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채소의 혁명, 케일

세계보건기구가 ‘최고의 채소’라 극찬하고,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선 ‘하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 칭송받는 초록 채소의 혁명, 케일을 아시나요?

칼바람이 부는 이른 아침 센트럴 파크는 반바지 차림으로 조깅을 즐기는 남자들로 가득하고, 근처 타임 워너 센터 지하 ‘홀푸드’엔 딱 달라붙는 운동복 차림에 요가 매트를 둘러메고 장을 보는 여자들이 눈에 띈다. 서울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독특한 풍경에 눈이 동그래진 것도 잠시, 3일째 머물고 있는 이곳은 미국 내 채식주의자 비율이 가장 높다는 뉴욕 아니던가? 그 뉴욕에서 가장 ‘핫’한 채소는 바로 케일(kale)! 허기를 달래줄 레스토랑에 가도, 입가심을 위해 생과일 주스 전문점을 찾아도, 간단한 먹거리를 구입하러 마트에 들러도, 심지어 이번 출장의 목적이자 취재차 들른 백스테이지 한쪽에 마련된 케이터링 섹션에서도 케일 주스, 케일 샐러드, 케일 칩(감자 칩처럼 생긴!)으로 넘쳐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상급 요리사 바비 프레이와 존 베시, 권위적인 뷰티 전문가 케이트 서머빌의 냉장고엔 늘 케일이 꽉꽉 들어차있다는 사실!

“케일은 요즘 뉴욕에서 가장 힙(hip)한 식재료예요. 소위 맛있다고 소문난 레스토랑에 가면 애피타이저, 메인 디시를 통틀어 케일이 들어간 메뉴가 하나쯤은 꼭 포함되어 있을 정도죠.” 뉴욕에서 테크니컬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송민지의 증언이다. 이 같은 뉴요커들의 남다른 ‘케일 사랑’은 팬케이크, 오믈렛, 프렌치토스트로 점철된 브런치 메뉴에 작은 변화를 이끌어냈는데, 버터를 둘러 볶아내는 케일 소테에 달걀프라이, 땅콩단호박을 한 접시에 담아낸 플레이트나 케일을 넣어 만든 브레드 푸딩에 잡곡빵이 함께 서브되는 메뉴들이 그것이다. 그녀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브런치 메뉴에 케일을 곁들인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요즘은 어딜 가나 케일 메뉴들로 가득하죠”라고 덧붙인다. 그녀만 해도 3년 전, 몸 안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기 위한 디톡싱 프로젝트를 결심하면서부터 케일을 벗하게 됐단다. “케일은 칼로리가 낮은 데다 맛도 훌륭해요. 저는 음식을 씹을 때 느껴지는 식감이 맛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고기 대신 생선이나 채소 위주 식단을 지키다 보니 늘 입안에 맴도는 ‘텍스처’가 2%쯤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케일은 조리 방식에 따라 다양한 식감을 선사하죠. 덕분에 고기에 대한 갈망을 보완할 수 있었고, 3주간의 혹독한 ‘클린 프로그램’ 또한 순조롭게 끝마칠 수 있었죠.” 이쯤에서 모두가 궁금해할 케일의 칼로리는? 100g에 16kcal에 불과하다.

알고 보니 케일 열풍이 일어난 곳은 뉴욕만이 아니었다. 2013년 기준으로, 케일은 미국을 통틀어 전년 대비 연간 소비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다른 채소나 과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드라마틱한 점프다. 다른 청과물의 연간 소비 증가율이 10~11% 내외라는 사실만 봐도 이건 분명 놀라운 일이다. 미국 식음료 전문회사 ‘볼트하우스 팜스’의 브랜드 매니저로 활동하는 김지연에게 케일의 매력을 묻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변화무쌍’이라 답했다. “샐러드와 같은 기본 조리 방식으로 시작해 바삭바삭한 과자, 그리고 신선한 생과일 주스로 변형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다른 채소와 차별화됩니다.”

이쯤 되니 국내에선 시작되지 않았지만, 유행 예감 100%라는 생각이 번쩍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취재차 만난 한국 채소 소믈리에 협회 김은경 협회장 역시 동의했다. “케일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최고의 채소’로 평가했고,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선 ‘하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 격찬받을 정도로 무기질, 비타민 함유량이 다른 채소보다 월등하게 높답니다.” 베타카로틴은 당근의 세 배, 비타민 A는 시금치 일곱 배에 달하고, 식이섬유 역시 녹색 채소 중 최고다. 엽록소가 풍부해 면역력 증진 및 항산화 작용, 피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철분이 풍부해 빈혈기를 잡는 데도 한몫한다. 이토록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멀티플레이어’ 케일을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걸까? 샐러드로 먹을 땐 단맛이 나는 로메인레터스(시저 샐러드에 들어가는 바로 그 채소!)를 곁들이면 케일 고유의 쓴맛을 중화할 수 있다. 드레싱으로는 시큼한 레몬 드레싱을 추천하는데, 이런 신맛이 케일의 비타민과 무기질의 섭취율을 높인다. 한편 케일은 단백질 함유량이 낮은 편이라 퀴노아 같은 곡물이나 견과류를 곁들여 먹는 것이 좋고, 비타민 A와 카로틴 섭취량을 늘리고 싶다면 올리브유에 살짝 볶아 먹는 방법도 추천할 만하다. 주스로 갈아 마시려면 SSG 푸드마켓 1층 마이분 주스바 박미산 매니저의 조언을 참고하자. “새콤달콤한 과일이 비타민 C 파괴를 막아준답니다. 케일이 레몬, 파인애플, 사과와 찰떡궁합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랍니다. 그리고 케일을 양배추와 함께 갈아 먹으면 속 쓰림이나 소화 장애 등 위장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되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요즘 내 눈엔 어딜 가나 ‘케일’만 들어온다. 미팅차 들른 마이분 주스바에선 수많은 메뉴 중 케일 주스가, 편의점 음료 섹션에선 아임리얼 ‘케일&키위’가, 장 보러 간 이마트 쌈 채소 코너에선 ‘케일&깻잎’이 먼저 눈에 띄니 말이다. 내친김에 올 여름휴가 예정지인 LA에서 들르고 싶은 곳 중 하나도 산타 모니카 근처에 있는 ‘트루 푸드 키친(True Food Kitchen)’이다. 이유는 케일 마니아가 극찬한 케일 샐러드를 맛보기 위해! 뜨거운 물에 살짝 익혔다 건져낸 케일을 레몬 드레싱에 버무린 다음 파르메산 치즈 가루를 솔솔 뿌린 게 전부인, 기본에 충실한 레시피라지만 맛이 끝내준다니 왜 솔깃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