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우먼의 디자이너가 된 제이슨 우

제이슨 우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고 뉴욕적인 방식으로 보스 우먼 데뷔 컬렉션을 선보였다.
망설임이라곤 전혀 없이, 완벽하게 자신감과 확신에 찬 그에게 ‘why?’란 물음표는 무의미하다.



지난 2월 12일 오후, 맨해튼 미드타운의 고층 건물-부동산·언론 재벌 모트 주커맨 소유- 37층에선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제이슨 우의 보스 데뷔 컬렉션을 보기 위해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라드 버틀러, 기네스 팰트로, 다이앤 크루거, 리즈 위더스푼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총출동했기 때문이다(심지어 쇼가 끝나자 이들은 일제히 일어나 디자이너에게 박수까지 보냈다). 쇼를 마친 백스테이지는 축제 분위기였고, 이제 겨우 10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앳된 외모의 우는 조금 어리둥절하고 상기된 표정으로 휴고 보스 CEO 클라우스 디트리히 라르스에게 이끌려 여기저기 정신없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감격에 겨운 표정의 그의 부모-우보다도 체구가 자그마한-는 쇼가 끝난 지 거의 1시간이 지나서야 대견한 아들과 기념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나이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외모(82년생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와 달리, 그는 영리하고 이해관계에 밝은 전형적인 뉴요커다. 첫 번째 컬렉션을 끝냈을 뿐이지만, 이미 그의 머릿속엔 기자들이 제기할 수 있는 모든 의문점과 의혹에 대응할 명쾌한 모범 답안이 정리돼 있었다. “어떤 면에 있어선 휴고 보스와 내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한 쌍처럼 보인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휴고 보스는 남성적 이미지가 상당히 강한 브랜드인 반면, 나는 주로 여성스러운 디자인을 다뤄왔으니까요. 나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택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컬렉션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의 획기적이고 흥미로운 조화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우가 보스 우먼 라인의 데뷔 컬렉션에서 중점을 둔 것은 휴고 보스 DNA를 가장 인상적으로 소개하는 것이었다. 독일 메칭겐의 본사를 방문한 그는 정확한 남성복 재단과 넓은 캠퍼스에 우뚝 선 근대주의 유리 건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직선과 뾰족한 모서리로 엄격하게 재단된 의상들(40년대 밀리터리풍 실루엣이 가미된), 바우하우스풍 패턴-본사 건물 전면의 반짝이는 창문들을 형상화한 것-은 그가 의도한 대로 하우스의 풍요로운 DNA와 헤리티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요즘 패션계는 남성적인 것, 여성적인 것을 뚜렷하게 구분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이 두 가지 요소의 혼합을 통해 훨씬 동시대적인 디자인을 창조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보스 남성복 턱시도 재킷과 화이트 셔츠를 응용해 보다 글래머러스한 보스 여성복을 만들 수 있죠. 이런 스타일은 보스 우먼만의 감각을 세련된 방식으로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특히 보스의 남성복 재단 공장에서 만든 여성용 재킷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 공장에서 여성복 재킷을 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아주 날렵하고 멋진 재킷이 완성돼 기뻐요. 특히 스텔라 테넌트가 입었던 턱시도 재킷은 정말 시크하죠.” 눈에 띈 슬립온 스타일의 페이턴트 로퍼 역시 남성용 슈즈 디자인에 기반한 것. 물론 모피 스톨이라든가, 연핑크 시퀸 드레스 같은 제이슨 우의 로맨틱하고 클래식한 요소들도 적절히 배치돼 있다. “제이슨 우 컬렉션은 꾸뛰르적 디테일, 자수 장식, 다채로운 색감을 포함하는 낭만적인 옷인 반면, 보스 우먼은 테일러링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그러나 장식적인 요소들이 곳곳에서 여성스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이슨 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옷에서 드러나는 우아한 여성미인데 미셸 오바마조차 수차례 그의 드레스를 선택했을 정도다. “그녀를 직접 만나보면 패션 감각도 뛰어나고, 옷에 대해 남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녀가 입은 제 드레스들은 주문 제작한 맞춤 드레스였기 때문에, 그중에서 베스트를 가려내는 건 어려워요! 하하. 그 대신 보스 컬렉션에서 그녀에게 어울릴 만한 옷을 꼽아보는 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는 캐멀 컬러로 안감을 댄 코트가 적합할 것 같군요. 내가 생각하는 영부인이 갖춰야 할 모든 요소-클래식함, 우아함, 여성미-를 이미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엔 코트 아이템을 추천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좀더 젊고 트렌디한 여성상은 어떤 모습일까? “셀러브리티보다 컬렉션 무대에 선 두 명의 톱 모델이 인상적이었어요. 에디 캠벨은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모던하고 멋진 친구예요. 젊은 에너지가 넘쳐나죠.” 우는 뉴욕 패션 위크에서 첫 컬렉션을 선보이기 직전, 자신이 꿈꾸는 보스 우먼을 이미지로 표현한 ‘This is Boss’라는 프로모션 영상을 선보였다. 이네즈와 비누드 커플이 촬영하고 조 맥케나가 스타일링한 이 영상의 주인공 역시 에디 캠벨. 그는 보스 우먼의 캐릭터와 에디 캠벨을 거의 동일시하고 있는 듯하다. “다른 한 명은 스텔라 테넌트예요. 늘 매우 세련되고 자신감이 가득 차 있어서, 멋진 스타일에 있어서는 나이 제한이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죠.”



그는 두 모델에게 컬렉션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룩-캠벨이 입은 플레어 스커트 수트와 플랫 슈즈의 오프닝 룩, 테넌트가 입은 턱시도 수트의 클로징 룩-을 입혔다. 그가 두 모델에 대해 말할 때 그들이 보스 런웨이에서 입은 옷차림이 마치 그들의 원래 옷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특이했는데, 그건 아마도 인형 디자이너(인형과 그 인형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함께 디자인했다)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일 것이다. 그는 패션 디자인으로 전향한 후에도 유명 멀티숍과의 협업으로 몇 차례 인형을 디자인한 적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09년에 만들었던 ‘꼴레뜨 돌’이에요. 2009 가을 컬렉션에서 아랫단에 타조 깃털이 풍성하게 장식된 아이보리색 캐시미어 코트 착장을 그대로 입혔죠. 지금 생각해도 아주 귀여웠어요.” 그러나 대부분 현실 속 여자들은 모델이나 인형과는 다르지 않나. 마지막 질문으로 <보그 코리아> 독자들에게 그가 생각하는 모던하고 멋진 여성이 되기 위한 패션 팁을 제안해달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기 자신에게, 자신의 스타일에 더 솔직해지길 바랍니다. 유행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그것만 따르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고, 거기서 자신감을 찾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하지 말고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 누가 지금의 제이슨 우보다 자신만만할 수 있을까? 이미 그는 보스의 새로운 보스가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