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빈티지 마켓

빈티지 쇼핑에서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하지만 온라인에 빈티지 마켓이 열리면서 성공 가능성은 높아졌다.
셀린 재킷부터 발렌시아가 톱까지 전설의 아이템들로 구성된 디지털 빈티지 마켓.

편리하게 빈티지 쇼핑을 도와주는 빈티지 쇼핑 사이트들. 아이패드 케이스는 위부터 프라다, 에르메스, 에트로, 루이 비통.

“이 드레스요? 빈티지 프라다예요!” 지난 해 9월 뉴욕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의 회원제 클럽 ‘소호 하우스’에서 <개러지 매거진>의 패션 에디터 클로에 커먼과 마주쳤을 때, 무릎까지 내려오는 복고풍 기하학 프린트 셔츠 드레스의 정체에 대한 그녀의 대답이었다. 빈티지 가게에서 프라다도 구할 수 있냐고 되묻자 커먼은 이렇게 덧붙였다(영국 <보그>가 꼽은 런던 멋쟁이 패션 에디터 가운데 한 명). “굳이 빈티지 가게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어요. 요즘엔 인터넷에서도 근사한 빈티지 옷을 살 수 있으니까요.” 그녀는 2004년 봄 프라다 드레스 역시 인터넷에서 건졌다고 전했다.

빈티지 쇼핑에 대한 환상은 누구나 갖고 있다. 오시 클라크의 화려한 70년대 프린트 드레스만 발견하면, 나도 케이트 모스처럼 멋쟁이가 될 듯한 기대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어두침침한 빈티지 가게에 들어서면 일단 뭘 어떻게 골라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프라다나 마크 제이콥스 드레스를 찾지만, 막상 눈에 띄는 건 80년대 ‘메이드 인 코리아’ 코트일 경우가 다반사. 50년대 발렌시아가 드레스가 걸린 파리의 디디에 루도나 발맹의 테니스 공 어깨 재킷이 기다리는 뉴욕의 미나 갤러리처럼 우아한 빈티지 숍들도 있다. 하지만 그곳은 서울과 멀기만 하다.

그렇기에 온라인 빈티지 숍의 등장은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평범한 인터넷 빈티지 숍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Itsvintagedarling.com이나 beyondretro.com에서 20년대 레이스 드레스부터 70년대 시폰 블라우스까지 다양한 시대의 빈티지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으니까. 런던의 전설적인 빈티지 가게 Oneofakindvintagestore.com과 뉴욕의 whatgoesaroundnyc.com 등도 온라인 사이트를 마련한 지 오래다. 하지만 패션 마니아들이 바라는 건 진짜 ‘컬렉팅’할만한 하이패션이 있느냐 없느냐다. 최근 우리를 감동시킨 아이템이라면 더 반가울 뿐이다. 게다가 ‘짝퉁’이 판치는 인터넷에서 믿을 만한 진짜 빈티지를 구비한 숍을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원한다.

이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만한 사이트가 바로 resee.fr. <셀프 서비스> 패션 에디터와 <보그> 광고 매니저가 함께 마련한 사이트는 잡지 한 권을 보듯 모니터를 보며 빈티지를 고를 수 있다. 표절로 구설에 올랐던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2002년 발렌시아가 컬렉션의 패치워크 톱부터 90년대 헬무트 랭의 네온 컬러 드레스, 그리고 2010년 피비 파일로의 복귀작이었던 셀린 리조트 컬렉션 재킷까지. 이곳의 진짜 매력은 모델이 직접 아이템을 입고 찍은 깔끔한 사진과 패션지를 보는 듯한 레이아웃이다. “빈티지 물건만 파는 사이트를 클릭하면, 그 웹사이트조차 빈티지처럼 보일 때가 많아요. 하지만 우리는 빈티지 아이템이 좀더 모던하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창립자인 사브리나 마샬은 자신들의 사이트를 이렇게 홍보했다.

2008년 파리를 베이스로 오픈한 vestiairecollective.com에서도 패션지를 보는 듯 빈티지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데이지 로우 등을 비롯한 패션 스타와의 인터뷰도 준비돼 있고, 트렌드에 따라 아이템들을 수집한 페이지에서 자신에게 어울릴 만한 물건을 고를 수 있다. <보그>를 발행하는 콘데 나스트 출판사가 투자한 이 쇼핑몰의 장점은 빈티지뿐 아니라 최근 아울렛 아이템들로 구성됐다는 것. 미국 소녀들이 열광하는 쇼핑몰 nastygal.com도 가끔 샤넬 같은 깜짝 빈티지를 공개한다. 지난해 11월 100점의 샤넬 빈티지 아이템을 공개했을 땐 불과 몇 시간 안에 거의 모든 아이템이 품절됐다. 오래될수록 인기가 높은 에르메스 백이나 샤넬 핸드백을 원한다면? 핸드백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fashionphile.com을 추천한다.

온라인 빈티지 숍에 대한 인기를 감지한 걸까?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부터 앤티크 주얼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1stdibs.com 역시 최근 패션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앤디 워홀과 재스퍼 존스, 에드 루샤 등 당대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고매한 사이트답게 빈티지 셀렉션 역시 훌륭하다. 미국 최고의 빈티지 가게(Resurrection, The Way We Wore, Rare Vintage 등)에서 직접 아이템을 제공 받아 판매한다. 덕분에 알바 알토의 라운지 체어와 지오 폰티의 테이블을 구입하던 고객들은 톰 포드의 마지막 구찌 컬렉션 가운데 그린 시퀸 장식 드레스를 9,500달러에 건질 수 있다. 빈티지 세상에서 전설의 아이템으로 추앙받는 에르메스의 와인빛 악어가죽 버킨 백을 9만8,800달러에 낙찰받을 수 있는 곳도 이곳. 고급 빈티지 패션 아이템을 갤러리에서 예술품 둘러보듯 구경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빈티지 숍 특유의 퀴퀴한 먼지 냄새나 불쾌한 나프탈렌 냄새 따윈 맡을 필요가 없다. 필요한 건 오직 두둑한 카드 한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