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와 관능의 브라질 모델들

6월 13일부터 약 한 달간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열린다.
패션에서 ‘브라질’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슈퍼모델!
캣워크의 카카, 런웨이의 네이마르로 불리며 우리 시대 패션에 열기와 관능을 더한 브라질 모델에 대하여.



만약 패션계에서 대대적으로 모델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치자. LVMH와 케어링은 물론, 에스티 로더와 로레알 그룹은 기본이고, DNA와 IMG 에이전시도 합류하는 데다, <보그> <W> 같은 패션지를 소유한 콘데나스트와 경쟁사인 허스트 출판사까지 의기투합하며, 드 베탁이나 KCD 같은 행사 기획사와 홍보 회사까지 총동원한 모델 축제 말이다. 그리하여 현존하는 모델들(앞에 ‘슈퍼’나 ‘톱’ 같은 면류관 식 칭호가 늘 따라붙는!)이 ‘Face of Fashion’ 식의 푯말이 붙은 무대 위로 초대된다면? 평소 아이돌 가수나 배우보다 패션모델을 대중문화의 꽃이자 우상처럼 숭배한 팬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델 축제에 대한 구체적 아이디어를 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듯(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세대라면 <톱 모델>이라는 패션지가 기억날 것이다).

상상 속으로 한 단계 더 깊숙이 들어가보자. 물론 페스티벌이기에 굳이 토너먼트 방식은 필요 없겠다. 그래도 스포츠 경기에 지역 예선이 있듯, 대륙별로 기막힌 매력 발산 이벤트를 마련하거나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처럼 국가별 고유 옷차림으로 모양낸 모델들이 무리 지어 등장할 수 있다(지난 런던 올림픽 전야제 때 영국 출신 슈퍼모델들이 금빛 옷을 곱게 차려입고 운동장 한복판을 가로지르던 순간을 떠올려보시라!). 그런데 이 행사가 2014년 여름에 열린다고 치면, 가장 시끌벅적한 환호와 휘파람 세례가 집중될 모델 무리는? 곧 열릴 브라질 월드컵과 딱 맞물려 나타나 두 배쯤 뜨겁게 무대를 데울 브라질 모델 아닐까?

노랑과 초록으로 된 국기를 휘날리며 브라질 모델 무리의 선봉에 설 인물을 뽑는 건 생각보다 쉽다. 90년대 말 헤로인 시크가 판을 칠 무렵, 으슥하고 퇴폐적인 분위기가 꼬리를 내린 채 쥐구멍으로 숨어들게 만든 암고양이를 기억하시는지! 지젤 번천이야말로 브라질 모델 신드롬의 주동자 겸 선동자다. 지금이야 톱 모델을 넘어 슈퍼모델, 이젠 슈퍼모델 그 이상의 슈퍼스타로 군림하고 있지만, 그녀에게 한 줄기 패션의 서광이 내리쬐기 시작한 성지는 상파울루의 어느 쇼핑몰에 있는 햄버거 가게였다. 요즘 말대로 하자면, 고작 열네 살짜리 소녀의 길거리 캐스팅. 우리가 케이트 모스라고 발음한 순간 그녀의 외모와 매력이 머리에 쫙 떠오르듯, 이젠 지젤 번천 하고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일부러 태닝한 게 아닌 탄력 넘치는 구릿빛 피부, 평생 못 잊을 S자형 몸매, 결코 끈적하지 않는 미소, 여기에 디카프리오와의 열애는 물론, 현재 A급 쿼터백 톰 브래디와의 삶까지. 아무튼 지젤은 브라질 패션 위인이 됐다. 심지어 조국에서 열리는 상파울루 패션 위크의 캣워크에 꼬박꼬박 서는 애국심까지!



