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맞서는 방법

미세먼지 때문에 난리다.
호흡기, 안구, 심혈관 질환은 물론, 피부 노화를 가속화시킨다니 여자들은 불안하다.
그래서 과도한 클렌징 노하우가 난무하고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오늘의 주제는 미세먼지에 맞서는 피부 관리법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난리다. 하늘거리는 스커트는 고사하고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 고글, 모자와 스카프를 착용한 행렬이 이어진다. 미세먼지 공포는 이렇게 봄날의 거리 풍경을 바꿔버렸다. 그러나 이를 지나친 호들갑이라고 치부하기엔 100m 앞 건물이 시야에서 사라질 정도로 심각한 대기오염이 섬뜩하다. 실제로 서울의 대기는 올봄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를 몇 배씩 웃도는 사상 유례없는 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했다. 미세먼지는 지름 10㎛, 초미세먼지는 2.5㎛로 아주 작아서(사람 머리카락 굵기가 80㎛) 폐의 허파꽈리 등 호흡기 깊숙한 곳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은 물론 혈관을 따라 뇌, 심장 등 신체 곳곳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심지어 황사와 달리 중금속 등을 함유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안구 질환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도 미세먼지 중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대부분의 미세먼지는 자동차 매연이 원인)BC(Black Carbon)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호흡기뿐만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체내에 흡수될 수 있으며, 피부 노화를 가속화시킨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흡기에 끼치는 위험에 대해서만 주목하죠. 그러나 생각해보세요. 피부는 미세먼지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우리 몸 가장 바깥 장벽입니다. 미세먼지는 피부 자체를 손상시키는 것은 물론,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죠. 얼굴의 모공 개수가 2만여 개인데 미세먼지는 이보다 작으니까요.” 가톨릭의대 여의도 성모병원 피부과 박현정 교수는 클로로포름(흡입 전신 마취제)의 경피 흡수의 경우 호흡기를 통한 흡입과 동일하게 간주한다는 것, 아동 22명(평균연령 35개월)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도 실외 미세먼지가 증가할수록 다음 날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심해졌다고 한다. 독일 여성 400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이 피부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결과 역시 충격적이다. 대기에 오염 물질이 많은 곳에 거주한 경우 색소침착 증상이 22% 증가했으며, 얼굴 주름도 더 깊어졌다. “당연히 안 좋죠.”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은 미세먼지로 인한 피부 증상에 대해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 미세먼지는 알레르기 인자로 피부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가렵고 따갑고 아토피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둘째, 미세먼지가 모공을 막으면서 여드름을 유발합니다. 가루 화장을 하고 제대로 씻지 않으면 여드름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죠. 셋째, 피부를 통해 오염 물질, 중금속 등의 유해 물질이 몸속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이렇다 보니 미세먼지 세안법은 그야말로 핫이슈다. 손 세안보다 30배 효과적이라는 전동 클렌저 클라리소닉은 불황 속에서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이에 발맞춰 후발 업체의 전동 클렌저 출시도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CNP차앤박 화장품의 ‘미세먼지 전용 뷰티 키트’는 한정판으로 출시됐는데, 고객들의 요청이 쇄도해 재출시됐을 정도다. 마몽드는 정화 작용이 뛰어난 연꽃과 소금 성분을 함유하고 미세 거품으로 미세먼지 청소를 돕는 ‘연꽃 마이크로 클렌징 폼’을, 에뛰드는 같은 극끼리 서로 밀어내는 자석처럼 화장품 내부 성분의 반발력이 공기 중 미세 오염 물질을 밀어낸다는 ‘더스트컷 페이셜 미스트’를 출시해 인기몰이 중이다.

