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라싸에서의 4박 5일

광활한 티베트 고원 한가운데 자리한 티베트의 옛 수도 라싸는
태고의 아름다움과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고요하고 질서정연하며 이국적인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라싸에서의 4박 5일 여행기.

베이징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시작된 이번 패션 여행의 종착지 라싸(Lhasa).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네 시간을 더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이곳은 옛 티베트 왕국의 수도로 티베트인들에겐 성지나 다름없는 곳. 해발 3,700미터 이상의 고산지대라는 탓도 있지만, 중국 식민지 이후 오랫동안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한 탓에 그동안 선뜻 여행지로 채택되지 않던 곳이었다. 하지만 히말라야를 품고 있고, 부탄과 네팔, 인도를 접하고 있는 이곳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곳. 신비롭고 에스닉한 패션 여행에 라싸보다 적당한 곳은 없어 보였다.

산 프린트의 저지 소재 드레스는 미쏘니(Missoni), 에스닉한 프린지 장식 스커트는 타임(Time), 양손의 뱅글은 프라다(Prada), 글래디에이터 샌들은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인천 공항을 떠난 지 스무 시간이 지나 <보그>팀은 라싸에 도착했다. 베이징에서 멀지 않지만, 당일 들어가는 항공편이 없기 때문에 베이징에서 하루 머물렀다. 상대적으로 산소가 적은 저녁보다는 오전에 도착해 현지 적응하는 것이 고산병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여행사의 조언도 반영한 결과였다. 과연! 장대한 히말라야 산맥 한가운데, 가파른 골짜기 위에 자리한 라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었다. 무엇보다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도시를 둘러싼 대자연의 장엄한 풍광들. 병풍처럼 둘러싼 높은 산 저 너머로 눈 덮인 설산과 방대한 황야, 거대한 불교 사원이 수채물감처럼 파랗고 낮은 하늘 아래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티베트어로 ‘신의 땅’이란 뜻을 지닌 라싸에 머물면, 누구나 ‘천공의 신선’이 된 것 같은 흥분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게다가 바쁜 일상과 복잡한 현실 세계와는 한없이 동떨어진 이 고즈넉한 느낌이라니! 이것이야말로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이 진정으로 바라던 것이 아닌가.

물론 도시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겐 많은 준비가 필요한 여행지가 또한 티베트다. 먼저 중국 여행사를 통해 티베트 여행 허가서를 받아야 하고, 두통약과 고산병 약을 챙기는 건 필수(라싸에 머무는 닷새 동안 촬영팀 모두 극심한 고산병에 시달려야 했다). 또 천년 역사를 간직한 불교 성지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선 티베트의 역사, 종교, 문화에 관한 예습도 미리미리 해둬야 한다.

하이넥 코튼 톱과 러플 장식 하이웨이스트 자카드 스커트는 아퀼라노 리몬디(AquilanoRimondi), 양손의 뱅글은 끌리오 블루(Clio Blue), 가죽 벨트는 마이클 코어스(MichaelKors), 스트랩 샌들은 에르메스(Hermès).