케이트 모스의 ‘헤로인 시크’와 지젤 번천의 ‘라틴 글래머’의 팽팽한 구도처럼, 가상의 모델 축제에서 신경전이 치열한 대치 국면이라면? 역시 ‘영국 代 브라질’이다(그건 영국과 브라질 축구 경기만큼 순간 시청률이 뛰어오를 것이다). 트위기, 나오미, 케이트, 카라, 에디 등으로 이어지는 전설의 모델 계보가 현재 패션계를 장악하고 있지만, 적어도 2014년만큼은 온 세상이 브라질 미녀의 아름다움에 대해 예의 주시할 시기. 지젤만큼은 아니지만 패션지나 캣워크가 가장 선호하는 1등급 브라질 모델을 꼽자면 단연 라켈 짐머만이다. 다분히 귀족적 외모의 라켈은 모델들이 ‘top’을 넘어 ‘super’라는 낱말을 직업명 앞에 달게 되면 찾아오는 의식(캣워크에 서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대신, 유명 인사들과의 열애와 함께, ‘궁짝’이 잘 맞는 스태프들과의 안락한 촬영이나 뮤직비디오, 혹은 수억 원이 오가는 광고 촬영까지만!)을 치른 뒤 몸값을 높이는 중.

지젤이 스타트를 끊었고, 그 뒤로 라켈까지 등장했다면, 지금쯤 다른 대륙의 모델들은 기가 팍 죽었을지 모른다. 이쯤에선 모델 축제를 위한 스페셜 패션쇼가 열릴 만한데, 당신이라면 어느 브랜드가 적절하다고 보나? 머릿속에 번개처럼 떠오른 바로 그 브랜드가 맞다. 빅토리아 시크릿! 사실 빅토리아 시크릿 쇼는 브라질 모델들이 좌중을 휘어잡을 최상의 무대였다. 빅토리아 시크릿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섹시와 글래머의 상징이니까. 바로 그 성적 매력에 관한 한, 다른 어느 대륙의 모델들도 남미출신들에겐 당해내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이자벨리 폰타나는 고작 열여섯 살에 빅토리아 시크릿 카탈로그에 출연해 논란을 일으키며 데뷔했다. ‘소피아 로렌의 브라질 버전’이 폰타나의 매력을 정의하기에 적절한 표현. 최근까지도 발맹, 지방시, 푸치, 마랑 등 빅 쇼에서 그녀만의 도발적 시선과 육감적 몸매를 실컷 감상할 수 있었다.

아드리아나 리마 역시 빅토리아 시크릿의 마법 덕분에 자신의 이력에 날개를 달았다(빅토리아 시크릿의 엔젤들이 날개를 달고 캣워크에 나오듯). 무려 14번 이상 빅토리아 시크릿 무대에 오른 능력자답게, 그녀는 패션쇼에 서기 위한 몸매 관리와 식이요법 노하우를 대중에게 공개한 적도 있다(신디 크로포드의 에어로빅 비디오처럼). 쇼 3주 전부터 하루에 두 번씩 운동할 뿐만 아니라, 단백질 셰이크도 마신다는것. 브라질에서 열린 엘리트 모델 선발 대회의 우승자인 알레산드라 앰브로시오 역시 빅토리아 시크릿과 인연이 깊다. 첫아들을 출산한 지 3개월 만에 몸매를 예전 상태로 완벽하게 가꿔 빅토리아 시크릿 무대에 올라 팬들을 감동시켰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약과다. 두 번째 임신 중반에도 약 14kg짜리 날개를 달고 캣워크에 섰으니까. 그녀 역시 성공한 모델들의 전철을 따르고 있다. Á‘ le’라는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것.