여기까지만 기사를 읽어도 엄청 솔깃하지 않는가. 몇몇은 벌써 스마트폰으로 이 제품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애경 원장은 지나친 미세먼지 마케팅에 휘둘려 자극적인 세안으로 고생하는 이들도 덩달아 늘었다고 지적했다. 클라리소닉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실제 미세먼지 공포가 시작된 후 성인의 42%가 강하게 세안하거나 클렌저 양만 늘리는 등 피부에 자극을 주는 잘못된 방법으로 클렌징 중이라는 것. “과도한 세안은 피부 장벽을 무너뜨려 미세먼지에 더 취약한 피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도구를 이용해 세안을 하면 세정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자신의 피부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고 세척과 건조를 착실히 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한마디로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평소와 다른 ‘특별한’ 도구와 세안법, 제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 “화장품 속 나노 단위의 성분들도 진피층까지 당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미세먼지도 마찬가지죠. 결국 일반적인 세안법으로도 미세먼지는 씻긴다는 얘깁니다.” 클렌징 도구의 진화는 반가운 일이다. 손 세안보다 자극이 없으면서 놀라운 세정력을 자랑하는 영민함을 지닌 아이템들도 있다. 미세먼지처럼 입자가 작은 마커를 얼굴에 묻힌 후 손과 전동 클렌저로 세안한 실험 결과를 봐도 그 결과는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다만 이것들 없이는 미세먼지 때문에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조애경 원장은 “민감한 피부라면 전동 브러시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상태에 따라 간헐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며, 그러나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빨리 씻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몸에 들어가는 양도 피부 트러블도 적어집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먼저 머리카락을 털어내고(머리카락은 미세먼지가 잘 붙는 부위이며 이렇게 붙어 있던 미세먼지가 얼굴에 닿거나 날리면서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 옷깃, 바지 끝단도 털어냅니다. 그리고 손을 깨끗하게 씻은 후 세안을 하는 거죠. 가장 위험한 행동은 깨끗하게 씻겠다고 박박 문지르는 자극적인 세안! 거품을 최대한 많이 내서 꼼꼼하고 부드럽게 세안하세요. 거품이 미세하면 미세할수록 미세먼지 제거에 도움이 됩니다.” 마몽드 제품 개발자 장민정 PM도 같은 생각이다. “굵은 거품보다는 미세한 거품이 모공 속 청소에 효율적이죠. ‘연꽃 마이크로 클렌징 폼’도 그렇게 고안된 제품입니다. 그러나 일반 클렌저라도 거품을 내는 데 조금만 더 정성을 기울이면 미세 거품은 누구나 만들 수 있죠. 거품은 계속 낼수록 점점 쪼개져서 작아지기 마련이니까요. 스펀지, 거품망 등을 이용하면 더 쉽게 미세 거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포뮬러로 따지자면 탄산 무스 타입 클렌저의 거품이 가장 입자가 고르고 미세합니다.“ 미세먼지 세안법으로 요즘 인기인 소금 세안은 어떨까. “소금 자체가 항염과 살균 작용을 합니다. 상처가 나면 병원에서 생리식염수를 부어주는 정도의 효과라고 할까요. 그러나 소금 농도가 너무 진하거나 입자가 지나치게 굵으면 자극이 되니 클렌저에 소량만 섞어 사용하세요. 평소 생리식염수를 솜에 묻혀 피부를 수시로 닦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미세먼지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것. 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높은 날(약간 나쁨(81~120㎍/㎥) 이상이라면)은 외출을 삼가고 환기도 하지 말 것, 외출해야 한다면 미세먼지 차단용 마스크, 스카프, 모자 등으로 피부를 최대한 가리고 니트 소재 의상보다는 매끄러운 소재를 선택해 먼지로부터 신체를 보호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물을 많이 마실 것! 수분은 피부 방어력을 높이고 몸속 노폐물을 빨리 배출한다. 피부에 수분을 듬뿍 공급해주는 토너, 미스트, 수분크림, 또 자외선 차단제도 훌륭한 조력자다. 미세먼지가 염증 반응을 일으킨 상태에서 자외선을 받는 건 색소침착, 피부 노화라는 불에 기름을 붓는 셈이니까. 그러나 수분이든 자외선 차단이든 마무리는 파우더로 해야 한다는 것. 끈적이는 텍스처에 미세먼지를 잔뜩 붙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이제 집에 돌아오자마자 직행하는 곳은 욕실이다. 거품을 잔뜩 내서 부드럽게 구석구석 세안하고 머리도 감는다. 이때 전동 클렌저도 한몫을 한다. 2012년 한 해, 전 세계적으로 8,700만 명이 대기오염에 따른 질병으로 숨졌으며(WHO 발표),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3명이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을 앓고 있다(새누리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발표). 이제 건강하고 아름답고 싶다면 미세먼지는 간과할 수 없는 대상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미세먼지 예보를 늘 확인하고, 잘 가리고 제대로 씻어내는 것. 그리고 미래에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작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의 50%는 우리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것(흔히 중국 대륙만을 원망한다).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공회전을 금하며, 물과 전기를 아끼는 것. 모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행동에 옮기지 않는 작은 실천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