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호화로운 안경

다이아몬드와 유색 스톤, 희귀한 거북 등껍질과 대나무, 심지어 황금빛 골드로 뒤덮인 수공예 작품!
이게 보석이 아닌 안경이라면? 6mm의 까만 눈동자를 위한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이야기.

1 화려한 주얼 장식 선글라스는 불가리(Bvlgari). 2 투명한 옐로 컬러의 귀갑테 안경은 오사와 베코(Osawa Bekko). 3 표범 모티브가 브리지에 장식된 선글라스는 까르띠에(Cartier). 4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검정 프레임의 라운드 안경은 크롬하츠(Chrome Hearts). 5 물소 뿔로 견고하게 만들어진 안경은 마르쿠스 마리엔펠트(Marcus Marienfeld).

하이 주얼리에 책정된 상상 이상의 가격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수억 원대 하이 주얼리를 사는 VVIP들은 전통시장에서 가격을 흥정하듯 마지막 숫자에 집착하지 않는다. 모든 공산품이 그렇듯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금액도 천차만별. 공산품과 의료 기기를 오가는 아이웨어도 예외는 아니다. 육중한 유리문을 체격 좋은 가드가 열어주는 보석 매장이 아닌, 지극히 평범하고 자그마한 안경점에 하이 주얼리에 버금가는 금액의 안경과 선글라스가 존재한다면?

서울 압구정동 한복판에 오픈한 안경점 ‘C Shop’에 들르면 당신은 1,000만원대 안경을 구경할 수 있다. “물소 뿔로 제작됐습니다”라며 안경점의 숍 마스터가 조심스럽게 안경을 꺼냈다. “스위스 마터호른 인근의 아틀리에에서 100% 장인들의 손으로 탄생된 제품이죠. 부자재로는 골드와 티타늄을 사용했습니다.” ‘마르쿠스 마리엔펠트(Marcus Marienfeld)’ 안경은 컬러와 소재, 사이즈 변경 등 고객에게 딱 맞는 비스포크 서비스가 제공된다.

놀라지 마시라! 일명 ‘회장님 안경’으로 불리는 ‘오사와 베코(Osawa Bekko)’는 무려 4,000만원대. 거북 등껍질로 만든 ‘귀갑테’로 다이아몬드처럼 사용 부위와 색감에 따라 다양한 등급이 매겨진다. “바다거북의 얇은 등껍질 중 반점이 없는 곳을 찾아 얇게 실톱으로 자른 후 여러 장의 등껍질을 접착시킵니다. 접착 시 온도 조절이 가장 중요한데, 투명한 노랑에 가까울수록 고가로 취급되죠.” 마케팅 담당자는 고가인 만큼 보관도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착용 후 반드시 부드러운 천으로 표면을 살짝 닦아 방충제와 함께 상자에 넣어야 합니다. 최대한 물에 닿지 않아야 하며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하죠. 일반 안경테처럼 초음파 세정기로 세척하면 귀갑테의 접합 부분에 균열이 생겨 접착 부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정말이지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보다 보관이 더 어렵다.

거북 등껍질이나 물소 뿔처럼 천연 소재 안경은 대부분 고가로 책정된다. 1905년 론칭된 ‘마수나가(Masunaga)’는 대나무로 제작된 G.M.S 리미티드 안경을 선보였다. 600만원대로 18K 골드와 견고한 대나무를 동그란 안경 프레임에 적용했으며, 최첨단 기법을 동원해 원형이 틀어지지 않도록 마무리했다. 고가의 수공예 안경 위주로 바잉하는 ‘나스 월드’의 마케팅팀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런 희귀한 소재로 만든 제품은 대부분 기업 CEO들이나 수집가들에게 팔립니다. 남자들에게는 시계와 자동차 다음이 안경인 것 같습니다.”

청담동에서 성북동으로 자리를 옮긴 ‘레트로스펙스’에도 1,000만원대의 빈티지 뮤지엄 피스가 있다. “1870년대에 제작된 안경으로 전 세계 20개 미만 한정 생산된 제품입니다”라고 레트로스펙스 담당자는 설명한다. “전체가 12K 골드입니다. 대부분 소장용으로 구입하는 편이죠.” 그는 빈티지 안경도 와인처럼 생산 연도에 따라 가격과 희소성이 결정된다고 덧붙인다. “1910~50년에는 플라스틱과 티타늄이 개발되기 전이라 오직 금을 기본 재료로 하거나 남인도 지역의 물소 뿔을 이용해 안경 프레임을 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뮤지엄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죠.”

안경 전문 브랜드들이 수공예 안경을 내세운다면, 보석상들은 시그니처 라인을 접목한 선글라스를 통해 주얼 아이웨어를 실현하고 있다. 얼마 전 불가리는 가격도 매기지 않은 하이 주얼리 선글라스를 내놓았다. “130주년 한정판으로 한 개만 제작된 ‘세르펜티’ 선글라스가 그것입니다. 브리지 두 개에 뱀 모티브를 따라 다이아몬드가 풀 파베 세팅됐죠.”

불가리 하우스는 이 보석 선글라스에 대한 후일담도 들려줬다. “1,000만원대 하이 주얼리와 가격이 거의 비슷했는데 아쉽게도 로마에서 행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팔렸어요. 덕분에 다른 나라에선 구경도 못했죠.” 불가리 매장에서 흔히 판매되는 화려한 선글라스는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까르띠에 역시 플래티넘과 래커 장식으로 된 표범 시리즈를 선글라스에 접목했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것도 아닌데 가격은 150만원대. 패션 브랜드의 선글라스가 50만~80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프리미엄 선글라스로 분류될 만하다.

그런가 하면 펑키한 주얼리를 만드는 크롬하츠는 순은으로 된 선글라스를 디자인했다. ‘야금술과 레이저 조각 기술이 결합된 아이웨어’를 모토로 광학 주얼리라고 불릴 만큼 멋스러운 디자인이 특징. 당신의 취향에 따라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맞춤 제작할 수 있는 데다, 옵티컬 렌즈 소재 중 가장 선두 주자로 꼽히는 칼 자이스 렌즈를 사용했다. 그러나 제품 하나가 완성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상품 개발에만 19개월, 여기에 세공 장인들의 시간과 공임을 감안한다면 800만원이라는 가격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물론 이런 고가의 주얼 안경은 기능만 필요로 하는 고객에겐 너무 먼 이야기다. 하지만 플라스틱 안경에서 볼 수 없는 신비로운 빛깔, 조악한 크리스털 세팅이 아닌 다이아몬드 장식의 최고급 프레임, 기계에서 쉽게 찍어낸 공산품에서 느낄 수 없는, 장인의 정성이 깃든 수공예품이란 사실만으로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이것이야말로 비스포크 의상처럼 아이웨어의 신분 상승과 더불어 천문학적 가격이 책정된 이유. 바야흐로 값비싼 원석으로 세팅된 파인 주얼리, 혹은 자동차 엔진처럼 정교하게 제작된 투르비용 시계처럼, 아이웨어도 꾸뛰르 시대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