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님과 사랑에 빠진 서울 디자이너들

데님이란 흔한 아이템을 자기만의 아이디어와 개성을 곁들여 변신시킨 서울 디자이너들.
데님으로 서울 패션 풍경을 에너지 넘치게 만드는 ‘지니어스(Jeanius)’들을 <보그>가 만났다.



Steve J & Yoni P
이태원 골목의 스티브앤요니 매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화려한 플라워 프린트와 푸른 데님 아이템이 눈에 띈다. “우리의 컬렉션 중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도 늘 데님 디자인입니다.” 매 시즌 데님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는 듀오 디자이너가 입을 모아 말했다. 80년대와 90년대 데님 이미지를 동시대적으로 해석하는 그들의 데님 트렌치와 오버올, 쇼츠 등은 매장에 걸리자마자 팔려나갈 정도다. “빈티지 느낌을 갖고 있지만, 디자이너 데님다운 아이디어를 더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죠.” 요니가 모델 송해나가 입은 진주 자수 장식 쇼츠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청재킷 위로 프린트를 더하거나 다양한 워싱을 거친 소재로 실험을 반복하는 것도 스티브앤요니만의 데님 제작 비법. 이런 아이템의 인기에 힘입어, 두 사람은 새로운 계획을 꾸미고 있다. 오로지 데님으로만 구성된 새로운 라인을 론칭하는 것. “베이식한 데님 아이템에 집중될 겁니다. 재킷과 베스트, 팬츠와 쇼츠 등으로 말이죠.” ‘SJYP’란 가칭을 단 데님 라인의 데뷔는 내년 봄이 될 예정. “지금 우리 두 사람의 머리에 아이디어가 넘쳐나요. 하나씩 선보일 테니 기대하세요!”



Push Button
“어릴 때 본 에바 헤르지코바의 게스 광고가 저에게 첫 번째 ‘진짜’ 데님 이미지였어요.” 새로운 사무실에서 <보그> 팀을 맞은 푸시버튼의 디자이너 박승건이 데님에 관한 추억을 풀어놓았다. “마릴린 먼로를 오마주한 듯 금발 가발을 쓰고 브라에 청바지만 입은 이미지였죠. 가히 충격적이었죠.” 엘렌 폰 언워스가 촬영한 92년 게스 광고는 청바지도 충분히 섹시할 수 있음을 알려준 비주얼 쇼크 그 자체였다는 것. 그는 푸시버튼을 론칭한 뒤 바로 그런 데님을 탐구했다. 예상대로 데님 드레스와 스커트, 세련된 톱은 푸시버튼의 유쾌하고 낙천적인 스타일과 잘 어울렸다. 그리고 지난 3월 선보인 가을 컬렉션에서는 데님의 본질을 파헤쳤다. 공식적으로 푸시버튼 데님을 선보인 것. 모델들이 입고 등장한 데님 팬츠는 발목으로 갈수록 살짝 좁아지는 실루엣을 기본으로 지나치게 스키니하거나 과장되게 풍성하지 않은 적당한 ‘핏’이 인상적이었다. “리벳과 라벨 장식까지 모두 새로 제작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핏을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샘플 수정 과정을 거쳤죠. 주머니 위치와 크기, 바느질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신경 썼습니다.” ‘푸시 세컨 버튼’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공개될 데님 팬츠는 박승건의 새로운 도전이다.



Spectator
스펙테이터의 안태옥은 브랜드를 론칭할 때부터 꼭 만들고 싶은 청바지가 있었다. 클래식한 리바이스 청바지에 그만의 감각을 더한 데님 팬츠였다. 보다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스티치를 이중으로 새기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도록 단추를 숨겨 달고, 주머니가 해지지 않도록 안감을 더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청바지. 그래서 디자이너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이 청바지를 ‘Achievement Jean’이라 이름 지었다. 4년이 지난 지금, 그의 청바지는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통적인 아이템을 그대로 따라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만의 디테일을 더하고 변형하는 게 필요했죠.” 옷에 대해 늘 진지하게 고민하는 디자이너의 얘기다. 그는 사춘기에 깊은 인상을 남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인상적인 비주얼 이미지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결과 일본의 고품질 데님 소재로 만든 스펙테이터의 데님 아이템들은 색다른 아이디어들로 가득하다. 프린트가 아닌 워싱으로 카무플라주를 완성한 샴브레이 셔츠, 가죽 포켓을 더한 데님 재킷 등이 그렇다. 안태옥의 데님 아이디어는 남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소년이 입은 청바지를 떠올렸어요. 지나치게 남성적이지도, 여성적이지도 않은 중성적인 청바지입니다.” 그의 또 다른 라벨 ‘홈그로운 서플라이’를 통해 여자들도 ‘보이 데님’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Low Classic
데뷔 5년 만에 서울의 멋쟁이 소녀들이 즐겨 찾는 라벨로 떠오른 로우 클래식. 디자이너 이명신은 브랜드를 시작할 때부터 매 시즌 데님을 빼놓지 않았다. “데님은 접근하기 쉬운 클래식 아이템이에요. 그러니 우리 브랜드 이름과 꼭 맞는 아이템이죠.” 친숙한 소재인만큼 컬렉션에서는 좀더 대담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올가을 컬렉션에서 선보인 쭈글쭈글한 데님 오버사이즈 재킷과 와이드 팬츠가 대표적인 예. “고객들 역시 데님이라면 디자인이 조금 새롭더라도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아요. 만약 다른 소재였다면 선뜻 손이 가지 않겠지만, 소재가 데님이기에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죠.” 물 빠진 데님으로 완성한 오버사이즈 크롭트 톱과 플레어 스커트 등은 그래서 더 인기다. 티셔츠의 끝을 풀어 헤치거나 주머니 위치를 옮기는 등의 위트 있는 디테일도 더했다. “여름만큼 데님이 잘 어울리는 계절도 없습니다. 특히 흰색은 데님의 푸른색과 아주 잘 어울리는 컬러예요. 화이트 플리츠 스커트에 데님 크롭트 톱을 매치하거나 화이트 데님 쇼츠에 블루 데님 셔츠를 맞춰 입으면 보다 상쾌한 룩이 완성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