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쿨한 블루 스타일링

여름이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컬러, 블루. 푸른 바닷물에 젖은 듯한 데님,
청명한 여름 하늘을 닮은 샴브레이 셔츠, 인디고 블루로 염색된 타이다이 니트 등등.
지상에서 가장 쿨한 블루 스타일링!

블루 니트 톱은 엠 미쏘니(M Missoni), 패치워크 데님쇼츠는 씨위(Siwy), 실 팔찌들은 모리(Moree), 오른손 러버 시계는 스와치(Swatch), 왼손 크리스털 뱅글은 프라다(Prada), 블루 스톤 뱅글은 사만타 윌스(at Optical W), 미러 선글라스는 소다몬(Sodamon).

인디고, 코발트, 프레시안, 피코크, 스카이, 로열… 블루 계열의 색깔을 쫙 나열하면 수십 개쯤 된다. 이 시원한 컬러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김연아나 손연재가 광고하는 에어컨 바람이 불어올 듯하다. 색이 지닌 시각적 특징과 달리, 정신과적으로 우울증을 일컫는 용어에 ‘블루’가 붙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동공이 시린 채도를 지닌 블루는 여름 컬러로 대표될 만하다. 이처럼 여름 하면 ‘블루’가 떠오르듯, 블루 하면 반사적으로 블루진이 연결된다. 사시사철 등장하는 그 블루진의 매력을 연구한 브랜드는 바로 루이 비통이다. 워싱의 강도와 횟수에 따라 채도와 명도가 다른 블루진 팬츠를 다채롭게 선보였다. ‘찢청’으로 불리는 디스트로이드 진, 각기 다른 데님 소재를 조각조각 붙인 패치워크 진, 헴라인을 싹둑 자른 시저 컷 진, 엉덩이 선이 더없이 섹시하게 보이는 진 쇼츠, 블루 농도를 달리한 그러데이션 진 등등.

“여름에 데님 팬츠를 입으면 무척 덥죠!” 촬영을 위해 행어에 걸린 데님 옷들을 본 모델 이호정이 말했다. “그래서 여름엔 쇼츠나 박시한 데님 셔츠를 입어요.” 그렇다면 두꺼운 능직의 면직물인 데님을 좀더 시원하게 입을 방법은 없을까? 진작부터 데님 소재에 푹 빠진 스티브앤요니는 올여름을 위해 ‘Blue Goes On’이라 이름 붙인 스페셜 라인을 선보였다. 베이식한 데님 소재의 낙낙한 셔츠와 마린 드레스! 아주 얇게 가공한 서머 데님은 얇은 리넨처럼 하늘거리고 보드랍고, 오버롤 팬츠를 싹둑 자른 짧은 크롭트 톱은 경쾌하고 시원하다. 요니 P는 데님 스타일링에 이렇게 조언한다. “데님은 결코 시원한 소재는 아니죠. 그래서 시스루와 레이스 소재, 슬리브리스 톱을 매치해 쿨한 스타일링을 유도했죠.” 아크네 스튜디오 역시 넉넉한 실루엣과 오버 사이즈 베스트로 시원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진주 장식 데님 원피스는 스티브앤요니(Steve J&Yoni P), 블루 시스루 스커트는 디올(Dior), 데님 그러데이션 워싱 재킷은 MM6, 실 팔찌들은 모리(Moree), 실버 스터드 샌들은 슈콤마보니(Suecomma Bonnie).

사실 데님은 통기성이나 땀 흡수가 그리 좋은 소재는 아니다. 그래서 멋쟁이들이 선택하는 건 데님보다 통풍성과 가벼움을 자랑하는 샴브레이. 파란색과 흰색 실이 오버랩돼 빛의 각도에 따라 농도가 달라 보이는 샴브레이 셔츠는 그동안 남성복 원단으로 자주 쓰였다. 그래서인지 샴브레이 셔츠는 피렌체에서 열리는 남성복 패션위크인 ‘삐띠 우오모’의 유니폼 같은 느낌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메리칸 클래식을 외치는 랄프 로렌과 타미 힐피거야말로 샴브레이 소재에 공을 들이는 브랜드. 특히 타미 힐피거는 ‘힐피거 헤리티지의 핵심’이라 주장하는 만큼 기본에 입각한 간결함을 고수한다. 또 A.P.C는 바네사 슈어드와의 협업을 통해 샴브레이 원단의 미니멀한 마린 드레스를 선보였다. 스트리트 패션을 대표하는 데님과 달리 샴브레이 소재는 요트, 리조트, 젯셋 등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지닌 게 특징. 샴브레이 셔츠를 우리 여자들이 입을 때는 한 치수 큰 사이즈를 고르는 게 더 멋스럽다(소매를 둘둘 걷어 올린 다음 매니시한 화이트 배기 팬츠나 짧은 데님 팬츠를 매치하면 좋다).

DNA가 같은 데님과 샴브레이 말고도 블루 데님을 모방하는 니트 소재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예가 미쏘니에서 선보인 코튼 원사로 된 블루 니트 풀오버. 워싱된 데님처럼 보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100% 코튼 원사를 블루 염료를 사용해 염색한 뒤, 니트로 짠 다음 다시 빈티지한 느낌으로 거칠게 워싱했습니다.” 소매 부분도 실오라기를 그대로 풀어 헤쳐 내추럴한 느낌을 더했다. 클로에는 가장 기본적인 ‘진청’ 컬러의 실크 의상들을 선보였는데, 이 중 블루 컬러가 얼룩덜룩하게 염색된 오버롤 팬츠는 80년대 데님 이미지를 그대로 닮았다.



런웨이 유행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SPA 브랜드에서는 올여름 블루를 어떻게 활용했을까? 답은 인디고 블루로 염색된 리넨 워크 셔츠! 그야말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서머 아이템이다. “집에서 물빨래가 가능해요. 살짝 구김이 도는 게 멋스러우니까요. 무엇보다 입었을 때 시원하고 편안해 보이죠.” 에잇세컨즈의 블루 리넨 셔츠를 만지작거리자 매장 직원이 또 다른 블루 셔츠를 추천했다. “청헤지 원단이에요. 리넨과 데님의 중간처럼 보이는 게 특징이죠. 데님처럼 보이지만 훨씬 가볍고 면사로 만들어져 땀 흡수와 통기성이 좋습니다.” 심지어 가격도 리넨 소재보다 저렴한 편이다. 매 시즌 리넨 셔츠를 선보이는 유니클로는 이번 시즌 아주 짙푸른 인디고 블루 컬러의 리넨 워크 셔츠를 선보였다. 처음 꺼냈을 땐 옥스퍼드 셔츠처럼 빳빳해 보이지만, 입을수록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핏을 자랑한다.

인디고 블루로 진하게 염색된 진청, 직조만 달리한 샴브레이, 면사로 만든 청헤지, 시원하고 가벼운 리넨 등등. 이처럼 소재는 조금씩 다르지만 블루 스펙트럼 속의 진청, 샴브레이, 청헤지, 아이스 리넨은 블루 데님의 장점들을 쏙 빼닮았다. 7월의 태양 아래 젊음을 뽐낼 수 있는 싱그러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