이제 지젤, 라켈, 이자벨리, 그리고 아드리아나, 알레산드라 등이 브라질 국기에서 영감을 얻은 노랑과 초록 드레스 차림으로 모델 축제에 마련된 무대의 정상에 섰다고 가정하자. 그들을 몹시 인자하게 눈웃음치며 바라볼 인물은 마리오 테스티노 아닐까(노랑과 초록 시리즈는 캐롤리나 헤레라, 오스카 드 라 렌타,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등 라틴 출신 디자이너들의 솜씨일 듯). 브라질 미녀들의 성공 신화에는 페루 출신의 마리오 테스티노가 지닌 패션 권위도 한몫 거들었을 것이다. 요즘도 그는 이자벨리 폰타나 같은 라틴 미녀들을 데리고 남미 어딘가로 날아가 패션 화보를 찍어 각국 <보그>에 싣기를 숙명처럼 여긴다. 반삭의 옆머리로 유명한 앨리스 데럴은 마리오 테스티노에 의해 직접 발탁된 케이스다. 10여 년 전, 자신의 친구인 카린 로이펠트가 편집장으로 있는 파리 <보그>에 그녀를 한 번 써보라고 운을 뗀 것. 그런 뒤 자신이 촬영한 버버리 프로섬 광고에도 앨리스를 기용했다.

한편 젬마 워드, 릴리 콜, 헤더 막스, 리사 칸트 등과 함께 2000년대 중반 베이비 페이스(엄밀히 말하자면 ‘팅커벨’과 ‘처키’의 이중적 이미지를 겸비한 모델 붐) 신드롬을 일으킨 캐롤라인 트렌티니도 브라질이 고향이다. 그녀 역시 지젤을 발굴한 에이전트에 의해 파남비의 어느 쇼핑몰에서 스카우트됐다. 열네 살쯤 모델계에 입문하기 위해 남미에서 북미로 이사 온 소녀는 어느덧 스물네 살의 아가씨로 폭풍 성장했다. 현재 브라질 사진가인 파비오 바르텔트와 결혼해 잘 살고 있으며, 미국 <보그> 최신호 화보에도 등장할 만큼 롱런하는 중. 이 밖에도 캐롤라인의 주근깨를 닮은 빨간 머리의 신시아 디커, 도드라진 광대뼈가 매력 포인트인 알라인 웨버, 독수리 같은 눈매와 검은 머리카락이 신비한 브루나 테노리오, 하이더 아커만이 아끼는 호리호리한 흑갈색 머리의 다이앤 콘테라토 등등. 이 세대들은 지젤, 아드리아나, 알레산드라 등이 지닌 끈적끈적한 관능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듯, 브라질 미녀들의 각양각색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라틴 모델의 매력이 대체 뭔지 더 시시콜콜 알려고 할 필요는 없다. 다른 지역 모델과 달리, 당신이 브라질 모델들을 바라볼 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바로 그 감정과 신체적 반응이야말로 그들이 지닌 천혜의 매력이다. 올리브유 빛깔 피붓결과 굴곡 있는 몸매는 옷을 알리는 데 최고의 수단과 방법. 또 브라질 특유의 관능미는 다른 대륙의 여성들이 도달하기 힘든 불가능의 기준. 그런 이유로 동구권과 북유럽 모델들은 패션과 뷰티 산업의 계약서는 물론, 잡지 표지에서도 밀려나기 일쑤다. 게다가 앤트워프 출신 모델들이 한 시절을 풍미한 것과 달리, 브라질 모델들만의 관능적 이미지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바야흐로 2014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될 6월. 인류의 시선은 죄다 주최국으로 쏠릴 예정이다. 브라질 국민들에게 운동장은 교회요, 축구 경기는 예배다. 이 시기에 삼바 축제를 비롯한 온갖 유흥거리들이 넘쳐날테고, 늘 그렇듯 라틴 미녀 모델들은 축구장이든 축구장 바깥에서든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선수들의 연인 자격으로 관중석에 앉아 있든, 브라질 시내 곳곳에서 파파라치들에게 포착되든). 그중 지젤 번천이라면, 브라질 꽃미남 축구 선수인 카카, 네이마르와 동등하게 국민 영웅으로 대접받을 만하다. Tá b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