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레이어링 레시피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매력적인 향기. 낯선 듯하면서도 친근한 향기.
혹시 내가 찾는 ‘꿈의 향’이 아닐까? 5인의 스타 조향사가 제안하는 봄날의 향수 레이어링 레시피.



에밀리 꼬빼르망은 “예상치 못한 특별함(unexpected and unique)!”, 레브 글레이즈먼은 “나만의 개성을 창조해내는 소중한 순간”, 소피 라베는 “후각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과정”이라 찬양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롭게 피로를 풀 수 있는 힐링 타임! 이렇듯 세계적인 조향사들이 요즘 푹 빠져 있는 취미 생활은? 바로 향수 레이어링이다.

“요즘 제가 빠져 있는 레시피는 프레쉬 ‘카나비스 샌탈(Cannabis Santal)’을 활용한 레이어링입니다. ‘카나비스 샌탈’은 따뜻한 노트들로 이뤄진 향수예요. 우디한 향과 묵직한 파촐리 향이 어우러져 진중하면서도 스파이시하죠.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씨트론 드 빈(Citron de Vigne EDP), 또는 헤스페리데스(Hesperides EDP)와 레이어링하면 ‘카나비스 샌탈’의 진중함이 깔끔한 상쾌함과 어우러져 센슈얼한 향으로 이끌어줍니다. 어떤 향수에서도 이런 매력적인 느낌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요즘은 이 세 가지 향수의 조합에 완전히 매료돼버렸어요!” 레브 글레이즈먼(프레쉬 창립자 겸 조향사)

“제 레이어링 레시피는 조금 특별해요. 오 드 투알렛(EDT), 오 드 퍼퓸(EDP)은 물론 샤워 젤, 보디로션처럼 동일한 향을 지닌 서로 다른 텍스처를 섞어 사용하는 레이어링이죠. 신기하게도 각각의 텍스처가 몸에 닿는 순간 다른 양상의 향을 뿜어낸답니다. 요즘 제가 즐겨 쓰는 라인업은 페라가모 ‘세뇨리나’예요. 먼저 ‘세뇨리나’ 샤워 젤로 버블 배스를 즐긴 다음, 크리미한 보디로션으로 피부를 촉촉하게 가꿔줍니다. 그런 다음 향긋한 재스민과 부드러운 파나코타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세뇨리나 EDP’를 목과 손목에 가볍게 뿌려주는 거죠. 마지막으로 달콤한 ‘세뇨리나 EDT’를 공중에 분사시켜 그 아래에서 빙그르르 한 바퀴를 돌아주면 새콤달콤한 리치와 관능적인 스팀 라이스에 밀크 무스의 부드러움까지 온몸에 담아낼 수 있지요. 이런 레이어링 방식에 약간의 변화를 주고 싶다면? 외출 직전 겉옷에 매혹적인 아몬드 파우더와 황금색 계수나무 꽃잎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페라가모의 4월 신제품 ‘세뇨리나 엘레간자’를 뿌려보시길!” 소피 라베(조향사)

“사실 퍼퓸 레이어링엔 어떠한 법칙도 제한도 없어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세요. 그런 의미에서 향수 레이어링은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믹싱하는 작업과 다름없어요. 한마디로 말해 리듬에 주목하는 거죠. 개인적으로 산뜻한 향수 위에 육감적이면서 잘 퍼지는 향수를 섞는 걸 좋아하는데, 이런 레이어링 방법은 각각의 향수들이 저마다의 성향을 겹치지 않게 보여주고, 그 성향들이 서로를 보충하는 역할을 해줍니다. 남녀 추천 레시피를 공유하자면, 남성은 산뜻한 아로마 향을 느낄 수 있는 몽블랑 ‘레전드’와 드라이다운의 중독성 있는 우디 향을 선사하는 캐롤리나 헤레라 ‘212 VIP 포 맨’ , 여성은 촉촉하고 산뜻한 반클리프 아펠의 ‘레브’와 센슈얼한 분위기의 발맹 ‘익스테틱’을 추천해요. 참, 발맹 ‘익스테틱’은 <보그 코리아>에 최초로 공개하는 5월 신제품이랍니다.” 에밀리 꼬빼르망(조향사)