한편으로, 여행을 기분 좋게 완성하는 요소는 편히 지낼 수 있는 숙소. <보그 코리아>팀을 초대한 샹그릴라 리조트는 라싸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었다.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인 포탈라 궁과 가까운 노블링카 거리에 있는 이 호텔은 거칠고 투박한 나무들과 바위들이 반듯한 젠 스타일과 조화를 이룬 모던한 특급 리조트. 오픈한 지 두 달이 채 안됐지만, 온화한 모래색 건물이 티베트의 새파란 하늘과 잘 어울렸다. 호텔 뒤편으로는 고즈넉한 라싸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리조트 정문을 지나 티베트 전통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의 환영 인사를 받으며 들어간 로비에서 먼저 눈에 띈 것도 확 트인 통창으로 보이는 건너편 포탈라 궁의 풍경. 높은 언덕 위에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은 포탈라 궁의 신비로운 아우라가 이곳이 불교 성지임을 실감케 했다. 호텔 내부 또한 전통과 모던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었는데, 풀장과 헬스클럽, 정원과 스파, 레스토랑과 객실 모두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린 모습. 모든 객실에선 최고급 코튼의 개운한 감촉과 함께 넓은 침대에서 눈부신 햇살과 함께 아침을 맞고, 해가 지면 밤하늘 별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장관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동남아 리조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국적인 야자수나 강렬한 원색의 열대 꽃 대신, 아담한 인공 연못 위엔 수련과 자생식물들이 떠 있고, 건물들을 연결하는 야외 테라스의 은은한 조명이 무수한 별빛과 어우러져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말하자면, 샹그릴라 라싸는 몸과 마음을 산만하게 하는 모든 것을 배제한 채 오로지 휴식만을 취할 수 있는 곳. 실내를 가득 채운 티베트 전통의 인테리어 소품들도 이방인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티베트 전통 스타일에 맞춰 제작한 티베트풍의 목재 장식과 가구들은 고전적이면서 세련된 이미지. 또 여행객들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운영되는 스파 ‘치(Chi, 기(氣)라는 뜻)’에선 심신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원리에서 출발한 ‘치 테라피’를 통해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물론 라싸 여행의 진면목이 발휘되는 곳은 리조트 밖 세상이다. 달라이 라마가 머물렀던 포탈라 궁(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현재의 14대 달라이 라마는 인도 다람살라의 망명 정부에 머물고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조캉 사원, 달라이 라마의 여름 궁전으로 사용됐던 노블링카 궁, 전통시장 바코르, 조캉 사원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 마니차(불경이 들어간 뱅글뱅글 돌릴 수 있는 형태의 도구)를 돌리며 바코르를 거니는 전통복 차림의 할머니들과 승려 등 라싸 한복판에서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새로운 일들을 경험할 수 있다. 트레킹이 목적인 사람이라면,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히말라야와 맞닿은 황무지 산속에서 티베트의 진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광활한 들판을 가로지르는 유목민들과 야크 떼, 하늘빛과 거울처럼 닮은 아름다운 호수, 형형색색의 타르초(불교 경전을 적어 놓은 색색의 깃발을 바위에 매달아 놓은 것으로 우리의 성황당과 비슷하다), 아찔한 절벽에 세워진 불당 등 하루하루가 새로운 모험의 연속이다.

스트라이프 슬리브리스 드레스는 디올(Dior), 목걸이는 모두 자라(Zara), 왼손 주얼 장식 뱅글은 탱커스(Tankus), 오른손의 실 팔찌와 구슬 팔찌는 모두 모리(Moree), 글래디에이터 롱부츠는 게스 슈즈(Guess Shoes).

촬영을 위해 <보그>팀이 찾아간 곳은 라싸에서 두 시간 거리의 간덴 사원과 다섯 시간 거리의 남쵸 호수, 그리고 곳곳에 위치한 사원들과 티베트인 촌로들이 사는 시골집 등. 물론 모험이 더해질수록 해발고도는 높아졌고, 호흡 곤란과 극심한 두통으로 고생해야 했지만, 하늘과 가장 가까운 그곳에서 경험했던 아름다운 풍광들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라싸에 머무는 동안 동행인 없이 혼자 트레킹을 온 파란 눈 노랑머리 젊은이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올여름 저 멀리 우뚝 솟은 설산을 보며 드넓은 초원을 거닐고, 사원에서 불공을 드리고, 녹음의 짙은 향기를 마시며 트레킹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남는 시간은 샹그릴라 호텔에 머물며 룸서비스를 주문하거나 치 스파룸에 누워 여름 티베트의 수려한 아름다움과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에 귀 기울인다면? 상상만으로 너무나 근사한 일 아닌가!