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엔 패션 스타킹

한겨울에도 맨다리를 드러내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올봄엔 반드시 스타킹을 신어야 한다. 다채로운 디자인의 패션 스타킹이 대세다.



TATTOO
영화 속 ‘형님’들은 온몸에 무시무시한 그림을 그려 넣은 듯 보이는 ‘쫄티’ 차림으로 등장했다. 그것의 스타킹 버전이 지금 유행이라면? 비주류 문화였던 타투가 하이패션의 일부로 당당히 자리 잡은 요즘, 다리에 타투를 한 것처럼 보이는 타투 스타킹이 유행이다. 지난가을, 로다테의 멀리비 자매는 올드 스쿨 타투를 연상시키는 장미 무늬 스타킹으로 발등에 타투를 한 듯한 느낌을 연출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다리 전체를 타투로 뒤덮은 듯 좀더 과감한 스타킹이 등장했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아들 빅터가 만들어낸 야생 등나무 패턴을 활용한 앤 드멀미스터부터, LA 타투이스트 알렉스 가르시아의 섬세한 타투 디자인을 투명 스타킹 위에 수놓은 하우스 오브 홀랜드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트롱프뢰유 룩 아닌가.



COLORFUL
입체적인 조각 작품처럼 보이는 의상 스물세 벌로 이뤄진 꼼데가르쏭 봄 컬렉션을 위해 레이 카와쿠보는 검정과 흰색의 절제된 컬러 팔레트를 사용했다. 쇼에 약간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것은? 바로 핫핑크 스타킹! 소녀가 숙녀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미우치아 프라다의 미우미우 쇼에서는 노랑, 주홍, 하늘, 연보라, 청록 등 알록달록 니트 스타킹과 투박한 레트로풍 컬러 펌프스, 혹은 부츠를 매치했다. 산뜻한 컬러 대비는 봄과 찰떡궁합! 늘 동화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는 미드햄 키르초프는 17세기 영국 귀족들을 연상시키는 빨강과 노랑 니삭스를 선보였다. 한편 막스마라는 의상과 스타킹, 슈즈까지 같은 컬러로 맞춰 길어 보이고 싶은 여성들의 욕망을 충족시켰다.



EMBELLISHED
발꿈치 부분에 크리스털 원석을 장식한 로퍼와 발목과 발등에 크리스털이 흩뿌려진 양말을 매치한 N°21은 지난가을 패션 위크에서 가장 로맨틱한 컬렉션 중 하나였다. 알레산드로 델라쿠아는 이번 시즌에도 정교한 스팽글 장식 시스루 스타킹으로 열성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결혼을 테마로 한 컬렉션을 준비한 시몬 로샤는 진주로 만든 꽃을 장식한 니삭스를 다양하게 선보였는데, 다가올 패션 위크 기간 중 스트리트 패션 사진 속에서 대활약할 것이 분명하다. 커다란 크리스털 원석을 장식한 프라다의 니트 워머 역시 마찬가지. 얼핏 운동선수의 다리 보호대처럼 보이는 두꺼운 워머가 이토록 매력적으로 변신할 줄이야! 하지만 그 누구보다 화려한 스타킹을 만들어낸 건 톰 포드. 색색의 유리 조각을 이어 붙여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스타킹은 스타킹이라기보다는 갑옷에 가까울 정도였다.



NET
망사 스타킹의 이미지는 늘 섹시하고 관능적이다. 그러니 배드 걸과 굿 걸의 대비를 보여준 이번 모스키노 쇼에서 배드 걸은 하나같이 검정 망사 스타킹, 굿 걸은 모두 맨다리로 등장한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마지막 루이 비통 쇼에서 마크 제이콥스가 선보인 망사 스타킹(그 위에 옷을 입지 않았기에 스타킹이라는 명칭이 무색하지만)은 지난 시즌 생로랑처럼 비즈와 자수로 섬세하게 장식됐다. 이런 런웨이 스타일링을 현실에서 따라 하는 건 불가능한 일. 대신 스트리트 패셔니스타들이 연출한 방법, 예를 들어 미니 드레스, 쇼츠와 함께 연출해보자. 또 마린 테마의 컬렉션을 선보인 올랭피아 르 탱은 망사 스타킹과 가터벨트의 자극적인 두 요소를 깜찍하게 연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SHORT
드리스 반 노튼 가을 컬렉션은 여자들로 하여금 계절과 상관없이 샌들을 신을 수 있게 해줬다. 딱 발목까지 오는 보송보송한 앙고라 양말과 얇은 스트랩 샌들을 매치하는 기발한 아이디어 덕분이다. 발목까지 오는 짧은 스타킹과 여성스러운 슈즈를 매치하는 공식은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도 여러 차례 재활용됐다. 생로랑의 은빛 루렉스 양말과 키튼힐 펌프스, 뉴욕의 신성 루이스 골딘의 독특한 흰색 루스 핏 양말과 오픈토 펌프스, 소니아 리키엘의 투명한 시스루 양말과 황금빛 샌들, 최유돈의 복숭아뼈를 훤히 드러내는 양말과 조안 스토커 슈즈 등등! 또 아쉬시 모델들은 밤새 파티를 즐기고 들어온 소녀가 오후 늦게 일어나 슈퍼마켓에 콜라를 사러 가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양쪽이 서로 다른 스타킹을 신고 등장했다. 이때 스타킹 양쪽 길이를 다르게 신는 게 센스 있는 선택.



ETC
스타킹을 꼭 하나만 신으란 법은 없다. 톰 브라운 쇼의 모델들은 흰색 롱 스타킹 위에 발목까지 오는 러플 장식 양말을 겹쳐 신었는데, 음침한 컬렉션 중에서 유일하게 현실적이고 귀여운 요소였다. 상의와 하의뿐 아니라 스타킹까지 프린트를 맞춘 디자이너들도 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비비안 웨스트우드 골드 라벨에서는 미니 드레스와 스타킹, 슈즈까지 같은 프린트로 뒤덮어 모델이 올인원을 입은 듯한 느낌. 한편 칼 라거펠트는 한층 젊어진 샤넬 걸들을 위해 기발한 아이템을 개발했다. 착용하고 있을 때는 니트 스타킹에 페이턴트 펌프스를 신은 것 같은 모습이지만, 실은 니트 스타킹으로 그대로 연결된 니트 앵클부츠! 더없이 세련돼 보였지만 절대 양말을 갈아 신지 못한다는 게 유일한 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