코 루소(Francesco Russo)를 구두 전문 디자이너로 선택한 것. 현재 디올 핸드백 디자인 파트를 맡고 있는 파블로 코폴라(Pablo Coppola, 톰 포드가 여성복으로 컴백할 때 가장 먼저 영입한 인재)와 루소가 디올 액세서리 전성시대를 펼칠지 그 역시 기대할 만하다. “파리와 밀라노의 패션 브랜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음으로 힘이 ‘센’ 사람은 단연코 액세서리 디렉터입니다.” 파리 L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가 <보그>에 귀띔했다. “브랜드들이 옷보다는 핸드백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기에, 누구보다 파워가 클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액세서리 디렉터에서 브랜드 전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승진한 케이스도 있다. 플로라 핸드백의 성공으로 구찌를 접수한 프리다 지아니니, 휘청이던 발렌티노 하우스를 새로 정립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와 피에르 파올로 피치 올리는 모두 브랜드의 액세서리 디렉터 출신이다. 그러니 액세서리 디자이너들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는 지금, 그들의 뒤를 이을 스타 액세서리 디자이너가 또 탄생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