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부터 흐뭇한 화장품들

“이왕이면 다홍치마”고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품질이 좋아도 디자인이 별로면 매력 지수는 떨어지는 법.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화장품들로 5월의 센스 지수를 높여보시라!



모스키노의 감자튀김 아이폰 케이스, 투데이즈스페셜(Today’s Special)의 투명한 텀블러, 그리고 수향의 핑크 라벨 향초. 요즘 인스타그래머들 사이에서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불리는 이 세 가지 물건들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아니지만 하나쯤 사서 곁에 두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디자인이라는 것.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이런 출중한 외모의 디자인 상품들은 대충 찍어도 알아서 예쁘게 나와주는 ‘사진발’까지 고루 갖춰 일단 눈으로 보면 안 사고는 못 배길 정도다.

얼마 전 바니스 뉴욕 남성 바이어로 일하는 제이슨도 아이쇼핑 중에 발견한 드리스 반 노튼과 프레데릭 말의 협업작 ‘드리스 반 노튼 빠 프레데릭 말’을 본 순간 구매 욕구가 불타올랐음을 고백했다. “미니멀한 라벨에 마음을 빼앗겨버렸어요. 화이트 라벨지에 블랙 폰트로 드리스 반 노튼, 그리고 프레데릭 말이 정직하게 찍혀 있는 게 전부인데 말이죠.” 이런 그의 취향은 향초를 선택할 때도 드러났다. “얼마 전 친구에게 선물할 향초를 고르다 ‘멘붕’에 빠졌습니다. 30분 가까이 고민했더니 나중엔 향들이 모두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로 후각 마비 증상까지 겪었으니까요.” 오랜 고민 끝에 계산대에 오른 단 하나의 향초는? “바이레도(Byredo)였어요. 가장 깔끔하고 멋진 패키징이었으니까요.”

패키징이 구매를 결정하는 예는 흔하다. 청담동 디누에 1층에 자리한 뷰티 셀렉트숍 스프링풀의 황봄님 대표가 올 상반기 매장 입고에 힘쓰고 있는 야심 찬 아이템은 이탈리아 여행 중에 반한 치약, 마비스(Marvis)다. 수많은 화장품을 두고 왜 하필 치약이냐고? “사실 그동안 치약은 생활용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탈리아 여행 중에 접한 마비스를 본 순간 치약에 대한 고정관념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하마터면 매장 한가운데서 ‘이런 디자인 천재들을 봤나!’ 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니까요. 화려한 색상 조합과 위트 있는 디자인에 지갑은 활짝 열렸고, 이태리산 ‘멋쟁이 치약’ 덕분에 우리 집 욕실 분위기도 업그레이드됐죠.”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도 잘만 활용하면 그 이상의 ‘시선 고정’ 효과를 발휘한다.

H&M 홍보를 담당하는 박혜경 대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디자인 화장품은 로고 플레이의 대부이자 모든 여자들의 로망인 샤넬. “솔직히 샤넬보다 전문적인 색조 브랜드들은 많죠. 하지만 샤넬의 더블 C 로고가 주는 만족감을 대신할 브랜드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2.55 백’에 대한 욕망을 샤넬 립스틱, 섀도, 향수로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는 거죠.” 홍보대행사 엠퍼블릭 신다영 과장도 샤넬이라면 ‘실용성 제로’라도 오케이다. 요즘 샤넬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여성스러운 베이지색 콤팩트 파우더 ‘레 베쥬’. 실제로 친구들과 만났을 때 ‘레 베쥬’를 꺼내면 ‘이게 뭐냐’는 질문이 쏟아질 정도로 반응이 뜨겁단다.

멋진 디자인의 화장품은 선물용으로도 그만이다. 특히 조 말론 런던의 베이지 박스는 티파니의 블루 박스 못지않게 여심을 사로잡는 선물 상자로 떠올랐으며, 얼마 전 영국 미술 작가 마이클 앵고브와 협업한 홈 컬렉션은 웬만한 인테리어 소품 못지않은 세련된 패키지가 일품이다. 디자인 컨설팅 전문 업체 플러스엑스(Plus X)의 신명섭 이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말론 런던과 마이클 앵고브가 협업한 디퓨저의 ‘인증샷’을 올렸고, 한남동의 떠오르는 밥집 파르크(Parc)의 셀프 코너는 조 말론 런던의 디퓨저를 비치해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 포토 스폿이다. 같은 이유로 뷰티 셀렉트숍 레흐 임희선 대표의 아이폰 사진첩은 출장차 다녀온 방콕 카르마카멧 카페의 실내 전경들로 가득했는데, 그 이유를 묻자 “다 쓴 향초나 디퓨저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한 그곳의 센스를 담아오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심지어 태그(tag), 박스, 쇼핑백을 정리하는 데도 약간의 숨 고르기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무심하게 버리기엔 지나치게 예뻐서다. 특히 향수의 경우 제품보다 포장이 더 황홀한, 주객전도 현상을 적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모델 에이전시 앨컴퍼니 정진희 대표와 스프링풀 황봄님 대표가 열광하는 영국산 고급 향수 브랜드 펜할리곤스가 좋은 예다. “앤티크한 디자인의 기프트 박스와 향수를 감싸고 있는 잔잔한 그림이 그려진 포장지. 상자를 여는 순간 입가에 미소가 가득 번졌답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예뻤거든요.” 상자는 방 한쪽에 보관 중이며, 포장지는 선물 포장할 때 재활용했단다.

차마 버릴 수 없는, 아름다운 패키지의 화장품은 카페나 레스토랑 분위기를 트렌디하게 바꿔주기도 한다. 최신 유행이 살아 숨 쉬는 젊음의 거리 가로수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가로수길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디저트 카페 블룸앤구떼는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의 공병을 화병으로 활용한 인테리어 센스로 주목받았다. 카페 코발트의 탐나는 화장실 인테리어에 한몫을 담당하는 것도 세면대 위 이솝의 핸드 워시다.

이 정도면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옛말은 뷰티 쇼핑에 있어서도 유효할 듯싶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디자인이 별로면 뽐내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는 법. 언젠가 사고 말리라 눈도장 찍어뒀던 아이템을 손 안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희열! 아마 여자라면 잘 알 것이다. 기억하라! 쇼핑 당시의 벅찬 감흥을 집에 돌아와서도 현재진행형으로 유지하려면 패키지가 예뻐야 한다는 것을.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구시대적 표현은 거의 모든 언어적 수사가 뒤바뀐 요즘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