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하고 산뜻한 크롭트 실루엣

지금 여자들의 다리를 근사하게 만들어주는 건 아찔한 미니스커트도, 쫙 빠진 스키니 팬츠도 아니다. 올봄 우리 여자들에게 좀더 경쾌하고 산뜻한 이미지를 선사할 크롭트 실루엣!

주름 잡힌 블라우스와 흰색 코튼 스커트는 마르니(Marni), 웨지힐 샌들은 클로에(Chloé). 아이보리색 9부 길이 팬츠는 클로에, 스웨이드 톱은 프로엔자 스쿨러(Proenza Schouler), 샌들은 마르니.

꽃 피고 새가 우는 봄이 오면, 우리 여자들은 하늘거리는 긴 원피스와 한 쌍을 이루는 사랑스러운 플랫 슈즈를 기대한다. 하지만 레드 카펫 드레스나 치렁치렁한 팬츠가 보여주던 롱앤린 실루엣이 변신했다면? 변신의 키워드는 오선지에 표기된 음표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다양한 길이를 보여주는 헴라인! 우리 여자들의 발걸음을 보다 경쾌하게 해줄 바로 크롭트 라인 말이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9월과 10월 패션 위크 기간 동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캐주얼한 옷이나 남성적인 외투와 함께 근사한 실루엣을 연출한 디자이너들이 바로 변화의 주역. 프로엔자 스쿨러, 발렌시아가, 폴 스미스, 살바토레 페라가모 등이다. 봄 컬렉션에 앞서 발표된 리조트 컬렉션에서도 가장 눈에 띈 아이템이 발목 위로 가볍게 찰랑대던 9부 길이 팬츠와 스커트들. 마르니와 보테가 베네타, 드리스 반 노튼에서 선보인 지나치게 여성스럽지 않은 맥시 스커트의 등장도 크롭트 유행을 부추겼다.

사실 허리가 길고 하체가 짧은 아시아 여성들의 몸매 단점을 커버하기엔 7·8·9부 길이 헴라인이 적절하진 않다. 효과적인 인체 비례를 연출하지 않다간 부츠 컷이나 와이드 레그 팬츠만큼 실패 확률 또한 높은 실루엣. 그렇기 때문에 올봄 새로운 헴라인을 시도할 때 주목해야 할 것은 소재가 아니다. 실루엣, 아이템, 스타일링이다.

프로엔자 스쿨러와 마르니는 크롭트 스타일링의 적절한 대안을 제시한다. 타이트한 크롭트 톱이나 세련된 재킷, 코트 같은 기본 아이템들을 이용한 스타일링이다. 함께 매치한 투박한 앵클 슈즈 또한 짧아진 라인으로 강조된 발목과 잘 어울린다. 한편 다른 디자이너들의 톰보이 스타일 크롭트 룩과 달리, 마르니는 프린트, 스팽글, 프릴 등 갖가지 디테일의 팬츠와 스커트를 준비했다. 이런 섹시한 라인의 7부 길이 팬츠나 와이드 팬츠엔 디자이너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가 제안한 것처럼 선이 부드럽게 살아있는 테일러드 재킷을 매치하거나 스포티한 봄버 재킷을 더하면 더없이 멋스럽다. 남성적인 테일러링을 테마로 한 폴 스미스와 페라가모, 실용적인 미니멀 시티 웨어를 선보인 질 샌더와 빅토리아 베컴, 스포츠와 아르데코에서 영감을 얻은 구찌의 크롭트 룩도 있다. 그야말로 올봄은 크롭트 라인의 시즌!

그렇다면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로부터 무차별 애정 공세를 받은 크롭트 라인의 진짜 매력은 뭘까? 디자이너들은 옷 입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늘고 긴 발목을 드러내는 와이드 팬츠나 맥시 스커트는 청키 스웨터와 아주 잘 어울리죠. 여기에 슬라우치 부츠를 신어보세요.” 주로 팬츠로 제한하던 예전과 달리, 이번 시즌엔 과감한 색깔과 소재, 스타일로 다양성을 추구한 것 또한 특징이다(보테가 베네타의 풀 스커트, 드리스 반 노튼의 플리츠 스커트를 떠올려보라!). 이처럼 레이디라이크 무드를 이용하면 지나치게 캐주얼한 느낌으로부터 살짝 피해갈 수 있다.

사실 발목이 시원하게 드러나는 의상은 개성 넘치는 슈즈와 잘 어울린다. 또 컬러풀한 니삭스를 더해 발랄함까지 강조할 수 있다. 아찔한 앵클부츠나 잘빠진 펌프스는 모터사이클 재킷이나 각 잡힌 코트와 함께 크롭트 실루엣에 환상적인 앙상블을 선사하고, 스니커즈나 슬립온 슈즈는 플리츠 스커트나 7부 길이 스커트에 썩 잘 어울린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직접 크롭트 의상을 입어보고 구입을 결정하라는 것! 몸매도 제각각이고 발목 형태도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길이가 어울릴지 스스로(혹은 깐깐한 친구가 매의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하나 더! 꽃샘추위로 인해 타이츠가 필요할 테지만, 이번 시즌의 크롭트 팬츠와 스커트는 맨살의 발목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훨씬 섹시하고 멋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