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상징이 된 DKNY

뉴욕의 거리, 뉴욕의 문화, 뉴욕의 사람들.
디자이너 도나 카란은 뉴욕의 에너지를 하나의 라벨로 전환시켰다.
25년간 도시의 삶은 그 옷에 반영돼왔고, 현재 뉴요커들은 그 옷을 입는다.



랄프 로렌이 미국을 소유하고, 캘빈 클라인이 섹스를 선점했을 때, 도나 카란은 ‘나는 무엇을 가져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여자를 위한 것도, 남자를 위한 것도, 그렇다고 어린애들을 위한 것도 아닌 중성적 컬렉션을 원했다. 그건 전 세계 남녀노소 모두에게 통용될 보편적 아이템들로 구성돼야 했고, 무엇보다 뉴욕과 뉴욕의 거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 것이어야 했다. 고급 세단 대신 지하철과 버스로 통근하며 평범한 듯 활기찬 뉴요커를 위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옷! 88년 DKNY 로고 플레이와 스트리트 룩은 그야말로 대체 불가능한 90년대 문화 아이콘이었다. 그리고 90년대를 상징하는 모든 게 현재 패션계로 복귀하면서 이 뉴욕 브랜드는 두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론칭 25주년이 된 2014년, 뉴욕 패션 위크에서 또 한 번의 가을 컬렉션을 마친 도나 카란을 미드타운의 시더 레이크(Cedar Lake) 발레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Vogue Korea(이하 VK) 25년 전을 돌이켜 보면, DKNY를 론칭하기로 맘먹은 때가 어떻게 기억되나?
Donna Karan(이하 DK) DKNY 탄생엔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세 가지다. 첫 번째, 당시 나는 몸에 딱 맞는 데님 팬츠를 찾고 있었다. 보이프렌드 진이나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맘 진뿐이었는데, 난 뭔가 섹시하고 몸매가 드러나는 스타일을 원했다. 그리고 함께 입을 스트리트풍 아이템까지. 두 번째, 내 딸 개비와 그 아이 친구들이 도나 카란 컬렉션을 몰래 훔쳐 스포츠웨어처럼 입고 다닌 사건이다. 그걸 알곤 몹시 화가 났고, 개비가 당시 젊은이들처럼 자기 세대에 맞게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 번째, 내 어시스턴트였던 제인 정이다. 평소 스트리트 감성의 라벨 론칭을 간절히 원하던 그녀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DKNY를 맡을게요.” 나는 그녀가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기에 아낌없이 모든 걸 쏟아부을 거라 믿었다. 그녀는 여전히 DKNY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VK 25년 전과 비교할 때 DKNY는 어떤 변화를 겪었나?
DK 성장과 진화의 폭에 비하면 그리 큰 변화를 겪지 않은 편이다. 좀더 세계화됐고, DKNY 진스, 수영복, 홈, 남성복, 아이웨어 등을 통해 보다 세분화된 정도다.

VK 2000년대 초에는 기존의 경쾌하고 캐주얼한 스타일에서 정제되고 포멀한 스타일로 우회하며 잠시 내리막길을 향한 것으로 기억한다.
DK 디자이너에게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은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다 보면 어떤 한 가지가 다른 것보다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다. 현재 DKNY가 도달한 위치까지 성장하게 되면 그때는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발전은-위상이 올라갔다는 의미에서- 디자인에 있어서도 창의적인 도전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모든 일을 겪고 난 뒤에는 결국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대변하는가’로 다시 돌아가게 되지 않나.

VK 90년대 패션이 다시 유행하면서 DKNY도 함께 부활했다. 다른 말로 하면, 사람들은 여전히 DKNY를 90년대 아이콘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DK (어깨를 으쓱하며)사실이다. DKNY는 뉴욕의 문화와 거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쿨한 패션을 표현하는 90년대의 상징적인 브랜드다. DKNY의 DNA는 뉴욕이다. 뉴욕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에 DKNY 역시 뉴욕과 함께 계속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역동적인 에너지로 가득하다.




VK DKNY의 최근 이슈를 꼽자면 단연 오프닝 세레모니와의 캡슐 컬렉션이다. 이 멋진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DK 예상치 못한 기회였다. 어느 스타일리스트 친구가 오프닝 세레모니에 대해 얘기하던 중 우리를 그들과 연결시켰다. 정말 굉장했다! 그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것이 합당하게 느껴진 데다 완벽하게 딱 들어맞았으니까. 우리는 어떤 협업에도 늘 열려 있다. 이런 프로젝트가 브랜드를 좀더 흥미롭게 만들고 우리에게 도전 의식을 갖게 한다.

VK 당신이나 딸 개비의 젊은 시절과 비교하면, 요즘 DKNY를 입는 젊은 세대 분위기는 어떤 것 같나?
DK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창의적이고 개성이 강하다. 그들은 자신이 누군지 잘 알고, 그걸 표현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 이번 가을 컬렉션 때 쇼 직전에 상영한, 실제 뉴요커들 인터뷰 영상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동시대적이고 독창적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VK 젊은 시절, 당신은 어땠나?
DK 지금과 비슷하다. 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지겨울 정도로! 그때는 지금보다 더 히피적이었다. 스트리트적 감성의 예술적인 히피랄까? 긴 다리를 강조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길게 펄럭이는 맥시 스커트, 팔라조 팬츠, 점프수트를 입거나, 미니스커트에 다리를 칭칭 동여매는 글래디에이터 샌들이나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었다. 아주 길거나 아주 짧거나. 중간은 없었다!

VK 당신이 패션에 있어 질색하는 것 한 가지는?
DK 스케줄. 제철에 맞게 쇼를 열고 옷을 팔 수 있기를! 몇 달이나 앞서 옷을 선보이는 게 너무 싫다. 심지어 몇 주 뒤에 배송이 시작되는 것도. 고객이 그날 날씨에 따라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할 여유조차 주지 않고 모든 게 결정되고 마니까.




VK 그 유명한 DKNY 로고를 만들 때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나?
DK 여러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건 이름에서 비롯됐다. 난 빨리 읽히는 동시에 분명하게 뉴욕 시티가 드러나길 원했다. 뉴욕 경찰이 PDNY, 소방관이 FDNY라는 게 떠올랐을 때 섬광이 내 머리를 스쳤다. 그래, DKNY야!

VK 도나 카란의 ‘세븐 이지 피시즈(일곱 개의 쉬운 아이템)’처럼 DKNY 에센셜 아이템을 꼽는다면?
DK 데님 팬츠, 트렌치코트, 또는 코트, 백팩(누군가의 백팩을 가리키며 “정말 쿨한 아이템이다!”라고 외쳤다), 기발한 디자인의 신발, 미니 드레스, 스웨터, 그리고 컬러 역시 DKNY에서 아주 중요하다. 블랙, 그레이, 도시의 불빛을 닮은 핫핑크와 노랑 같은 펑키한 컬러들! 음, 그리고 블레이저, 셔츠, 바지…, 전부 몇 가지인가? 중요한 건 다 언급한 것 같다(언급한 아이템 중 몇 가지는 2014 봄 컬렉션에서 25주년 스페셜 아이템으로 판매 중).

VK 25년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컬렉션을 고를 수 있겠나?
DK 난 언제나 첫 번째를 가장 좋아한다. 그다음은 최근 것. 첫 번째는 감상적이고(추억에 젖게 만드니까), 최근 것은 나에게 가장 새롭고 신선하니까.

VK DKNY를 정의할 세 가지 단어는?
DK 거리, 세련된, 활기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