“개인적으로 같은 향의 다른 제형을 겹겹이 쌓아주는 ‘크루아상’ 레이어링을 추천합니다. 초보자라면 특히 향수끼리 레이어링하기보다 향수와 배스 제품, 보디 제품을 섞는 방법이 실패 확률이 적어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향수의 대표 향의 노트, 배스와 보디 제품의 대표 노트를 동일하게 맞추면 레이어링이 훨씬 수월해지죠. 자연스러운 레이어링을 원할 경우, 펜할리곤스의 ‘듀로 오 드 포르투갈(Douro Eau de Portugal)’ 향수와 ‘쿼커스(Quercus)’ 배스 앤 보디 제품을, ‘아르테미지아(Artemisia)’ 배스 앤 보디 제품과 ‘아이리스 프리마(Iris Prima)’ 향수를 섞어 사용하면 부드러운 바닐라 노트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초보자도 쉽게 향기 레이어링을 즐길 수 있죠. 독특한 향기 레이어링을 원할 땐 ‘쥬니퍼 슬링(Juniper Sling)’ 향수를 ‘릴리 오브 더 밸리(Lily of the Valley)’ 핸드 앤 보디크림과 레이어링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쥬니퍼 슬링의 톱 노트로 사용된 달콤한 주니퍼 베리 향이 여성스러운 은방울꽃 향기와 어울려 기대 이상의 멋진 향을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요.” 크레이그 잉글리스(펜할리곤스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

“레이어링에 앞서 장소나 상황에 따른 향 연출력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점심 약속 장소에서는 신선한 시트러스 계열과 달콤한 프루티 계열을 섞어 뿌리고, 저녁 와인 파티를 앞두고는 따뜻한 스파이시 계열과 향긋한 플로럴 계열을 섞어 뿌리는 식이죠. 요즘 제가 매료된 향 조합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된 조 말론 ‘런던 레인’ 컬렉션의 ‘위스테리아 앤 바이올렛’과 ‘넥타린 블로썸 앤 허니’랍니다. 촉촉이 젖은 듯한 풀잎과 수련의 아련한 향기에 달콤하고 진한 넥타 향이 어우러져 한번 맡으면 결코 잊히지 않는 중독성 강한 향이 완성되죠. 여성스러움은 물론이고요.” 데비 와일드(조향사)

퍼퓸 레이어링의 세 가지 팁
하나, 향수를 양쪽 손목, 뒤쪽 귓불에 뿌리는 방법은 구식이니 잊어라. 대신 양쪽 팔뚝, 앞가슴, 목덜미를 권한다. 말하자면 첫 번째 향수는 한쪽 팔, 두 번째 향수는 반대쪽 팔, 혹은 앞가슴이나 목덜미에 뿌릴 것. 몸의 다른 부분에 각각의 향수를 뿌리는 나만의 ‘보디 맵(Body Map)’엔 또 다른 방식도 있다. 예를 들어 오 드 투알렛(EDT)과 오 드 퍼퓸(EDP)을 레이어링하고 싶다면, EDP를 가슴과 목, 귀 뒤에 뿌리고, EDT는 머리카락 끝에 가볍게 스프레이하면 된다.

, 강약의 조화를 기억하자. 서로 다른 향을 섞다 보면 향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이럴 때 기억해야 하는 법칙이 바로 ‘강약의 조화’. 서로 다른 향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과도함을 피하려면 강한 향과 따뜻한 향을 반드시 가볍고 상쾌한 향과 섞어야 한다. 강한 우드 노트와 부드러운 플로럴을 블렌딩하거나, 강한 시프레 노트와 신선한 그린 노트를 블렌딩하는 식.

, 레이어링 초보자라면 니치 향수로 시작해보자. 복합 노트의 기성 향수는 이미 향 자체가 완벽하게 조향되었기 때문에 초보자가 섣불리 다른 복합 노트의 향을 섞으면 오히려 향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향수를 섞어 뿌릴 경우에는 단일 노트의 향수끼리 섞는 것이 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 좋은 소식은 시중에 판매하는 니치 향수들은 대부분 단일 노트가 많다는 것. 초보자들이 레이어링하기에도 수월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