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카툰 신드롬

김태희, 전지현, 송혜교가 바르지 않아도 알아서 잘 팔리는 화장품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제품 겉면에 그려진 깜찍한 만화 캐릭터가 그것.
대한민국 키덜트의 마음을 사로잡은 뷰티 카툰 신드롬에 대해.

1 슈에무라 ‘무라카미 다카시 컬렉션 립 앤 치크 펀-타지’. 2 맥 ‘원더우먼 컬렉션 아이섀도 팔레트’. 3 맥 ‘말레피센트 컬렉션 립스틱’. 4 맥 ‘베노머스 빌레인즈 컬렉션 립글로스’. 5 맥 ‘베노머스 빌레인즈 컬렉션 아이섀도’. 6 맥 ‘아치스 걸 컬렉션 립스틱’. 7 슈에무라 ‘무라카미 다카시 컬렉션 뷰러’. 8 맥 ‘헬로키티 컬렉션 뷰티 파우더 블러시’. 9 에뛰드하우스 ‘미니 터치 하이라이터’. 10 베네피트 ‘더 포어페셔널 에이전트 제로 샤인’. 11 페리페라 ‘탭탭 3 아이즈’. 12 슈에무라 ‘무라카미 다카시 컬렉션 프린세스 러브 인 윙크’. 13 에뛰드하우스 ‘미니 인 더 네일즈’.

‘대박 사건’ ‘이건 꼭 사야 해!’ ‘어떻게 기다리지?’ 지난 5월 8일 <보그 코리아> 페이스북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뷰티 뉴스를 접한 독자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그들이 치켜든 엄지(좋아요)만 해도 무려 1,026개. 지금껏 진행한 디지털 기사를 통틀어 담당 기자의 마음을 가장 훈훈하게 지펴준 게시물의 정체는 바로 메이크업 브랜드 맥이 준비하는 특별한 협업 이슈. 기사 내용은 이러했다. “미국 TV 역사상 최장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손꼽히는 ‘심슨 가족’이 탄생 25주년을 맞아 코스메틱 브랜드 맥과 손잡고 리미티드 에디션 제작에 돌입했고, 호머 심슨의 아내 마지 심슨을 위해 헌정판으로 구성된 이 특별한 컬렉션의 출시 예정일은 9월로 확정됐다.”

동심을 자극하는 만화 캐릭터의 특별한 환생은 지루한 일상에 해피 바이러스가 돼준다. 감성지수가 풍부한 여자들에겐 더더욱! 2009년 헬로 키티 컬렉션을 시작으로 2010년 베노머스 빌레인즈, 2011년 원더우먼, 2013년 아치스 걸, 2014년 말레피센트, 그리고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심슨 가족까지. 매년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한정판을 선보이는 맥은 뷰티 카툰 열풍의 주역. 지난 5월 출시된 말레피센트 컬렉션은 영화 <말레피센트>의 개봉과 맞물려 온라인 쇼핑몰에 제품이 풀리자마자 2시간 만에 품절됐고, 매장에서도 발매 당일 대부분 제품들이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기존 패키지 디자인에 캐릭터만 그려 넣었을 뿐인데도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비슷한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작년 11월, 오르비스도 핀란드의 ‘국민 만화’ 무민과 협업을 진행했는데, 오르비스를 몰라도 무민 클렌징 오일을 손에 넣으려는 사람들로 주문전화는 폭주했다. 북유럽풍 인테리어 소품으로 각광받는 무민과의 콜라보레이션은 북유럽 인테리어가 인기인 요즘 적시타였던 것. 비슷한 시기에 DHC는 깜찍한 디즈니 캐릭터 미니 마우스와 데이지 덕이 그려진 ‘딥 클렌징 오일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여 2012년 한 해 판매 수량의 약 20%를 차지하며 브랜드의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또 주말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남다른 ‘미니 사랑’을 과시하는 추사랑 효과로 메소드는 미키미니 핸드워시가 잘 팔리면서 최근 보디워시까지 출시했다.

뷰티 마켓에서 만화 캐릭터와의 협업은 한마디로 돈이 되는 장사다. 대부분 ‘지금이 아니면 구할 수 없는’ 한정판인데다 매일 쓰는 소비재인 만큼 시선을 사로잡는 깜찍한 디자인이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랑콤 또한 ‘큐티섹시’의 대명사 베티 붑을 그려 넣은 ‘이프노즈 스타 마스카라’를, 슈에무라는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한 홀리데이 컬렉션을, 베네피트는 한 발 더 나아가 마블 코믹스와 손잡고 ‘뷰티 히어로’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이렇듯 만화 캐릭터를 활용한 해외 브랜드들의 콜라보레이션 작업들이 하나같이 성공궤도를 달리자 국내 브랜드들 역시 ‘카툰 뷰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네이처 리퍼블릭은 똘똘한 노란 참새 트위터와 협업을 진행했고, 이미 디즈니 캐릭터로 재미를 본 에뛰드 하우스는 지난 5월 신데렐라 디자인의 쿠션형 콤팩트를 출시했으며, 페리페라는 <겨울왕국>의 헤로인, 엘사 컬렉션으로 여심 공략에 나섰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은 사실 패션 브랜드에서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품절 사태는 오히려 뷰티시장에서 자주 일어난다는 것. 대체 왜 그런 걸까? 그 해답은 조르지오 아르마니 홍보팀 이승민 과장을 비롯, 몇몇 키덜트와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낭랑 18세가 아니고서야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고 다니는 건 왠지 낯간지럽잖아요. 이런 욕구를 작은 소품으로 해소하는 거죠. 맥도날드나 CGV에서 한정 판매하는 작은 피규어에도 마음이 흔들리는데, 여자들의 ‘베스트 프렌드’인 화장품에 캐릭터가 더해진다, 이보다 짜릿한 유혹이 있을까요?”

최근 대형 마트에 풀린 심슨 레고 피규어는 판매 당일 전국 품절됐고, 한 개당 3,200원꼴이던 판매가는 현재 두 배나 뛰어 7천원대에 거래되는 ‘귀한 몸’이 됐다. 맥도날드의 6월 한정 해피밀 토이, 슈퍼 마리오 피규어 역시 키덜트 필수품으로 떠오르면서 현재 중고시장에서 웃돈을 얹어 거래되고 있다(이쯤 되면 명품 백을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하는 ‘샤테크’ 저리 가라다).

아무리 무감각한 당신이라도 만화를 보고 기분 나빠지는 일은 드물다. 욕실, 화장대, 파우치에서 볼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캐릭터 상품의 매력은 다이내믹한 피부 변화를 약속하는 기능성 화장품 못지않다. 메소드의 미키마우스 핸드워시로 손을 씻고, 오르비스의 무민 클렌징 오일로 화장을 지운다. 외출 준비라면, 베티 붑이 그려진 마스카라로 눈썹을 한껏 올린 다음 겨울왕국 한정판 아이섀도로 눈두덩을 채우는 걸로 끝. 매일 반복되는 뷰티 루틴이 지겨워진 당신에게 이만한 활력소도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