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마시는 여자

차 마시는 여자들이 늘고 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치열하게 달리던 무한 경쟁 시대를 커피가 풍미했다면,
여유와 힐링의 시대엔 ‘차’가 주인공이다.

얼마 전 출장길에 “요즘 파리의 핫이슈가 뭐냐”고 묻자 “TV 광고까지 하는 ‘쿠스미 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샹젤리제 거리에 숍이 있다). 뉴욕을 중심으로 블렌딩 티숍이 늘어나고 디톡스를 표방하는 차 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티 하우스(TWG 사상 가장 럭셔리한 티 하우스가 청담동 10 꼬르소 꼬모 옆에 오픈했다)가 늘어났고, 특급 호텔들은 앞다퉈 애프터눈 티 세트 등을 론칭하며 성장하는 차 문화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차는 힐링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티 테라피’란 말이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물론 차에도 카페인처럼 각성 효과를 내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테인이라고 부르죠. 그렇지만 그 함유량이 낮고 폴리페놀 성분 덕분에 각성 작용이 천천히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도 차는 마실 수 있죠.

하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합니다.” TWG 김하연 티 마스터의 설명처럼, 홍차 한 잔에는 사과 여섯 개 분량의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다. 홍차의 주성분은 타닌, 카페인, 아미노산과 각종 비타민 등이다. 특히 타닌은 쓴맛을 내는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중성 지방을 분해시켜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며, 콜레스테롤과 혈당치를 낮춰준다. 또 홍차에 함유된 아스파라긴산, 알긴산, 글루타민 등 아미노산은 감칠맛을 내는데, 장염 비브리오균 등의 병원균을 격퇴시키며 바이러스를 억제하므로 감기에도 좋다.

여기에 찻잎과 함께 각종 허브와 향신료, 과일을 블렌딩해 마실 수 있기 때문에(커피 음료에 비하면 블렌딩 재료와 맛의 다양성은 비할 바가 아니다) 개인의 증상이나 요구에 맞춰 차를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숙면용 블렌드 티(영국에서 나이트 킵(Night Kip)이라 부르는)는 잡념을 쫓기 위해 우롱차에 싱그러운 민트, 사과 향의 캐모마일을 섞는다. 미처 깨지 못한 아침잠을 깨워주기 위해서는 얼 그레이에 레몬그라스나 민트를 섞고, 몸이 차가운 사람은 티백에 계피를 1/2티스푼 넣는 식이다.

 

요즘 같은 시대엔 서로 마주 앉아서도 각자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인간관계의 차가움을 녹여주기에 차만 한 것도 없지 않을까? 여유와 힐링의 시대엔 ‘차’가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